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경험을 팝니다"… 더현대서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밝힌 '리테일 테라피' 전략
"공간과 경험을 팝니다"… 더현대서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밝힌 '리테일 테라피' 전략
  • 김수경
  • 승인 2021.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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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넘어 공간과 경험 제공하며 재방문 이끄는 '리테일 테라피' 콘셉트 적용
"8개 층 전체의 조화 이루는 디자인에 집중… 더현대서울만의 감성으로 통일"
"미래형 백화점으로서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경험 제공해 나갈 것"
'더현대서울'의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만난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인테리어팀 김연희 선임. ⓒ정상윤 기자

"백화점은 더 이상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획일화 된 백화점 인테리어도 바뀔 필요가 있었죠. 더현대서울은 그 변화의 시작입니다."

올해 2월 26일 문을 연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서울이 '백화점엔 창문과 시계가 없다'는 낡은 공식을 깨고, 자연채광과 수풀이 우거진 공간을 선보이며 미래형 백화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더현대서울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인테리어팀의 김연희 선임을 만나 더현대서울 곳곳에 녹아있는 디자인 전략을 공유했다.

미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연희 선임은 학생 시절부터 리테일 디자인에 푹 빠져지냈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들을 둘러 보며 리테일 디자인에 대한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졸업 후 곧바로 리테일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김연희 선임은 "더현대서울은 건물 전체에 리테일 테라피를 접목했다"며 "리테일 테라피란,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통해 힐링하고 그 과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재방문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쇼핑을 통한 치유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백화점 인테리어는 제한된 면적 안에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매장을 최대한 넣는 것을 중시했다"며 "직접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고객 휴게 공간으로 전체 면적의 절반 가량을 사용한 것은 국내 백화점 중 더현대서울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더현대서울 내부. ⓒ브랜드브리프
1층부터 6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보이드'가 적용된 더현대서울 내부. ⓒ브랜드브리프

더현대서울은 1층 입구에서부터 6층까지 건물 천창을 통해 내려오는 자연 채광을 맞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는 천장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건축 기법인 보이드(Void)가 적용됐다. 보이드는 건물의 수직적 연결성을 주는 요소로, 한 위치에서 전체 층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시선의 개방감을 준다.

보이드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오브제적인 요소를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층에 자리한 12미터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740㎡, 224평)이다. 고객들의 시선이 머무르는 '워터폴 가든' 옆 매장에는 특색있는 카페들을 입점시켜 오브제의 역할을 극대화했다. 작은 보이드와 에스컬레이터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설치해 이동하는 고객들의 시선이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5층과 6층에는 대형 실내 정원인 '사운즈 포레스트'(3300㎡, 1000평)가 들어서 도심 속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 이 곳엔 50여그루의 실제 나무와 천연 잔디가 심어져 있다. 

김 선임은 "건물 전체에 곡선을 적용하고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 온 유기적인 요소들을 실내에 표현했다. 공간 자체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면적이 넓다보니 고객들이 더현대서울에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도록 하는데 공을 들였다. 또, 더현대서울 각각의 공간이 합쳐졌을 때 하나의 공간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과 색상을 통일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의 '워터폴 가든' 앞 김연희 선임. ⓒ정상윤 기자

더현대서울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이자 영국의 '로이드 빌딩'과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설계한 건물이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인테리어 전문회사 9곳과 협업해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워터폴 가든'은 버디필렉(Burdifilek), '사운즈 포레스트'는 디자인 알레가 담당했으며 CMK, Sinato, 칼리슨 알티케이엘(Callison RTKL), 계선, betwin, LABOTORY, JAIME HAYON 등과 협업했다.

김연희 선임은 "전체 영업면적이 8만9100㎡로 워낙 크고 넓다보니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고 동시에 가장 중요했다"며 "한 층에서 하나의 요소가 바뀌어도 다른 층에 영향을 미친다. 8개 층을 조화롭게 하나 하나 맞춰서 협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한 컬러보다는 뉴트럴 톤으로 볼드하게 표현해 더현대서울만의 감성을 완성시켰다. 이를 위해 브랜드는 상품만 진열하고 인테리어, 집기, 조명은 모두 더현대서울 디자인으로 구성했다"며 "인테리어에만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기존 백화점과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다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했다. 우리가 의도한대로 고객들이 받아들여줄지가 관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올 2월 기대와 우려 속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오픈 직후부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자연친화적인 힐링 공간과 함께 아르켓(ARKET), 뱀포드(BAMFORD), 지포어(G-FORE), 언커먼스토어, 나이스웨더 등 더현대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 더현대서울은 개관 2주 만에 2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오픈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올 연매출 목표를 63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김연희 인테리어팀 선임. ⓒ정상윤 기자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인테리어팀 김연희 선임. ⓒ정상윤 기자

김연희 선임은 "사운즈 포레스트가 새로운 포토존이 돼 있고, 한동안 SNS의 새로운 피드에 더현대서울 소식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며 '아, 됐구나' 하고 느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 여행을 못가는 상황에서 더현대서울이 새로운 힐링 공간이 됐다는 반응이 가장 뿌듯하고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공간을 다채롭고 다양하게 구성해서 한층 한층 다 돌고 싶게 만든게 신기하다는 얘기도 큰 힘이 됐다"며 "부모님께서도 더현대서울 전체 층을 다 돌았는데, 전혀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셔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더현대서울은 세계적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MONOCLE)'이 선정한 '2020~2021년 디자인 어워드 톱 50'에서 리테일 부문 최고의 디자인으로 뽑혔다.

모노클은 더현대서울에 대해 "리테일의 부흥을 이끌 엄청난 프로젝트"라며 "더현대서울은 세계 최고의 쇼핑센터가 되겠다는 높은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훌륭하게 디자인 됐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은 "세계적인 건축가,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더현대서울의 디자인이 글로벌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감격적"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더현대서울을 직접 보기 위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더현대서울은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미래형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키워드와 플랫폼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고객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연희 선임은 "미래라고 함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의 급변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반응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현대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브랜드,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 이슈가 될 수 있는 주목받는 공간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현대서울은 문화와 예술, 쉼이 있는 공간으로서 새로운 것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백화점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계속해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인테리어팀 김연희 선임.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