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자유, 호기심, 행동… 코로나에 반격 개시
[이성복] 자유, 호기심, 행동… 코로나에 반격 개시
  • 이성복
  • 승인 2020.12.10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편한 아이디어 내는 용기가 ‘크리에이티브 컬처’

[이성복의 사자吼] 크리에이티비티를 구현하는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공공 여론조사와 마케팅 컨설팅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고 다니엘 얀켈로비치(Daniel Yankelovich·1924~2017)는 이미 소셜미디어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 전인 2009년 경 상업적 메시지의 노출과 반응에 관한 여론조사를 통해 크리에이티비티가 없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거의 도달하지 않는다는 걸 입증했다.

다니엘 얀켈로비치. ⓒCUNY TV
다니엘 얀켈로비치. ⓒCUNY TV

도시인들은 상업적 메시지에 하루 평균 3000건 노출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30건, 즉 1%에 그친다는 것이다. 당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HBS)의 추가 연구에 따르면 이 30건 중 어떤 인상을 남기는 것은 12건에 불과했다.

비슷비슷한 광고로는 소비자의 기억을 잡을 수 없기에 크리에이티비티가 강력한 캠페인이 필요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이런 경향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브랜드는 소셜미디어 덕분에 소비자의 눈을 쫓아다니며 광고할 수 있게 됐지만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광고에 눈길 혹은 손길을 주려면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크리에이티비티가 필요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떤 캠페인이 크리에이티브한 것일까?

코로나 시대 크리에이티비티의 다섯 가지 특징

'크리에이티비티'가 넘치는 광고 캠페인은 크게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독창성이다. 미국 미시간대학 피터 실링스버그(Peter Shillingsburg) 교수는 "창조성은 뭐가 되든 간에 그 어떤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했다. BMW 미니(MINI) CEO를 역임한 짐 맥도웰(Jim McDowell)은 "전에 봤던 것에 조금 더하는 게 아니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정 큰 발걸음을 디뎌야 한다"고 했다. 위든+케네디(Wieden+Kennedy)의 토니 데이비드슨(Tony Davidson)은 "위대한 작품은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둘째, 설득력이다. 강력한 크리에이티비티는 광고에 엄청난 설득력을 실어준다. 하루 3000건씩 쏟아지는 다른 메시지와 구분 돼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DDB 공동 설립자 윌리엄 번벅(William Bill Bernbach)은 "듣지 않는 사람에겐 물건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창조성은 소비자 마음 속에 있는 의심의 장벽을 허물어준다. 인식의 면역체계를 깨고 생각 깊은 곳으로 침투해 광고를 믿게 만들고 그 믿음대로 행동하게 해 준다.

2011년 ADWEEK 에서 소개한 윌리엄 번벅, 오른쪽 페이지 큰사진으로 실린 남자가 윌리엄 번벅. ⓒADWEEK
2011년 광고 전문매체 ADWEEK에서 소개한 윌리엄 번벅, 오른쪽 페이지 큰사진으로 실린 남자가 윌리엄 번벅이다. ⓒADWEEK

셋째, 참여(Engagement)다. 내용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이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캠페인의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이미지를 흉내 내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광고 대행사 '사치&사치 런던'(Saatchi & Saatchi London)의 리처드 헌팅턴(Richard Huntington)은 이런 참여 요소(Care Factor)를 '흥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넷째, 구전(口傳) 효과다. 미국의 청소용품 브랜드 메소드(Method)는 환경에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회사 대표 에릭 라이언(Eric Ryan)이 변기 세제 '릴 볼 블루(Lil' Bowl Blu)'를 기자 회견장에서 실제로 마셔버리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좌)에릭 라이언 메소드 공동 창업자 (우)변기 세정제 '릴 볼 블루'. ⓒ에릭 라이언 트위터
(좌)에릭 라이언 메소드 공동 창업자 (우)변기 세정제 '릴 볼 블루'. ⓒ에릭 라이언 트위터

IPA의 피터 필드(Peter Field)는 명성 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과는 다른 말이다. 명성을 높이려면 '파장을 일으키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즉, 목표로 하는 소비자에게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창조성을 내려면 마케터 스스로가 무섭고 불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 칸 라이언즈 세미나 무대에선 피터 필드.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세미나 무대에선 피터 필드. ⓒCannes Lions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의 기능보다는 이 광고가 보여주는 관점에 집중한다. 제품이 이전과 똑같은 기능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그 브랜드가 더 대단해지고 더 거대해졌다는 인식을 가지고 구매에 나선다는 것이다.

구전 효과야말로 평판 마케팅이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다른 이름이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라지고 비대면 구매가 폭증하면서 온라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전방위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섯째 브랜드의 행동주의다. 2020년 10월 라이언즈 라이브 토크 프로그램에서 프라순 조시(Prasoon Joshi) 맥칸 인도 CEO는 "현재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각자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생각하게 됐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관계에 대해서도 재정의하게 되는데 비단 인간관계뿐 아니라 브랜드와의 관계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때 브랜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공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단지 소비자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로 하여금 좋은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라순 조시 맥칸 인도 CEO. ⓒCannes Lions
프라순 조시 맥칸 인도 CEO. ⓒCannes Lions

그는 좋은 일을 하도록 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세심하게 소통하면서 브랜드가 무엇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전과 평판을 위해 브랜드가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 그것이 바로 2019년과 2020년 코로나가 인류 문명을 관통하고 있는 시기에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에 대해 재키 쿠퍼 (Jackie Cooper) 에델만 수석고문은 "이제 물건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는 오디언스를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시도하고 도전하는데 있어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시도하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것에 머무르게 된다. 실패해도 교훈이 남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며 '행동하는 용기'를 강조했다. 

자유, 호기심, 행동… 크리에이티브 문화 형성을 

재키쿠퍼 에델만 수석고문. ⓒCannes Lions
재키쿠퍼 에델만 수석고문. ⓒCannes Lions

브랜드 액티비즘을 강조하는 에델만 재키 쿠퍼는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솔루션 찾는 것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나 크리에이티브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씽킹(Creative Thinking)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군들 모르겠는가? 창의적인 사고(Creative Thinking)가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 팬데믹 탓에 칸에서 페스티벌을 열지 못해 온라인으로 '라이언즈 라이브'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리더들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문화'의 형성이 우선 중요하다는 점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저명한 시인이자 영화작가이기도 한 프라순 조시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 크리에이티브 컬처가 무엇인지 잘 드러났다. 위기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크리에이티브 문화가 있다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달시(Mark D'Arcy) 페이스북 CCO도 "크리에이티브 컬처는 호기심에 관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때 기존의 해결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아직 시도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는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크 달시 페이스북 CCO. ⓒCannes Lions
마크 달시 페이스북 CCO. ⓒCannes Lions

멜리사 루시에(Melissa Routhier) WPP CCO에 의하면 호기심이 뛰어다니게 하는 크리에이티브 문화의 기반은 '자유로움'이다. 그는 "자유가 없을 때 호기심을 갖기란 어렵다. 크리에이티브 컬처란 누구나 각자의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비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와 용기를 낼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하다"고 했다.

멜리사 루시에 WPP Walgreens Team CCO. ⓒCannes Lions
멜리사 루시에 WPP Walgreens Team CCO. ⓒCannes Lions

'자유→호기심→행동' 코로나를 피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자유롭고 심심해진 '재택 크리에이터'들의 호기심을 누가 막을소냐.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브랜드만이 소비자들의 추종과 사랑을 받게 될 터이다. [칸라이언즈코리아 대표]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