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6년만에 서태지 '컴백홈' 소환… 힙한 광고 '비스포크'의 전략은?
삼성전자, 26년만에 서태지 '컴백홈' 소환… 힙한 광고 '비스포크'의 전략은?
  • 김수경
  • 승인 2021.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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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 비스포크 홈' 캠페인 담당한 제일기획 이슬기 CD 인터뷰
기존 가전 광고의 공식을 깬, 새로운 크리에이티비티로 주목
X세대에겐 향수를, MZ세대에겐 새로운 힙함을 선사… 전세대 아우르는 광고 전략

X세대(1968년 전후에 태어난 세대)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뭉클함으로, MZ세대(1980~2000년대생)에겐 힙한 새로움으로. 지난 1995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 전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 음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삼성전자의 '컴 비스포크 홈(Come Bespoke Home)' 캠페인을 대행한 제일기획의 이슬기 CD를 만나 광고 속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했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슬기 CD는 "비스포크 홈이라는 테마로 10가지가 넘는 가전 라인업을 소개하는 동시에 기존 가전과 다른 비스포크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과제였다"며 "뮤직비디오처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라는 노래를 비스포크 홈 가전들이 부르는 아이디어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는 최근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배경음악으로 TV 광고를 선보였다. 제품의 성능과 특징을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기존 가전 광고의 틀을 깨고,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광고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광고 분량은 60초로, 일반적인 15초 광고의 4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편성이다. 

광고의 핵심은 단연, BGM으로 삽입된 '컴백홈'이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가전인 만큼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광고 말미, '나를 완성하겠어'라는 '컴백홈'의 가사는 '비스포크'의 핵심 메시지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탁월한 음악 선택을 증명한다.

이슬기 CD는 "팀의 막내였던 정재윤 프로(90년대생)가 이 노래를 제안했고, 그 때 가능성을 느꼈다"며 "이 음악을 들으면서 크지 않았던 친구들에게도 컴백홈이 매력적인 사운드로 들린다는 점에서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싱크 작업 때문에 부분 편집을 거쳤지만, 놀랍게도 원곡의 사운드가 훌륭해서 거의 그대로를 광고에 썼다"고 전했다.

제일기획 이슬기 CD. ⓒ브랜드브리프

그렇게 탄생한 '컴 비스포크 홈' 광고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비스포크 가전 10여종이 모두 등장해 '컴백홈' 노래에 맞춰 격렬하게 춤을 춘다.

이 CD는 "광고 속 가전들이 노래에 맞춰 움직이는 장면은 비스포크 홈 가전들이 사람들에게 집으로 오라고 노래하는 것"이라며 "가전들이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문을 여닫는 장면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스포크 냉장고가 문을 열고 닫으며 노래하는 부분을 찍을 때, 많은 기술을 써서 냉장고의 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3일째 촬영의 늦은 밤이었기에 너무 피곤했지만 중요한 장면이어서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결국 오케이 컷은 감독님이 직접 아래에서 손으로 연기하신 버전이었다"고 전했다.

'컴백홈' 특유의 박자감을 정확하게 살리는 건 어떤 기술보다도, 그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의 손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컴 비스포크 홈' 캠페인. ⓒ삼성전자

춤을 추는 가전에는 '비스포크'만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녹아있다. 비스포크 냉장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비어있는 공간에 딱 맞게 들어가는 '키친핏' 기능을 보여주며, 그랑데 AI는 직렬이나 병렬 모두 쓸 수 있는 장점을 강조한다. 에어컨은 무풍기능을 보여주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모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품의 기능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 보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음악으로 전달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제일기획 이슬기 CD. ⓒ브랜드브리프

그 결과, 지난 5월 14일 온에어된 '컴 비스포크 홈' 캠페인은 약 한 달 반 만에 유튜브 조회수 2250만 뷰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은 가전 광고의 조회수가 2000만 뷰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가전제품 광고보다 힙하다. 광고를 검색해서 찾아볼 줄이야", "언제나 평범하게 무심히 흘려보내던 광고였는데 집중하고 본 광고는 이 광고가 처음이네요 음악의 힘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이건 광고가 아니라 예술"과 같은 호평을 쏟아냈고 현재 댓글 수는 1300개를 넘어섰다.

'컴 비스포크 홈' 캠페인은 현재 주력 소비층인 X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미래 최대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겐 '힙한 광고, 힙한 브랜드'로 '비스포크'를 각인시키며 다른 취향을 가진 두 세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이슬기 CD는 "3040 소비자들 중에 뭔가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마음에 공감이 갔다"며 "메시지로 하려고 하면 전달되지 않는 감정이 잘 전달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틀에 박힌 가전 광고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비티로 주목받은 이슬기 CD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모든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상 생활에서 순간 순간의 느낌이나 감정을 인지하고 그 이유를 알아내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며 "광고를 만들 때 그 느낌의 포뮬라를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좋은 사람으로서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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