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고 불타는 지구, 가해자는 인간"… BBC, 광고판을 파괴하다
"찢기고 불타는 지구, 가해자는 인간"… BBC, 광고판을 파괴하다
  • 김수경
  • 승인 2021.02.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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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다큐멘터리 '퍼펙트 플래닛' 시리즈 광고 캠페인
"지구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사실도 알려야"
옥외광고에 사용된 모든 재료 100% 재활용 가능… BBC크리에이티브팀 제작

영국 공영 방송 BBC가 위기에 처한 지구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옥외광고판을 찢고 불태우는 과감한 캠페인을 펼쳤다.

10일 광고·디자인·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의 보도에 따르면 BBC는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퍼펙트 플래닛(A Perfect Planet)'을 홍보하기 위해 영국 내 설치된 옥외광고판을 파괴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퍼펙트 플래닛' 시리즈의 내레이터이자 영국의 유명한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아텐버러 경(Sir David Attenborough)은 모든 시리즈를 마치며 "지구는 완벽한 행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을 가장 파괴적인 존재로 지목하며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했다.

BBC 크리에이티브팀은 애튼버러 경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모습을 광고판에 담아 생생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BBC 측은 '퍼펙트 플래닛' 시리즈는 끝났지만 지구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BBC 다큐멘터리 'A Perfect Planet' 캠페인. ⓒBBC

BBC는 지난해 11월부터 빌보드 광고판에 '퍼펙트 플래닛' 광고를 실었다. 당시 광고판에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구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퍼펙트 플래닛' 시리즈가 끝나 갈 무렵, 광고는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점차 파괴되기 시작했다.

BBC 다큐멘터리 'A Perfect Planet' 캠페인. ⓒBBC
BBC 다큐멘터리 'A Perfect Planet' 캠페인. ⓒBBC

초반 광고에 실렸던 물고기들은 광고의 일부가 파괴된 후 플라스틱 페트병과 봉지로 변했고, 울창한 나무 위의 원숭이 사진은 광고판의 일부가 불타는 숲으로 변했다.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산불이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이번 캠페인을 제작한 마이클 침(Michael Tsim) BBC 크리에이티브팀 크리에이티브는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춘 보다 광범위한 캠페인을 제작하고 싶었다"며 "먼저 퍼펙트 플래닛의 일반적인 시리즈 예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그것을 뒤집는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디자이너들과 많은 논의를 거쳤다"며 "물고기는 플라스틱 병, 나무 위 원숭이는 불타는 숲의 모습과 대비를 이뤘을 때 보는이로 하여금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각 이미지에 맞는 대비 요소를 찾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BBC는 전세계 시청자들을 감탄시킬만한 경이로운 지구와 야생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으면서 BBC는 '퍼펙트 플래닛'과 같은 다큐멘터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구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또한 그 일환이다.

제임스 크로스(James Cross) BBC 크리에이티브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항상 멋지고 경이롭고 좋은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 할 필요가 있었다"며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BBC의 이번 캠페인은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스 CD는 "우리의 전략은 한 곳에 설치한 광고판으로 최대한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공유될 수 있는 PR의 가치는 옥외광고 설치 비용보다 훨씬 높다. 이미 TV 광고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타는 옥외광고는 혹시 모를 화재 위험에 대비해 테스트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소방 구조대(GMFRS)에 사전 승인을 받은 뒤 진행했다"며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설득 작업과 밀어붙이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레이첼 마일스(Rachel Miles) BBC 크리에이티브팀 크리에이티브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인 만큼, 옥외광고판에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며 "옥외광고판에 사용된 모든 물질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BBC 크리에이티브팀은 이번 캠페인에 사용된 모든 인쇄물에 친환경 무독성 잉크를 사용했고, 옥외광고판에 사용한 디스플레이 패널과 배너, 프레임 또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했다. 옥외광고판이 불탈 때 피어오르는 연기는 친환경 수성 액체로 만들어 환경에 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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