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오리콤, 끝 모를 구조조정… 박서원 부사장은 사실상 손 떼
[단독] 위기의 오리콤, 끝 모를 구조조정… 박서원 부사장은 사실상 손 떼
  • 김수경
  • 승인 2020.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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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단행… 내년까지 계속 될 전망
국내 최장수 광고대행사 오리콤, 최장수 CEO 고영섭 대표 경영 능력 도마 위
박서원 부사장, 최근 콘텐츠·커머스 분야에 관심 커져… 두산매거진에 집중
고영섭 오리콤 대표이사(좌),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겸 CCO. ⓒ오리콤

국내 최장수 광고회사 오리콤이 위기에 내몰렸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차별화 된 경쟁력을 찾지 못한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자 강도 높은 구조 조정에 나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콤은 올 상반기부터 내부 임직원에 대한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십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구조 조정은 내년까지 계속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광고 시장이 어려웠던 가운데 오리콤은 특히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적 악화를 버티다 못해 궁여지책으로 직원 구조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회사의 실적 악화로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오리콤의 구조 조정 방식을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회사를 떠난 오리콤 직원 대부분은 고위 임원진이 아닌 실무진"이라며 "어떤 팀은 팀장만 남고 팀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일할 사람들은 내보내고 경영진만 남긴 황당한 구조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리콤의 임원진에는 과거 고영섭 대표와 만보커뮤니케이션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소위 사장 라인들만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오리콤

고영섭 대표는 지난 2004년 7월 오리콤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1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계 최장수 CEO다. 그는 오리콤에 합류하기 전 만보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실무형 CEO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광고 전문가다.

그러나 고 대표가 오랜 기간 재직하는 동안 오리콤에서 이렇다 할 변화나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그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에 대한 아쉬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콤의 연결기준 올 2분기 매출은 267억468만원으로 전년(507억6896억원) 대비 약 47.4% 감소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3억5443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 감소한 652억6416만원, 영업손실은 14억3378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오리콤의 매출이 1985억4588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겸 CCO. ⓒ오리콤

지난 2014년 오리콤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박서원 부사장이 크리에이티브 총괄 CCO(부사장) 자리에 합류했다. 박 부사장은 구원투수로 불리며 오리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오리콤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박 부사장이 두산매거진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산매거진은 보그(VOGUE), 지큐(GQ), 더블유(W), 얼루어(allure) 등 글로벌 패션 미디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 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은 과거 칸 라이언즈를 비롯해 세계 5대 광고제에서 수상하며 스타 광고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옥외 반전 포스터 광고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독립 광고대행사 빅앤트 대표에서 오리콤 부사장으로 합류하며 오리콤의 차세대 경영인으로 주목 받았다. 박 부사장이 합류한 직후 오리콤은 2015년 디지털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한화그룹계열 광고회사인 한컴을 인수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큰 변화나 시너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오리콤에 합류했을 당시 내부 직원들의 기대가 상당했다"며 "직원들은 젊고 스마트한 차세대 리더의 등장을 반겼고, 박 부사장도 초반에는 열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며 오리콤 내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박 부사장이 최근 광고 부문보다 매거진 쪽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며 "회사 차원의 결정이라기보다 박 부사장 개인의 심경 변화로 보여진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 부사장은 미국 문화예술 분야 명문대로 불리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를 졸업하고 2006년 대학 친구들과 함께 '빅앤트'를 창업했다.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로 주목받던 그는 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광고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러나 박 부사장이 최근 콘텐츠와 미디어, 커머스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광고 사업보다 매거진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박서원 부사장은 트렌드와 시장 흐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 스타일"이라며 "한 때는 광고에 올인했지만 국내 광고 산업의 한계를 본 뒤, 시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콤 내 구조 조정은 끝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 실적악화의 벽을 넘지 못해 구조 조정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조수애 전 아나운서 결혼 사진. ⓒ인스타그램

업무뿐만 아니라 박 부사장의 개인 생활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박서원 부사장은 지난 2018년 12월 8일 조수애 JTBC 전(前) 아나운서와 13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이들은 결혼 6개월 만인 2019년 6월, 2세 출산 소식을 알렸다.

박 부사장과 조수애 전 아나운서는 결혼 사진을 비롯해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인스타그램에서 서로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박서원 부사장과 조수애 전 아나운서가 서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unfollow·친구 끊기)하고 결혼 사진과 함께 찍은 일상 사진 등 결혼과 관련한 모든 사진을 삭제했다"며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불화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브리프DB

광고 업계 관계자는 "제일기획이나 이노션월드와이드, HS애드 등 경쟁 광고대행사들은 발 빠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한편 전통적인 광고 사업 외에도 컨설팅, 커머스, 미디어 등 신사업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변화에 적극 맞서고 있다"며 "한 때 국내 톱5 광고대행사에 이름을 올렸던 오리콤은 수년째 정체된 모습이다. 눈에 띌 만한 변화나 새로운 도전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크다"며 "어느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오리콤의 두 리더가 어떠한 자구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