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선한 의지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칸 라이언즈가 주목한 PR 트렌드
"브랜드의 선한 의지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칸 라이언즈가 주목한 PR 트렌드
  • 김수경
  • 승인 2021.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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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코리아 이성복 대표·PR학회장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참여
"브랜드 PR,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
8월 23일 '최인아 책방'서 유튜브 생중계로 열려… 한국PR협회 유튜브 채널서 온디맨드 서비스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좌),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좌),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브랜드의 선한 의지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진정성있는 브랜드 PR 활동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기업 활동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브랜드만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브랜드 PR 활동이 사회 변화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이 펼쳐졌다.

한국PR협회는 지난 23일 오후 7시 서울 선릉 최인아책방에서 'PR 피플 토크'를 열고, '브랜드 PR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와 성민정 한국PR학회장(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수상작을 중심으로 본 글로벌 PR 트렌드를 분석했다.

성민정 학회장은 토론에 앞서, 마케팅과 PR의 차이점에 대해 짚었다.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성 학회장은 "PR과 마케팅, 광고 등은 학문적 차이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 혼용되기도 한다"며 "전통적 개념으로 보면 마케팅은 소비와 구매를 유도하는 관련 행위를, PR은 한 조직이 조직을 둘러싼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마케팅 영역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협업이 중요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실무에서는 마케팅과 PR이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복 대표는 "칸 라이언즈도 이전까지 광고제로 불렸지만 PR 부문을 어워드에 추가하면서 서서히 융합되기 시작했다"며 "당시만 해도 PR 부문은 공익광고와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기업 최대 화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가 주목받으면서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브랜드 활동에 공익적 측면을 앞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칸 라이언즈 무대에 직접 올라 크리에이티비티 리더들에게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며 "그 이후부터 기업의 선한 의지가 담긴 PR 캠페인이 칸 라이언즈의 중심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경향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 ⓒ한국PR협회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 ⓒ한국PR협회

이성복 대표는 올해 100% 디지털로 진행된 '칸 라이언즈 라이브'를 통해 살펴본 8가지 크리에이티브 트렌드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올해 칸 라이언즈 어워드는 2020년과 2021년 작품을 나눠서 함께 심사했다. 늘 그렇듯 문제를 해결하는 크리에이티비티가 가장 대표적인 트렌드였다"며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교통 문제를 해결한 뭄바이 경찰국의 'The Punishing Signal' 캠페인,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힘겨운 치료 과정을 즐거운 음악적 경험으로 바꾼 우저(Woojer)의 'Sick Beats'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어 "테크놀로지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버거킹의 스티브니지 챌린지(Stevenage Challenge), 브랜드의 선한 행동으로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낸 AB인베브의 'Contract for change', 디지털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보여 준 빅이슈의 'Raising Profile', 코로나10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 준 마스터카드의 '로드사이드 마켓(Roadside Market)',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기꺼이 브랜드에 제공하게 만든 테네시주 관광개발국의 '웃음 추적기(Laugh Tracker)',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으로 새로운 창조를 보여준 치폴레의 'Chipotle x e.l.f. Cosmetics' 캠페인, 관행에서 벗어나 상상을 초월한 콘텐츠를 선보인 LIBRESSE의 '#WOMBSTORIES' 캠페인이 올해 칸 라이언즈가 주목한 주요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R 부문에서는 실행력, 접근성, 역발상, 협업 등 4가지 트렌드가 가장 돋보였다"고 말하며 칸 라이언즈 어워드 PR 부문 주요 수상작에 담긴 크리에이티비티를 분석했다. 

1. 실행력(Movement)
2016년 칸 라이언즈 어워드 PR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COOP의 'The Organic effect' 캠페인(포스만 & 보덴포스(Forsman & Bodenfors) 대행)은 유기농 식품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며 주목 받았다. 이 캠페인은 2주 동안 유기농 음식만 먹은 한 가족의 신체적 변화를 보여주며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 캠페인은 한 가족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게 해보니 체내 독성 검출량이 엄청나게 줄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캠페인 이후 COOP의 유기농 제품 판매량이 늘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진정성 있는 실행력이 PR 부문의 첫번째 키워드"라고 말했다.

2. 접근성(Accessibility)
2017년 칸 라이언즈 PR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의 'Fearless Girl'(맥칸 뉴욕(McCann New York) 대행)은 여성 리더십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그 해 가장 주목받은 캠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성복 대표는 "남성 중심의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황소상 앞에 세워진 이 소녀상은 이제 양성평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각상이 됐다"고 소개했다.

성민정 학회장은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여 높은 화제성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며 "개인들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했고, SNS를 활용해서 바이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캠페인이 크게 성공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9년 칸 라이언즈 PR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The Female Company의 '탐폰 북(The Tampon Book: A Book Against Tax Discrimination)' 캠페인(숄츠&프렌즈 베를린 (Scholz&Friends Berlin) 대행)은 여성용품 탐폰에 부가되던 높은 세금 문제를 공론화시켜 독일의 법을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PR 부문 그랑프리 작품인 슈퍼마켓 체인 스피니스(Spinneys)와 레바논 유방암 재단(Lebanese Breast Cancer Foundation)의 'The Bread Exam' 캠페인(맥칸 파리(McCann Paris) 대행)은 밀가루를 활용해 여성 누구나 쉽게 유방암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2021년 PR 부문 실버 라이언을 수상한 세계자연기금(WWF)의 'Your Plastic Diet'(그레이 말레이시아(GREY MALAYSIA, Petaling Jaya) 대행) 캠페인은 모든 사람들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성민정 학회장은 "여성들이 유방암 자가 진단 방법을 배우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데, 밀가루와 빵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캠페인이 돋보인다"며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 역발상(Reversal)
대담한 용기가 돋보인 역발상 캠페인도 칸 라이언즈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버거킹의 '몰디와퍼(The moldy whopper)' 캠페인(Miami X David Miami·Romania Bucharest 대행)은 인공첨가물과 방부제를 넣지 않은 버거킹의 대표 제품 '와퍼'가 썩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충격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 캠페인 이후 버거킹의 매출은 14% 증가했다. 

성민정 학회장은 "버거킹이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또한 놀랍다"며 "썩는 과정을 통해 와퍼가 진짜 음식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성복 대표는 "어떻게 보면 위험하지만 대단한 크리에이티비티"라며 "역발상의 핵심 가치는 지속성이다. 버거킹이 방부제가 없는 제품의 가치를 강조했다면 이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필란드에서 가장 추운 마을인 '살라(Salla)'가 2032 하계 올림픽 유치 도시에 지원한 내용을 담은 하우스 오브 라플란드(House of Lapland)의 'Salla 2032' 캠페인(Africa DDB Sao Paulo 대행)은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를 위트있게 비꼬며 2021 칸 라이언즈 어워드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스포츠(Entertainment Lions For Sport)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패션 브랜드 디젤(Diesel)의 'Enjoy before Returning' 캠페인(Publicis Italy 대행)은 온라인 판매의 40%에 해당하는 제품이 반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옷을 입고 파티를 즐긴 뒤 반품하라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단, 옷에 달린 태그를 겉으로 보이게 꺼내서 입을 것을 요청한다. 이 캠페인 집행 후 디젤의 매출은 24% 증가했고 반품률은 오프라인 매장 9%, 온라인 14%로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예테보리 필름 페스티벌(Göteborg Film Festival)은 'The isolated cinema'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예테보리 필름 페스티벌은 단 한명의 관객을 선정해 7일 동안 외딴 섬에서 영화를 보는 챌린지를 진행한다. 약 1만2000명의 지원자 중 최종 관객으로 뽑힌 스웨덴의 한 간호사는 7일 간 영화를 관람하고 매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후기를 남겼다.

이성복 대표는 "예테보리 필름 페스티벌은 원래 16만명 규모의 영화제였는데, 이 캠페인 이후 30만 명이 온라인으로 축제에 참여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칸 라이언즈 코리아 입장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크리에이티비티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4. 협업(Collaboration)
Inevitable news의 'The inevitable news' 캠페인(AREA 23, AN FCB HEALTH NETWORK COMPANY 대행)은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총기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뉴욕타임스, 가디언지 등 다양한 신문사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레드윙슈즈(Red wing shoes)의 'Labor day on' 캠페인(Droga5 대행)은 미국 노동절을 맞아 할인 행사 대신 실직자들을 위한 구인구직 정보를 전달해 이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이 캠페인에는 약 220개의 브랜드가 동참했으며 경쟁업체인 뉴발란스도 포함돼 있다.

이성복 대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경쟁업체끼리도 협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좌),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이성복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표이사(좌), 성민정 한국PR학회장. ⓒ한국PR협회

칸 라이언즈 수상작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PR 트렌드를 함께 살펴 본 성민정 학회장은 "PR 관점에서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이디어가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의 공통점 같다"며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적 변화를 가져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성복 대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더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가 나왔다. 악재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모두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며 "그 고민은 지속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성 학회장은 "크리에이티비티의 지평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재밌고 깜짝 놀랄만한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며 이 대표에게 "이런 트렌드는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가"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브랜드가 사회 문제에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단순 트렌드가 아니라, 인류가 심각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코로나가 그 위기 의식을 가속화시켰고, 문제의 해답은 크리에이티비티에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브랜드의 선한 의지와 행동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진정을 갖고 선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브랜드 액티비즘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PR협회가 주관한 'PR 피플 토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해당 영상은 한국PR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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