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에서 독재자 된 애플… 포트나이트, '1984' 저항 정신을 소환하다
언더독에서 독재자 된 애플… 포트나이트, '1984' 저항 정신을 소환하다
  • 김수경
  • 승인 2020.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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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애플 앱스토어의 30% 수수료와 폐쇄적인 정책 비판하는 패러디 광고 선봬
독재자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1984년 광고 속 '애플'의 모습, 현재의 에픽게임즈에 대입해 비판

전세계 약 3억5000만명이 즐기는 온라인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로 유명한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미국 역사상 최고의 광고라 불리는 애플(Apple)의 1984년 매킨토시(Macintosh) 론칭 슈퍼볼 광고를 패러디하며 애플의 저항 정신을 소환했다.

18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와 애드위크(Adweek)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최근 애플의 '1984' 광고를 패러디 한 'Nineteen Eighty-Fortnite #FreeFortnite' 애니메이션 광고를 공개했다.

이 광고는 애플 광고와 마찬가지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라더(Big Brother)'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고 있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최고 권력자의 호칭으로, 당시 애플 광고에서는 경쟁자이자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IBM을, 이번 포트나이트 광고에서는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을 정조준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광고 속에는 독재자의 모습을 한 애플이 등장한다. 애플의 상징인 '한 입 베어 문 사과' 얼굴을 한 캐릭터가 대형 모니터를 통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때 뒤쫓는 경비원을 피해 포트나이트 게임 캐릭터가 모니터 앞으로 뛰어든다. 모두 흑백인 배경 속에서 총천연색으로 표현된 포트나이트 캐릭터는 게임 속 아이템인 '라마 유니콘 곡괭이(Llama Unicorn Pickaxe)'를 세차게 던져 모니터를 깨뜨린다.

이후 광고는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의 독점에 맞서왔다. 애플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포트나이트를 수십억대의 기기로부터 차단하고 있다. 2020년이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쟁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와 '#FreeFortnite(포트나이트를 자유롭게 하라)'라는 해시태그를 보여주며 끝난다.

이 광고는 과거 애플의 '1984' 광고를 패러디하는 동시에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에 대항하는 에픽게임즈의 저항 정신을 나타낸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는 입점한 앱들이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이 결제 수단을 이용할 경우, 해당 앱은 애플과 구글에 3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항해 포트나이트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V-Bucks'와 유료 상품 가격을 20% 할인해주는 정책을 담은 '포트나이트 메가 드롭'을 발표했다. 애플에 수수료 30%를 내는 대신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의 발표 직후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곧바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과거 애플의 저항정신을 담은 '1984' 광고를 패러디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애플이 1984년 선보인 매킨토시 론칭 슈퍼볼 광고는 역사상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광고는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애플의 오랜 파트너인 광고 대행사 TBWA\Chiat\Day가 대행했다.

당시 애플은 이 광고로 1984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그랑프리(Grand-Prix)를 수상하며 크리에이티브를 인정받았다.

이 광고에도 대형 해머를 든 한 여성이 등장한다. 경비원들에게 쫓기는 이 여성은 독재자 남성이 모니터를 통해 연설을 하고 있을 때 망치를 세차게 휘둘러 그 모니터를 깨뜨린다.

이후 광고는 "1월 24일,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선보인다. 1984년이 왜 '1984(소설)'와 같지 않은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애플의 '1984' 광고는 당시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경쟁사 IBM에 대한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소설 '1984' 속 빅브라더처럼 업계를 지배하려는 IBM의 독점을 깨뜨리겠다는 애플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결과, 광고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매킨토시의 성공적인 론칭을 견인했다.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1983년 10월 애플의 연례 세일즈 컨퍼런스에서 "IBM은 미래를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빅 블루(Big Blue) IBM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애플을 바라본다. 미래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회사는 애플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1984' 광고를 소개한다.

과거 애플은 사회적 약자를 의미하는 '언더독(underdog)'의 위치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강자들과의 경쟁을 펼치며 응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약 36년이 흐른 지금, 애플은 업계 1위의 지배적인 위치 남용과 불공정 관행 등으로 '언더독'들의 자유를 통제하고 지배하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이번 광고 캠페인 해시태그인 '#FreeFortnite'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당시 강조한 '자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1984년, 빅블루 IBM의 시장 독점을 깨뜨린 애플의 저항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에픽게임즈가 2020년 애플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