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올리자 분노한 흑인 모델…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 마!"
로레알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올리자 분노한 흑인 모델…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 마!"
  • 김수경
  • 승인 2020.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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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먼로 버그도프, 2017년 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 비판 메시지 올린 직후 로레알서 해고 당해
美 흑인 사망 사건 후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올린 로레알 정면 비판
로레알 파리 공식 인스타그램에올라 온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로레알 파리 인스타그램
로레알 파리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로레알 파리 인스타그램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eal Paris)이 올린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가 비판받고 있다.

미국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살해 사건 이후 인종차별 반대 구호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로레알이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5일 디자인·광고·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로레알 파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 'Speaking Out Is Worth It(말하는 것은 가치 있다)'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로레알은 "로레알 파리는 흑인 커뮤니티 연대를 지지하며 어떤 형태의 부당함에도 반대한다"며 "우리는 정의를 위한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로레알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일환인 블랙아웃화요일(Black Out Tuesday)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검은색 배경의 사진을 게재하는 등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명확히했다.

그러나 과거 로레알의 모델로 발탁됐던 모델 먼로 버그도프(Munroe Bergdorf)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로레알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모델 먼로 버그도프(Munroe Bergdorf). ⓒ먼로 버그도프 인스타그램
모델 먼로 버그도프(Munroe Bergdorf). ⓒ먼로 버그도프 인스타그램

먼로 버그도프는 로레알 파리가 올린 게시물을 본 뒤 매우 화가났다고 말하며 "로레알은 시류에 편승해 인종차별 문제를 PR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브랜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먼로 버그도프는 2017년 로레알의 '트루 매치 파운데이션' 캠페인의 새로운 얼굴로 발탁됐지만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올린 뒤 곧바로 해고 당했다.

당시 로레알 측은 "로레알은 다양성을 지지한다"면서도 "먼로 버그도프의 발언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충한다고 판단해 그와의 파트너십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먼로는 "로레알 측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변호사를 동원해 내가 잘못했다고 믿도록 만들려 했다"며 "이것이 로레알이 말하는 'Speaking Out'이냐"고 물었다.

이어 "내가 말하려 했을 때 왜 지지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으며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나의 의견을 지지한다면 로레알 파리가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먼로의 지적에도 로레알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게시물을 그대로 뒀다.

이에 먼로는 다시 한 번 로레알을 향해 "Black Lives Matter는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운동이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며 "브랜드는 그들의 과거 기록까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흑인의 목소리에 침묵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 흑인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백인이 말하는 것만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흑인의 목소리도 소중하다(Black Voices Matter)"고 역설했다.

먼로가 로레알을 저격해 올린 2건의 게시물은 총 17만6000여 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반면 팔로워 수가 먼로(31만6000여명)에 비해 27배 이상 많은 로레알 파리(872만명)의 인종차별 반대 지지 게시물 2건은 총 5만2000여 건의 '좋아요'를 받는 데 그쳤다.

로레알의 이번 사례는 명확한 방향성이나 진정성 없이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 활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달 25일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사망하면서 미국에서는 연일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키(Nike),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스포티파이(Spotify), P&G, 유니레버(Unilever), 애플뮤직(applemusic), 샤넬(Chanel), 구찌(Gucci), 버버리(burberry), 레고(LEGO), 슈프림(Supreme), 맥도날드(Mcdonald's), 스타벅스(Starbucks) 등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브랜드들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공식 SNS 채널에 게재하며 'Black Live Matter'를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