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5 광고대행사,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지난해 2만2000여명 해고
글로벌 톱5 광고대행사,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지난해 2만2000여명 해고
  • 김수경
  • 승인 2021.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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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광고대행사 매출에 악영향
WPP·퍼블리시스·옴니콤·인터퍼블릭·덴츠, 지난해 2만2058명 해고
2020년 5개사 매출액도 나란히 역성장… "실적 개선 위해 인건비 감축"
2020년 글로벌 톱5 광고대행사 인원 감축 현황. ⓒ애드에이지

글로벌 5대 광고대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지난해 2만2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광고대행사 특성상, 직원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의 데이터센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톱5 광고 지주회사인 WPP와 퍼블리시스(Publicis), 옴니콤(Omnicom), 인터퍼블릭(Interpublic), 덴츠(Dentsu)가 팬데믹 기간 동안 2만2058명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보면 WPP는 6956명을 감축해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퍼블리시스 3235명, 옴니콤 5900명, 인터퍼블릭 4100명, 덴츠 1867명을 각각 감축했다. 이로써 5개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5.8%가 감소한 35만8663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팬데믹 영향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광고·마케팅 비용을 줄이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광고대행사들이 선택한 방안은 인력 감축이었다.

기업 인수 비용과 배당, 환율 등의 요인을 감안한 5개 광고대행사의 지난해 매출은 평균 8.3% 감소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줄자 인건비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퍼블리시스의 인건비 비중은 2020년 글로벌 매출의 64.3%에 달했으며 인터퍼블릭은 66.3%, WPP는 67.2%를 기록했다.   

ⓒ애드에이지

WPP는 지난해 매출 8.2%가 감소했고 직원의 6.5%를 정리했다. 같은 기간 퍼블리시스는 매출 6.3%가 줄었고 직원의 39%를, 옴니콤은 매출 11.1%가 줄었고 직원의 8.4%를, 인터퍼블릭은 매출 4.8%가 줄고 직원의 7.6%를, 덴츠는 매출의 11.1%가 줄고 직원의 2.8%를 각각 감축했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폭이 가장 낮은 회사는 인터퍼블릭(-4.8%), 가장 높은 회사는 옴니콤(11.1%)과 덴츠(11.1%)였다. 같은 기간 인원 감축율이 가장 낮은 회사는 덴츠(2.8%), 가장 높은 회사는 옴니콤(8.4%)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을 평균 직원 수로 나눈 금액은 1인당 15만4300달러(한화 약 1억7436만원)를 기록한 인터퍼블릭이 가장 높았다. 이어 옴니콤(14만6900달러, 1억6600만원), 퍼블리시스(13만5700달러, 1억5334만원), WPP(12만1300달러, 1억3707만원), 덴츠(11만9400달러, 1억3492만원) 순이다.

투자자들은 인터퍼블릭의 지난해 실적에 만족감을 표했으며, 올 3월 인터퍼블릭의 주가는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덴츠는 매출 감소에 비해 인원 감축률이 가장 낮은 회사로 확인됐다.

이에 덴츠는 지난해 8월, 사업 간소화와 운영비 절감, 대차대조표 개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포괄적 검토 및 가속화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덴츠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인 덴츠 인터내셔널(Dentsu International)은 내년 말까지 글로벌 전체 직원의 약 12.5%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 할 계획이다.

올 초 DDB 출신의 웬디 클라크(Wendy Clark)를 CEO로 영입한 덴츠 인터내셔널은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2년 내 현재 16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Carat, iProspect, Dentsu X, Dentsumcgarrybowen, Isobar, Merkle 등 6개의 글로벌 리더십 브랜드로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덴츠인터내셔널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2020년 4분기 전체 인원 대비 2021년 말쯤 총 인원수가 약 1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덴츠 인터내셔널 측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에게 더 투명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운영 시스템이 더욱 간소화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은 덴츠 인터내셔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덴츠 인터내셔널에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과 영국이다. 이번 구조 조정이 완료되면 2021년 말부터 매년 약 5억3000만 달러(한화 약 575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덴츠는 조직 개편과 함께 기업 인수와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6년 덴츠는 데이터 마케팅 대행사인 머클(Merkle) 지분 인수를 비롯해 역사상 가장 많은 45건의 인수를 진행했다. 이후 2020년에는 머클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했다. 공격적인 인수에 나선 결과, 덴츠의 전세계 직원은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애드에이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상황은 2009년 전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린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곤 한다.

글로벌 5대 광고대행사의 인력 현황을 보면, 2009년 26만5745명에서 2020년 35만8663명으로 34.9%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광고대행사의 실제 인력이 증가한 것이 아닌, 기업 인수 과정에서 늘어난 인원이다.

금융 위기 이후, 광고대행사들은 디지털 광고대행사를 비롯해 최신 테크놀로지와 IT,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위 광고대행사인 WPP는 해당 기간 24/7 Real Media(2007년), 테일러 넬슨 소퍼스(Taylor Nelson Sofres, 2008년), 디지털 대행사 AKQA(2012년), 호주의 STW(2016년)를 인수했으며 2019년에는 연구 분석 기관인 칸타(Kantar)의 주요 지분을 포함해 다양한 비핵심 지분을 매각했다.

퍼블리시스는 디지타스(Digitas, 2007년), 레이저피쉬(Razorfish, 2009년), 로제타(Rosetta, 2011년), LBi(2013년), 사피엔트(Sapient, 2015년), 엡실런(Epsilon, 2019년)을 인수했으며 퍼블리시스 헬스 서비스(Publicis Health Services, 2019년)를 매각했다.

옴니콤은 클레멘저(Clemenger, 2011년), 마리나 마허(Marina Maher, 2011년), 무드라(Mudra, 2011년), GrupoABC(2016년)를 인수했으며 버나드 호즈(Bernad Hodes, 2013년)와 노부스(Novus, 2017년), 셀비텔(Sellbytel, 2018년), 마켓스타(MarketStar, 2019년)를 매각했다.

인터퍼블릭은 리프라이즈(Reprise, 2007년), 휴지(Huge, 2008년), 프로페로(Profero, 2014년), 미디어 엑스퍼트(Media Experts, 2015년), 브루클린 브라더스(Brooklyn Brothers, 2016년), 리바이브헬스(ReviveHealth, 2016년), 솔트(Salt, 2017년), 액시엄(Acxiom, 2018년)을 인수, 데일레이(Dailey, 2017년), TM(2017년), 피즈코(Fitzco, 2019년)와 카사노바//맥칸(Cassanova//McCann, 2020년)의 주요 지분을 매각했다.

덴츠는 맥거리보웬(Mcgarrybowen, 2008년), 360i(2010년), Aegis(Carat, iProspect, Isobar, 2013년), MKTG(2014년), 자이로(Gyro, 2016년), 머클(Merkle, 2016년)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해 2020년 덴츠의 직원 수는 247%(4만5949명), 퍼블리시스는 76.2%(3만4598명), 인터퍼블릭은 25.5%(1만2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WPP와 옴니콤의 직원 수는 각각 1.08%(1071명), 1.74%(1100명) 늘어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애드에이지 데이터센터는 "5대 광고대행사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모두 인력을 감축했지만 2009년 금융 위기 당시보다는 훨씬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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