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블랙핑크 로제 내세운 '티파니앤코', 단골 고객 모욕한 마케팅으로 뭇매
오드리 헵번→블랙핑크 로제 내세운 '티파니앤코', 단골 고객 모욕한 마케팅으로 뭇매
  • 김수경
  • 승인 2021.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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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트렌디해진 티파니의 변화 강조하기 위해 'Not your mother's Tiffany' 내세워
주요 고객층인 중년 여성에게 모욕감과 소외감 느끼게했다는 부정적 반응 이어져
티파니앤코, LVMH에 인수된 후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펼쳐
Not your mother's Tiffany 캠페인. ⓒTiffany & Co
'Not your mother's Tiffany' 캠페인. ⓒTiffany & Co

'여성들의 로망'으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 & Co)가 단골 고객을 모욕하는 듯한 마케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3일 광고·디자인·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티파니앤코는 최근 젊은층을 겨냥한 신규 캠페인 'Not your mother's Tiffany(당신 어머니의 티파니가 아니다)'를 선보였다.

티파니앤코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광고 영상에는 'Not your mother's Tiffany'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대형 포스터가 등장한다. 포스터 속 모델은 고급 보석 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드레스 대신 캐주얼한 청바지와 민소매 티셔츠, 데님 셔츠를 입고 있고 티파니앤코의 대표 제품인 '프로포즈 반지'나 '결혼 반지' 대신 젊고 트렌디한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다.

티파니앤코의 상징과도 같은 '티파니 블루' 색상은 광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Not your mother's Tiffany' 캠페인. ⓒTiffany & Co

티파니앤코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해 온 기존 광고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겨냥해 과감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광고 문구가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티파니앤코는 브랜드가 새롭고 젊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Not your mother's Tiffany'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그간 티파니앤코를 애용해 온 단골 고객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모욕하고 소외시키는 듯한 광고 문구에 배신감을 느꼈다. 

아트·디자인 전문 매체 크리에이티브 블로크(Creative Bloq)에 따르면 티파니앤코의 신규 캠페인에 대한 소셜미디어 상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인 중년 여성 사이에서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티파니앤코 광고를 접한 네티즌들은 "지난 15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딸들의 홈스쿨링을 책임져 온 엄마로서 이 캠페인에 매우 불쾌감을 느낀다", "남편의 기분을 해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티파니의 결혼 반지와 약혼 반지를 벗어버리고 싶다", "티파니는 클래식하면서도 상징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왜 세대간의 대립을 조장하려고 하는가? 내 딸들은 내가 가진 보석들을 좋아하고 그걸 갖고 싶어한다"고 꼬집었다. 

티파니앤코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 '올즈모빌(Oldsmobile)'이 지난 1988년 선보인 'This is not your father’s Oldsmobile(이것은 당신 아버지가 타던 올즈모빌이 아닙니다)' 캠페인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올즈모빌' 또한 젊은 세대를 겨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해 실패한 캠페인으로 남았다.

광고대행사 MUH-TAY-ZIK / HOF-FER의 조엘 카플란(Joel Kaplan) 제작전문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or, ECD)은 "티파니처럼 상징적인 브랜드라면, MZ세대를 끌어당기기 위한 좀 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길 기대했다"며 "티파니앤코는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분위기를 지키는 대신, 그에 반기를 드는 단순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고객들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티파니앤코의 인스타그램에는 해당 광고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티파니앤코는 현재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을 보유한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올 1월 158억 달러(한화 약 18조원)에 티파니앤코를 인수한 뒤 티파니앤코의 보수적이고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공격적이면서도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LVMH는 루이비통 영업 담당 부회장 출신인 앤서니 레드루(Anthony Ledru)를 티파니앤코의 CEO로 내세우고 레브론(Revlon), 엘르(Elle), 시세이도(Shiseido) 등의 브랜드를 담당한 루바 아부 니마(Ruba Abu-Nimah)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선임하는 등 새로운 경영진을 투입시켰다. 

또한 세계적인 K팝 아이돌인 ​​블랙핑크 로제(ROSE)와 배우 애니아 테일러 조이(Anya Taylor-Joy),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이자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모델로도 유명한 에일린 구(Eileen Gu)에 이어 최근에는 비욘세(Beyonce)와 제이지(Jay-Z)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등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십년 간 브랜드를 대표해 온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과 티파니 블루를 벗어난 티파니앤코의 새로운 전략이 브랜드의 미래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중 한 장면. ⓒ마운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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