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마케팅의 교과서 '코카콜라', 슬로건 변천사로 본 135년 브랜드 역사
현대 마케팅의 교과서 '코카콜라', 슬로건 변천사로 본 135년 브랜드 역사
  • 김수경
  • 승인 2021.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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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공황, 석유 파동, 세계대전, 대공황 등 시대상 광고 카피에 담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 브랜드 철학에 반영
"동시대와 호흡하며 사람들과 함께 웃고 기뻐하고 슬플 때 위로가 되는 브랜드가 목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브랜드 광고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관을 보여주거나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을 내세우기도 하고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와 유명 스타들의 이미지에 브랜드 색깔을 입히기도 한다.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Coca-Cola)는 이에 더해 변화하는 시대상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브랜드에 반영하는 광고 전략으로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브랜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일 브랜드브리프는 '현대 마케팅의 교과서'로 불리는 코카콜라의 135년 브랜드 역사를 역대 슬로건 변천사를 통해 살펴봤다.

시대상과 사회적 공감 메시지를 광고에 담아 낸 코카콜라의 브랜드 역사는 코카콜라가 탄생한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위대한 비알코올 음료(The Great National Temperance Beverage)' 광고. ⓒ코카콜라

코카콜라의 고향인 미국 조지아 주에서는 당시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17~18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당시 술의 소비량이 급증하자 정치인과 종교인을 주축으로 한 금주 운동이 한창이었다.

코카콜라의 창시자인 존 펨버턴(John Pemberton) 박사는 당시 코카콜라가 술과는 전혀 다른 음료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시자 코카콜라(Drink Coca-Cola, 1886)'라는 광고 카피를 선보였다.

1904년에는 '맛 좋고 상쾌한(Delicious And Refreshing, 1904)'이라는 카피로 코카콜라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1906년에는 '위대한 비알코올음료(The Great National Temperance Beverage, 1906)'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카피를 내놓았다.

이후 1920년, 미국 전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코카콜라는 술을 대신하는 음료로 주목 받으며 첫 번째 전성기를 맞게 된다.

1920년대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 ⓒ코카콜라

1920년대의 코카콜라 광고는 상쾌함과 편안함, 따뜻함과 위안의 메시지를 주로 담고 있다. 코카콜라가 1929년 선보인 '상쾌한 이 순간(The Pause That Refreshes, 1929)'이라는 카피는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며 사랑 받았다. 코카콜라와 함께 잠깐이라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해 10월 뉴욕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자 코카콜라는 '힘들 땐 코카콜라와 함께(when it’s hard to get started with Coca-Cola, 1929)'라는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 ⓒ코카콜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코카콜라의 광고 카피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코카콜라도 함께 갑니다(Coca-Cola Goes Along, 1939)'로 바뀌었다.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에게 '우리도 함께 한다'는 동반자적인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당시 코카콜라의 CEO였던 로버트 우드러프(Robert Woodruff)는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군인들이 전쟁터 어디서나 5센트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는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내내 미군이 배치되는 모든 전쟁터에서 코카콜라를 한 병 당 5센트에 공급했다. 전쟁 기간 동안 10개의 코카콜라 해외 공장이 세워졌고 50억 병의 코카콜라가 공급됐다.

고속도로 자판기가 등장한 1940~1950년대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 ⓒ코카콜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미국에서는 자동차 전성 시대가 열렸다.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도로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코카콜라도 새로운 광고 카피를 선보였다.

'코카콜라, 도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요(Coca-Cola, Along the Highway to Anywhere, 1949)'라는 카피는 차를 운전하고 가는 곳 어디에서나 코카콜라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광고 포스터 속에는 코카콜라를 판매하는 고속도로 자판기가 함께 등장한다. 이때부터 코카콜라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맛 볼 수 있는 '국민음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음반으로 발매돼 큰 인기를 끌었던 코카콜라 Hilltop 광고. ⓒ코카콜라

1960년대는 베를린 장벽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동서 간의 냉전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1969년 베트남전 철수를 골자로 하는 '닉슨 독트린(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가 직접 챙기라는 닉슨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이 발표되면서 냉전이 끝나고 점차 해빙기로 들어선다.

그 무렵 코카콜라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한 언덕 위에 모여 한 손에 코카콜라 병을 들고 함께 '세계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힐탑(Hilltop)'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 음악은 미국의 반전 열기와 맞물려 평화와 화합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주제가가 됐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광고 스타일도 화제를 모았다. 

노래 가사에는 코카콜라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화합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 카피 '오직 그것 뿐(It is the real thing, 1971)'이 포함돼 있으며 '온 세상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를 사주고 싶어요(I’d Like to Buy the World a Coke, 1971)'라는 가사가 특히 많은 인기를 끌었다.

편안한 웃음을 강조한 1970년대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 ⓒ코카콜라

미국의 암흑기이자 쇠퇴기로 불리는 1970년대는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으며 미국 경제는 낮은 성장률과 높은 물가라는 악재에 시달렸다.

코카콜라는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동안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 순간엔 코카콜라(Coke Adds Life, 1976)', 2차 석유 파동 직후인 1979년에는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Have a Coke and a Smile, 1979)'라는 카피로 "어렵지만 코카콜라와 함께 일상 속의 작은 기쁨을 즐기며 웃음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광고 포스터에도 사람들의 편안한 웃음을 강조한 이미지가 주로 등장했다.

'언제나 코카콜라' 광고 캠페인을 통해 데뷔한 코카콜라의 마스코트 북극곰. ⓒ코카콜라

1990년대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시대가 끝나고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촌을 뒤덮었다. 그 무렵 코카콜라는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 1993)'라는 대대적인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카콜라의 대표 마스코트인 북극곰이 이때 처음 광고에 등장했다.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며 코카콜라를 마시는 북극곰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다. 이후 코카콜라는 공동체의 화합, 우정, 사랑 등을 주제로 7년 동안 120편 이상의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 속 "코카콜라와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코카콜라를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북극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코카콜라 광고의 숨은 재미로 꼽힌다.

코카-콜라를 열면 행복이 온다! ‘행복을 여세요’ 캠페인
코카콜라의 '행복을 여세요' 캠페인. ⓒ코카콜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2009년, 코카콜라는 역설적으로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 2009)'라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보였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열었다. 코카콜라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코카콜라가 무한대로 나오거나 예쁜 꽃이 나오는 등 다양한 선물을 주는 '행복 자판기(Happiness Machine)' 이벤트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전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코카콜라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 2016)' 캠페인. ⓒ코카콜라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2016년 코카콜라는 7년 만에 새로운 광고 캠페인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 2016)'을 선보이며 코카콜라 본연의 짜릿하고 시원한 맛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코카콜라를 마시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열정적으로 악기를 연주한 뒤 마시는 시원한 코카콜라 등 짜릿한 코카콜라와 함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최근 코카콜라는 5년 만에 새롭게 바뀐 글로벌 슬로건 '리얼 매직(Real Magic)'을 공개했다. '리얼 매직'은 이전과 달라진 요즘 시대상을 반영해 우리가 일상 속 함께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변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마법 같은 순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앞으로의 일상은 서로가 더 가까워지고 마법같이 짜릿한 리얼 매직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코카콜라는 단순히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감성을 표현한 카피들을 선보인다"며 "코카콜라는 언제나 동시대와 호흡하며 사람들과 함께 웃고 기뻐하고 슬플 때 위로가 되는 음료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좌측 위)1886년 코카콜라 최초의 로고, 1887년 프랭크 로빈슨이 스펜서체를 활용해 만든 로고.
(좌측 아래)2007년 코카콜라 로고, 2021년 코카콜라 로고 '허그'. ⓒ코카콜라

한편 코카콜라는 1886년 창립 당시 단순한 폰트로 'COCA-COLA.'라고 적혀진 로고를 사용했다. 1년 뒤 존 펨버턴 박사의 회계사인 프랭크 로빈슨이 일종의 흘림체인 스펜서체를 활용해 두 개의 'C'를 절묘하게 배치한 로고를 공개하며 현재 코카콜라 로고의 탄생을 알렸다.

코카콜라는 이를 바탕으로 클래식한 전통을 지키면서 기울기와 굵기만 조금씩 변형한 로고를 선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는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로고를 사용해왔으며 최근에는 무언가를 감싸는 입체적인 형태의 '허그(Hug)' 로고를 공개했다.

한국 코카콜라 광고 모델로 활약한 배우 사미자(좌)와 박원숙. ⓒ코카콜라

1968년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코카콜라는 1974년부터 국내에서 자체 광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배우 사미자와 박원숙, 이종원, 심혜진, 채시라를 비롯해 무한도전 멤버, 2PM, 김연아, 방탄소년단(BTS), 레드벨벳 슬기, 박보검, 최우식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한국 정서에 맞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