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드로가,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CEO로 이동… 세계 4위 대행사 이끈다
데이비드 드로가,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CEO로 이동… 세계 4위 대행사 이끈다
  • 김수경
  • 승인 2021.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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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P, 옴니콤 그룹, 퍼블리시스 그룹에 이은 세계 4위 규모 대행사 수장으로 이동
"지주회사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실무 CEO, 새로운 혁신과 아이디어 기대"
데이비드 드로가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신임 CEO. ⓒDroga5

독립 광고대행사 드로가5(Droga5)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드로가(David Droga)가 액센츄어 인터랙티브(Accenture Interactive)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의장으로 선임됐다.

앞으로 그는 WPP,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에 이은 세계 4위 규모의 대행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의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23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드로가는 퇴임을 앞둔 브라이언 위플(Brian Whipple) CEO의 뒤를 이어 오는 9월 1일부터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의 경영을 맡게 된다. 

연매출 약 2억 달러(한화 약 2367억원) 규모의 드로가5를 이끌던 데이비드 드로가는, 연매출 106억 달러(약 12조5451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형 회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과 조직 문화를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비드 드로가의 크리에이티비티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운영은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한 통찰력과 영감을 실행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드로가5의 한 전직 임원은 "그의 풍부한 카리스마와 패기는 지주회사 간 경쟁과 고객 유치에 있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WPP의 마크 리드(Mark Read) CEO, 퍼블리시스 그룹의 아서 사둔(Arthur Sadoun) CEO와 같이 현재 대부분의 지주회사는 크리에이티브한 인물이 아닌, 금융권 출신 CEO들이 이끌고 있다"고 말하며 데이비드 드로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R3의 공동창립자 겸 의장인 그렉 폴(Greg Paull)은 "크리에이티브한 실무자가 컨설팅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데이비드는 과거 경영진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의 영국, 독일, 일본, 호주 지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혁신과 아이디어는 효과와 효율성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데이비드 드로가를 CEO에 선임한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주도하는 컨설팅을 지향하는 액센츄어의 야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드로가5는 지난 2019년 4월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에 인수된 이후 광고 업계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정확한 인수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데이비드 드로가는 4억7500만 달러(한화 약 5621억6250만원) 이상 규모라고 밝혔다.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드로가는 최고의 크리에이티브와 고객 경험,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고유의 능력을 활용해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needs)와 기대에 직면하게 되면서 액센츄어는 브랜드부터 데이터, 인공지능, 최신 기술, 마케팅 운영에 이르기까지 고객 연결과 영업,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위플이 경영을 맡았던 지난 10년 간, 액센츄어 인터랙티브는 106억 달러(약 12조5451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2018 칸 라이언즈 무대에 선 데이비드 드로가. ⓒ브랜드브리프 DB

드로가5는 지난해 애드에이지가 선정한 '올해의 에이전시'에 선정됐으며 R3와 컴버전스(Comvergence)가 선정한 신규 비즈니스 랭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인수 후 시너지를 입증했다. 또한 펫코(Petco), 마세라티(Maserati),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 올스테이트(Allstate) 등 20개의 신규 클라이언트를 확보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올스테이트의 경우, 지난 60년 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레오버넷(Leo Burnett)과의 계약을 종료한 뒤 드로가5를 새로운 대행사로 선택했다.

드로가5는 2020년, 기존 클라이언트를 기반으로 한 25%의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포함해 총매출이 17% 증가했다. 올해 드로가는 일본 도쿄에 진출했으며 1년 내 중국과 브라질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드로가는 "액센츄어 인터랙티브는 데이터, 크리에이티티, 기술이 교차하는 분야를 빠르게 선도하는 디지털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고객들을 위해 계속해서 전영역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상호작용과 경험에 있어 우리가 가진 최상의 크리에이티브와 검증된 전문성, 세계적 수준의 독창성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비드 드로가가 빠진 드로가5는 그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임하는 대신 현 경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드로가5는 닐 헤이만(Neil Heymann) 글로벌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Global Chief Creative Officer)와 조니 바우어(Jonny Bauer) 글로벌 최고 전략 책임자(Global Chief Strategy Officer)의 사임 뒤에도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는 대신 현재 리더들을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팀 고든(Tim Gordon)과 펠릭스 리처(Felix Richter) 뉴욕 CCO, 데이브 콜버즈(Dave Kolbusz) 런던 CCO, 해리 로만 토레스(Harry Román-Torres) 최고 브랜드 전략 책임자가 드로가5의 전반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데이비드 드로가는 예전부터 "드로가5의 저력은 나 한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육성해 온 인재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올 초 애드에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며 "드로가5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에게 항상 그렇게 얘기해왔다. 만약 내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 그 직원은 내가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리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불리는 데이비드 드로가가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에서 새로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