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다…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
로봇으로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다…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
  • 은현주
  • 승인 2021.04.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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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활용
사람 대체하는 로봇 아닌,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아바타 로봇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고용 시스템 고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는 매년 아·태 지역의 문화와 맥락을 반영한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선정해 시상한다. 2021년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고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제목: 아바타 로봇 카페 (AVATAR ROBOT CAFE)
수상: 이노베이션(Innovation)부문 그랑프리(Grand Prix) 
출품사: ADK 크리에이티브 원 (ADK CREATIVE ONE Tokyo, JAPAN)
광고주: 오리 랩 (ORY LABORATORY)

지난 2019년 10월 7일 일본 도쿄의 비즈니스 지역 한 가운데 위치한 오테마치(Otemachi) 거리에 로봇이 손님을 응대하는 '아바타 로봇 카페'(AVATAR ROBOT CAFE)가 문을 열었다. 

오리랩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 ⓒSpikes Asia
오리랩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 ⓒSpikes Asi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게되면서 로봇이 주문을 받고 손님들에게 음료를 가져다 주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사람들이 오리랩(ORY Lab)의 아바타 로봇 카페에 주목한 진짜 이유는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의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로봇 이면에 30명의 진짜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바타 로봇 카페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곳이다. 카페에 방문한 손님이 보기엔 로봇 밖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과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 로봇을 통해 손님과 대화도 하고 주문한 음료를 테이블로 가져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바타 로봇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오리히메' 로봇과 카페 손님. ⓒOry Lab
아바타 로봇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오리히메' 로봇과 카페 손님. ⓒOry Lab

아바타(Avatar)는 온라인에서 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 또는 분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카페에서 일을 하는 로봇 이름은 오리히메(OriHime). 아바타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오리랩(OryLab)은 '커뮤니메이션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류의 외로움을 해결하자'라는 기업 모토를 갖고 장애인들이 그들의 아바타로 오리히메 로봇을 통해 카페에서 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오리 요시푸지(Ory Yoshifuji)오리랩 대표. ⓒOry Lab
오리 요시푸지(Ory Yoshifuji) 오리랩 대표. ⓒOry Lab

일본 국무조정실(Cabinet Office of Japan)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나이가 많거나 정신적 질병, 신체 장애로 인해 집에만 머무르는 인구가 약 34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력 부족이 일본의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지만 일본 내 신체장애인의 고용률은 5% 안팎에 머물러 있고 장애인의 고용률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신체장애를 가진 사에(Sae)는 "지금까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무한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나는 누군가를 도울수도, 무엇인가를 이뤄낼수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행사 ADK 크리에이티브 원(ADK CREATIVE ONE)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차별과 편견이라는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ADK 크리에이티브 원 측은 "장애인들은 다른사람들의 도움보다 그들이 직접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랩(OryLab)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일본 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자동화 카페(Work-Remotely-Cafe)라는 사회 실험을 계획했다.  

오리랩은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2019년 1월부터 7월 말까지 9개 기업에서 약 75만 달러(한화 8억3700만원)를 후원 받았고 같은해 8월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54명의 개인 후원자로부터 약 10만 달러(약 1억1170만원)를 모금했다.

약 9개월 동안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비용을 마련한 오리랩은 아바타 로봇 카페에 고용인으로 참여할 장애인들을 모집했고 이 중 30명을 선발해 고객 응대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 오리랩은 장애인들이 카페 현장에 실제로 있지 않더라도 아바타 로봇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오리히메의 인터페이스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오리히메는 시선의 이동, 특수 리모컨,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 마우스를 사용해 작동할 수 있다. 

아바타 로봇 카페 프로젝트에 참여한 쇼타 쿠와하라(Shota Kuwahara). 그는 근육위축병을 앓고 있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Ory Lab
아바타 로봇 카페 프로젝트에 참여한 쇼타 쿠와하라(Shota Kuwahara). 그는 근육위축병을 앓고 있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Ory Lab

오리랩은 아바타 로봇을 개발할 때 사용자의 조작 편리성 외에 카페를 방문한 고객과 원활이 소통할 수 있도록 실시간 대화 기능도 추가했다. 로봇을 매개로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장애인들은 외부와 소통할 수 있고 카페 손님들은 그들이 자주 만나지 못했던 장애를 가진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카페를 운영했던 3주 동안 약 1200명의 사람들이 방문했고 일본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내각대표와 야당대표도 다녀갔다. 이 프로젝트는 미디어에서 500회 이상 다뤄졌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바타 로봇 카페 프로젝트에 참여한 5명의 장애인들이 프로젝트 종료 후 일자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첫문을 연 아바타 로봇 카페는 같은해 12월, 2020년 1월 세 번째 실험을 이어나갔고 2021년 6월 일본 니혼바시 상업지구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노베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요아킴 보그스트롬(Joakim (jab) Borgström) BBH 월드와이드 CCO는 "아바타 로봇 카페는 미래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며 "아바타 로봇 카페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노베이션 부문은 문제 해결, 테크놀로지, 틀을 깨는 획기적인 이노베이션을 높이 평가하며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21년 스파이크스 아시아 어워즈 전 부문 수상작품은 스파이크스 아시아 홈페이지(www.spikes.asia)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온라인 어워즈를 선보인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2022년 2월 싱가포르에서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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