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대중문화를 해킹하다… 버거킹의 '핵버타이징' 전략
브랜드, 대중문화를 해킹하다… 버거킹의 '핵버타이징' 전략
  • 은현주
  • 승인 2020.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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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위기 상황에 주목해야 할 크리에이티비티
2018 칸 라이언즈 세미나 버거킹의 핵버타이징 사례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버거킹은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할때 두려움을 느끼는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지난 2017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버거킹은 크리에이티브 마케터상(Cannes Lions Creative Marketer of the Year 2017)을 수상했다.

버거킹은 다음해인 2018년 칸 라이언즈 세미나 무대에 올라 '핵버타이징'(HACKVERTISING)을 주제로 그들이 지향하는 도전적이고도 대담한 마케팅 사례를 소개했다.

핵버타이징은 해킹(Hacking)과 애드버타이징(Advertising)을 합친 용어로 광고에 해킹의 접근 방식을 적용한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2017년 12월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 화제의 키워드였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기업(인터넷서비스사업자)이 특정 콘텐츠나 인터넷기업을 차별·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인데, 미국에서는 이 정책을 폐지하려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미국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브랜드 버거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망 중립성에 대한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기로 했다.

버거킹과 대행사 데이비드 마이애미(DAVID Miami)는 미국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왜 망 중립성을 언급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대부분 '망 중립성 폐지'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해서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리카르도 카살(Ricardo Casal) 데이비드 마이애미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망 중립성이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개념이었고 버거킹과 우리팀에게도 크게 와닿지 않는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버거킹은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망 중립성의 개념을 알려주고자 했다. 인터넷과 햄버거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고자 한 것. 

데이비드 마이애미 팀은 인터넷을 버거킹의 와퍼(Whopper) 제품에 비유해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지되는 경우 어떤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알려줬다.

2018년 1월 공개된 버거킹의 '와퍼 중립성(Whopper neutrality)' 캠페인을 소개한다.

버거킹은 광고를 통해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인터넷 사용 속도가 지연되고 더 빠른 속도로 사용하려면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을 와퍼 주문에 적용했다.

와퍼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버거킹 점원은 햄버거를 만드는 속도에 비례하는 금액을 안내한다. 천천히 만드는 와퍼는 4.99달러, 빨리 만드는 와퍼는 12.99달러 최고로 빨리 받을 수 있는 버거는 25.99달러다. 같은 와퍼를 주문해도 얼마나 빨리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고객은 비용을 다르게 지불해야 한다. 

망 중립성 폐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와퍼 중립성' 캠페인 사례. 버거가 만들어지는 속도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함. ⓒCannes Lions
망 중립성 폐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와퍼 중립성' 캠페인 사례. 버거가 만들어지는 속도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Cannes Lions

버거킹은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하며 사람들 사이에 더 적극적인 대화를 부추겼다.

버거킹의 기발한 '와퍼 중립성' 캠페인은 소셜미디어 게시글 노출 43억 회, 무료 미디어 노출 효과 6700만 달러(한화 809억5600만원)를 달성했으며 캠페인 공개 후 48시간 이내 조회수는 6000만 회가 돌파했다. 이 캠페인은 2018년 당시 버거킹 역사상 가장 많이 공유된 광고가 됐고, 법안결의 투표날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 중에 망 중립성 폐지를 금지하는 근거로 '와퍼 중립성' 캠페인을 사례로 들었다.

페르난도 마차도(Fernando Machado) 버거킹 CMO는 "햄버거 브랜드가 미국 상원에서 주요 법안이 실행됐을때의 사례로 언급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이후 2018년 6월 11일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됐고, 결국 버거킹이 '와퍼 중립성' 캠페인을 통해 일으킨 망 중립성 원칙을 고수하자는 바람은 현실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버거킹은 광고를 통해 미국 국민이 규제의 변화를 이해하고 법을 만드는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서 캠페인 계획 당시의 목표를 어느정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버거킹은 앞서 설명한 '와퍼 중립성' 캠페인과 같이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는 이야기에 끼어들어 함께 관심받고 싶어했다. 이때 적용한 버거킹의 핵버타이징 5단계 법칙을 차례로 설명한다.

1단계 해킹할 시스템 찾기(Define a system to hack). 어떤 대화에 끼어들지, 어떤 주제가 화제가 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2단계 연구(Study it). 기존의 판을 깨고 틀을 바꾸려면 대상이 되는 주제를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3단계 브랜드가 침투할 방법 찾기(Find a relevant way for the brand to break in). 브랜드 자체의 특성과 관련이 깊은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전혀 무관한 접근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4단계 나중을 대비해 변호사와 상담하기(Call your lawyers). 버거킹과 대행사 데이비드 마이애미팀은 그동안 실행했던 과감한 와퍼 캠페인으로 Fox 영화사에서 고소를 당했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항 접근 금지, 위키피디아 계정 사용금지를 당한 전적이 있다. 페르난도 마차도 버거킹 CMO와 후안 자비에 페냐(Juan Javier Peña) 데이비드 마이애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면 꼭 당신의 변호사와 상의하라. 핵버타이징은 모험"이라고 강조했다. 
5단계 공격하고 와해를 일으키자(Deploy the attack/ Disrupt). 화제가 되는 주제를 사람들이 버거킹 브랜드와 함께 참여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건드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하고 와해를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핵버타이징 5단계 법칙을 설명하는 페르난도 마차도 버거킹 CMO. ⓒCannes Lions
핵버타이징 5단계 법칙을 설명하는 페르난도 마차도 버거킹 CMO. ⓒCannes Lions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핵버타이징은 사람들이 이야기 할 만 한 화제를 찾는 것"이라며 "어떤 주제가 중심이 될지 어떤 주제가 화제인지 연구해서 알아내야 하고 브랜드를 대화에 끼워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때 기획하는 아이디어는 브랜드나 사람들의 화제가 되는 주제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법이어야 한다"며 "와퍼 중립성 캠페인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꼭 5단계 법칙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적용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2018년 버거킹 세미나 전체영상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인 '크리에이티브 무브 어스 포워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칸 라이언즈는 2020년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공식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는 6월 22일부터 26일까지는 '라이언즈 라이브(Lions Live)'를 열고 다양한 인사이트와 혜안을 공유한다.

칸 라이언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954년 개최 이래 처음으로 올해 페스티벌을 취소하고 오는 2021년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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