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별이 된 크리에이티브 업계 레전드 11인
2021년, 별이 된 크리에이티브 업계 레전드 11인
  • 김수경
  • 승인 2021.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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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에이지, 올해 세상 떠난 업계 전문가 11인 추모
"그들이 광고·마케팅 업계에 남긴 유산, 오랫동안 남을 것"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데이비드 케네디, 존 맥게리, 데이비드 핀, 세레나 더프, 하워드 루벤스타인, 링건 르위지, 클리프 프리만, 딕 로스, 몰리 파슬리, 론 포페일, 버질 아블로. ⓒAd Age

세계적인 독립 광고대행사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의 공동창립자부터 럭셔리 패션 업계의 슈퍼스타까지. 올해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전설적인 광고·마케팅 인재들을 아쉽게 떠나 보냈다.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는 올해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11인을 추모하며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했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 그룹(LVMH)의 스타 디자이너이자 럭셔리 패션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으로 불린 버질 아블로가 2년 간의 암 투병 끝에 지난 11월 4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2018년 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된 후 루이비통의 브랜드 활성화를 주도했으며 그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를 통해 스트리트웨어와 스니커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LVMH는 오프화이트의 지분 60%를 사들이고 아블로가 패션을 넘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더 큰 역할을 부여했다.

세레나 더프(Serena Duff)
호라이즌 미디어(Horizon Media) 미국 서부 지사장을 맡아 온 세레나 더프는 올 2월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2009년 호라이즌 미디어에 입사한 후 12년 동안 75명의 직원은 300명 이상으로 늘었고 10억 달러(한화 약 1조1884억원)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호라이즌 미디어 창립자 겸 CEO인 빌 쾨닉스베르크(Bill Koenigsberg)는 "세라나가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유머 감각, 자선 활동, 테마 파티, 매달 열었던 사무실 모임, 그리고 그가 LA에서 내게 보낸 보고서 형태의 주간 엽서들까지. 세레나에게는 비즈니스 능력 그 이상의 것들이 있었다"고 추모했다.

데이비드 핀(David Finn) 
PR 대기업 루더 핀(Ruder Finn)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핀이 지난 10월 100세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7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왔으며 케네디 대통령부터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까지 대통령 행정부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는 핵실험 금지 조약을 내세운 케네디 정부를 지원했고, 911 테러 이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웹사이트 'Ready.gov'를 구축한 조지 W. 부시 정부와 국가인문학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NEH)을 조성한 빌 클린턴 정부를 위해 봉사했다.

클리프 프리만(Cliff Freeman)
미시시피 출신의 광고인 클리프 프리만은 지난 9월 맨해튼 자택에서 폐렴으로 80세에 사망했다. 그는 유머러스한 광고로 유명했으며 애드에이지는 정기적으로 '클리프 프리만 코미디 코너(Cliff Freeman Comedy Corner)' 섹션을 선보였다. 프리만은 웬디스(Wendy’s)의 'Where’s the Beef' 캠페인과 리틀 시저스(Little Caesars)의 'Pizza Pizza' 캠페인, 아몬드 조이 앤 마운즈(Almond Joy and Mounds)의 'ometimes you feel like a nut' 광고를 담당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카피라이터였다. 그는 1970년대에 댄서 피츠제랄드 샘플(Dancer Fitzgerald Sample)의 카피라이터로 광고업계에 입문했으며 1987년부터 2000년대까지 자신이 창립한 '클리프 프리만 앤드 파트너스(Cliff Freeman and Partners)'를 운영했다.

데이비드 케네디. ⓒMarni Beardsley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 
나이키(Nike)와 혼다(Honda) 광고로 유명한 대행사 와이든+케네디의 공동창립자인 데이비드 케네디가 올 10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광고뿐만 아니라 순수 예술가로 활동하며 금속 조각 작품을 만들고 아메리칸 인디언 컬리지 펀드(American Indian College Fund)의 이사회 활동을 하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는 마치 역병과도 같아서 결코 없앨 수가 없다"며 "너무 간지러운 것을 긁고 싶어서 멈출 수가 없는 것과 같다. 만약 내가 사형을 앞두고 감옥에 있다고 해도 나는 그곳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평생 해 온 강박관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링건 르위지(Ringan Ledwidge) 
올해 11월 광고업계는 전설적인 영화적 재능을 지닌 감독 링건 르위지를 잃었다. 제작사 래틀링 스틱(Rattling Stick)의 공동 창립자인 링건 르위지는 암에 걸려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장 스토리텔러였으며, 촬영장에서 항사 우아함과 관대함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동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는 더 가디언(The Guardian)의 'Three Little Pigs' 캠페인과 링스(Lynx)의 'Getting Dressed' 캠페인, 리바이스(Levi’s)의 'Dangerous Liaisons' 캠페인, 액스(Axe)의 'Susan Glenn' 캠페인을 비롯해 드로가5(Droga 5)와 함께 제작한 푸마(Puma)의 'After Hours Athlete' 캠페인, 와이든+케네디와 제작한 다수의 나이키(Nike)의 광고 등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광고를 선보였다.

존 맥게리(John McGarry)
맥게리보웬(McGarryBowen, 현재의 덴츠 맥게리보웬 Dentsu McGarryBowen)의 공동 창립자인 존 맥게리는 오랜 시간 파킨슨병을 앓다 지난 10월 8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영&루비캠(Young & Rubicam, 이하 Y&R)의 어카운트 디렉터(account director)로 시작해 CEO 자리에 올랐으며, 이후 WPP의 Y&R 인수에 앞장섰다. 2002년 전직 Y&R 임원인 고든 보웬(Gordon Bowen), 스튜어트 오웬(Stewart Owen)과 함께 맥게리보웬을 창립하기 전, '은퇴 시도 실패(a failed attempt at retirement)'라 불리는 회사를 운영했다. 그곳에서 그는 JP 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와 디즈니(Disney), 크래프트(Kraft), 프록터앤드겜블(Procter & Gamble Co.) 등의 고객을 유치했다.

몰리 파슬리(Molly Parsley)
페레이라 오델(Pereira O'Dell), AKQA, 에델만(Edelman) 등의 에이전시를 대표했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몰리 파슬리가 올 3월 사망했다. 파슬리는 기업의 명성 관리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했다.

론 포페일(Ron Popeil)
'Veg-O-Matic', 'Cap Snaffler', 'Ron Popeil’s Pocket Fisherman' 등의 상품을 히트시킨 최고의 마케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론 포페일이 지난 7월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직관적인 TV 광고 카피를 주로 썼으며 'Set it and forget it', 'Now how much would you pay?', 'But wait. There’s more!' 등의 카피가 널리 알려져 있다.

딕 로스(Dick Roth) 
검색 자문회사인 로스 어소시에이츠(Roth Associates, 현재 로스 라이언 헤이스(Roth Ryan Hayes)의 자회사)의 창립자인 딕 로스가 2020년 12월 31일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로스 어소시에이츠는 초기 에이전시 컨설팅 회사로 시작해, 하바스 월드와이드(Havas Worldwide)의 뉴욕 공동 의장이었던 매트 라이언(Matt Ryan)과 코드 앤드 시어리(Code and Theory)의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였던 크리스 헤이스(Chris Hayes)에 의해 2016년 인수됐다. 매트 라이언은 애드에이지에 보낸 성명을 통해 "로스는 급변하는 마케터와 에이전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직한 중개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그는 전략과 업무, 사람들까지 광고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했다"고 밝혔다.

하워드 루벤스타인(Howard Rubenstein)
PR 전문가인 하워드 루벤스타인은 2020년 12월 말께 세상을 떠났다. 그는 35년 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전 대통령의 조언자로 유명하다. 루베스타인은 의심이 많은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성공적으로 신뢰를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 받는다.

애드에이지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세계를 형성한 사람들은 떠나갔지만, 그들의 유산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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