에르메스 오렌지 박스의 비밀… "아무도 원치 않던 재고 색상"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의 비밀… "아무도 원치 않던 재고 색상"
  • 김수경
  • 승인 2022.01.03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 부족으로 인해 탄생하게 된 '오렌지 박스'
"필요에 의한 선택이 필연으로… 이름과 로고만큼 아이코닉한 존재로 부각"
ⓒHermès 인스타그램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의 오렌지 박스에 담긴 비밀이 공개됐다.

3일 광고·디자인·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우아함의 상징이 된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는 제 2차 세계대전 후 전세계적으로 지속된 물자 부족 현상으로 인해 탄생했다.

에르메스는 독일 태생의 마구 제작자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가 지난 1837년 파리에 설립한 브랜드로 샤넬,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으로 불린다. 1920년대 에르메스 박스는 크림색에 황금빛 테두리를 두른 모습이었고, 1930년대에는 베이지색이었다. 이후 1940년대부터 오렌지 색상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 들어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가 완성됐다.

에르메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물자 부족 현상은 지속됐다. 때문에 에르메스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크림이나 베이지색 상자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색깔인 오렌지가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는 우아함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오렌지 박스의 따뜻한 색감과 결은 에르메스 가죽의 전통을 반영한다. 1960년대의 활력을 담은 새로운 박스의 탄생은 완벽했다"고 밝혔다.

ⓒHermès 인스타그램

에르메스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원재료 수급과 공급망에 큰 영향을 받았다. 에르메스에 박스를 공급하던 업체는 물품 부족을 이유로 당시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색이었던 선명한 오렌지색 박스만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에르메스는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없어 결국 오렌지색 박스를 받기로 했다.

디자인택시는 "필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제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필연이 됐다"며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코닉한 상징성을 갖게 됐으며 이름과 로고만큼이나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Hermès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