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게임, 유럽의 마지막 원시림 '비야워비에자' 숲을 구하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유럽의 마지막 원시림 '비야워비에자' 숲을 구하다
  • 은현주
  • 승인 2020.07.2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공동체 집결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
그린피스, 폴란드 국립공원 보존을 위한 게임 맵 소개
원시림 벌목으로 인한 위기를 1대1 비율로 몰입감 있게 전달해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성으로 공동체나 집단보다는 개인위주의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공동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개인방역 기본수칙 제 5수칙인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공동체성이 필요해졌다.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간 공동체를 주제로 한 수상작을 소개한다. 

2. 마지막 나무 한 그루까지. (To The Last Tree Standing)
수상내용: 2018년 소셜&인플루언서 부문(Social & Influencer Lions) 골드 라이언(Gold Lion) 
출품사: 오길비 바르샤바 (OGILVY WARSAW)
광고주: 그린피스 (GREENPEACE)

지난 2016년 폴란드 정부는 유럽에 남아있는 최대 규모의 원시림인 비야워비에자 숲(Białowieża Forest)에 있는 나무를 벌목하기 시작했다. 

비야워비에자 숲은 폴란드와 벨라루스 사이 국경지대의 침엽수와 활엽수를 모두 포함하는 거대한 숲으로 오랜 세월 동안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자연 본연의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벌목 제한량을 3배 높게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삼림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벌목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는 폴란드 경찰. ⓒCannes Lions
벌목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는 폴란드 경찰. ⓒCannes Lions

비영리단체, 과학자,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반시민들은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벌목 반대 주장을 펼쳤지만 이는 완전히 무시받고 있었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는 원시림 벌목이라는 엄청난 자연파괴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환경 운동가나 식물학자가 아닌 다른 부류의 참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대행사 오길비 바르샤바(OGILVY WARSAW)팀과 함께 비야워비에자 숲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폴란드 정부의 벌목을 멈추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을 활용했다.  

그린피스와 오길비 바르샤바 팀은 지난 2017년 700제곱미터 규모의 비야워비에자 숲 일부를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사용되는 맵으로 만들었다. 1대1 비율로 제작한 이 맵은 500억 개의 블럭을 이용해 700만 그루의 나무가 우거진 디지털 숲을 재현해냈다. 

마인크래프트 맵으로 구현된 비야워비에자 숲. ⓒCannes Lions
마인크래프트 맵으로 구현된 비야워비에자 숲. ⓒCannes Lions

비야워비에자 숲을 표현한 맵이 공개되자 게임 커뮤니티는 즉각 반응했고 전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즐기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유저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린피스는 이 맵을 활용해 폴란드의 유명 다큐멘터리 성우가 내레이션을 맡은 온라인 비디오 콘텐트를 공유했다. 폴란드 최고의 사진작가 12명을 선정해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 맵을 스크린 캡쳐한 이미지로 사진 전시회를 열었으며 6시간 분량으로 게임 인플루언서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콘텐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비야워비에자 숲의 현실과 벌목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도 극장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공유됐다. 

유럽에 존재하는 최대 규모의 소중한 원시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그린피스. 이들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폴란드 정부의 벌목 금지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이 필요했다.  

그린피스는 비디오 게임 전용 인터넷 개인방송인 트위치(Twitch) 라이브에서 700만 그루의 나무들로 빽빽했던 숲에서 단 한 그루만 남겨놓고 모두 제거한 새로운 맵을 공개했다. 울창한 숲이었던 마인크래프트 맵은 순식간에 휑한 들판으로 바뀌었고 트위치 라이브를 지켜보던 게임 팬들은 당황했다.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원시림 벌목이라는 현실 문제에 대한 충격적 몰입을 경험한 게임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그린피스의 마인크래프트 캠페인은 약 1억명에게 알려졌고 폴란드 정부의 벌목을 중지하기 위해 17만여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린피스는 브랜드로서 게임을 이용하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게임의 특징을 잘 살려낸 정교하게 제작된 맵과 인터렉티브한 콘텐트를 통해 전세계 마인크래프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마지막 한그루만을 남겨둔 마인크래프트 맵. ⓒCannes Lions
마지막 한그루만을 남겨둔 마인크래프트 맵. ⓒCannes Lions

지난 2018년 4월 유럽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는 폴란드의 비야워비에자 숲 벌목은 EU 환경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그해 5월 폴란드 정부는 비야워비에자 숲의 대규모 벌목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마지막 나무 한 그루까지' 캠페인을 통해 거대한 게임 커뮤니티를 원시림 보호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일수 있도록 했다. 이 캠페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지를 보여주고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