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세계' 속 가족 보며 공감하나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드라마·광고로 스며들다
'부부의세계' 속 가족 보며 공감하나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드라마·광고로 스며들다
  • 은현주
  • 승인 2020.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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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진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반영한 'P&G'와 미국 국민 스낵 '허니 메이드' 광고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허니 메이드 'This is Wholesome'광고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들의 댓글을 모아 글자'Love'를 만들었다. ⓒCannes Lions
허니 메이드 'This is Wholesome'광고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들의 댓글을 모아 글자 'Love'를 만들었다. ⓒCannes Lions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고 있으면 비교되는 고전 드라마가 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0년 넘게 방영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장수 작품인 '전원일기'다.

'전원일기'가 전형적인 한국 농촌의 옛 가족 관계를 보여준다면 부부의 세계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요즘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2020년대에 '전원일기'가 방송됐거나 1980년대에 '부부의 세계'가 방송됐다면 사람들은 아마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모든 이들의 현실을 대변해주진 않지만 대중의 공감과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드라마 뿐인가. 광고 속 가족의 모습 또한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더 폭넓게 묘사되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현대차 아반떼 '세상, 달라졌다' 캠페인(이노션월드와이드 대행)을 보면 남성의 육아휴직을 언급하며 각 잡힌 집안일 능력을 자랑하는 아빠의 모습, 반려견 2마리를 입양해 새로운 가족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금 더 엄격하게 변화를 지향하는 곳도 있다.

영국 언론 BBC에 따르면 영국 광고 심의기관인 ASA(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광고를 금지할 수 있는 규칙을 도입했다. 육아에 서툰 아빠, 수동적인 엄마를 광고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 금지된 것이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가족을 찾아 볼 수 있다. 소비자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가족생활의 변화를 수용해 새로운 표준(뉴 노멀)을 반영한 칸 라이언즈 수상 작품 3가지를 소개한다. 

1. 아리엘 #함께나눠요 캠페인(ARIEL SHARE THE LOAD: A SOCIAL MOVEMENT TO REMOVE THE CULTURAL STAIN OF GENDER INEQUALITY)
수상: 크리에이티브 효과부문, 골드 라이언즈 (Creative Effectiveness Lions, 2017)

글로벌 브랜드 P&G는 대행사 BBDO 뭄바이와 함께 세탁세제 아리엘(Ariel) 광고를 통해 인도문화에 만연했던 가정내 성차별을 다뤘다. 광고에 따르면 인도 여성 대부분 집안일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고 남성들은 퇴근 후 주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3%의 인도 여성은 남성들이 집안일을 돕는 대신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에 아리엘은 TV 광고를 통해 여성에게 세탁 된 자신의 옷을 찾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 뒤 "세탁이 꼭 여성만의 일인가요?"라고 물으며 '#SharetheLoad'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이 캠페인의 슬로건인 '#함께나눠요(Share the Load)'는 하나의 사회 운동이 됐고 이를 통해 약 370만명의 남성들이 아내와 가사 부담을 나눌 것이라고 온라인으로 서약했다. 이 캠페인을 집행한 후 아리엘의 전년 대비 제품 판매율은 60%이상 증가했다. 

2. 보살핌의 손길(Touch of Care India)
수상: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브론즈 라이언즈 (Creative Strategy, 2019)

P&G의 또 다른 캠페인이다. 대행사 퍼블리시스 싱가포르(Publicis Singapore)는 의약제품 빅스(VICKS)광고를 통해 트렌스젠더 엄마와 장애인 어린이 입양에 대한 실제 사연을 소개한다. 75년 역사를 가진 빅스의 '보살피고, 치료하는(care)' 브랜드 가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꼭 가족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을 보살피고 치료해준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생물학적 가족만이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 받고 있거나 또는 보살펴주고 있는 모든 사람이 가족임을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3. 스낵(SNACKS)
수상: PR부문, 골드&실버 라이언즈 (PR Lions, 2014)

광고주 허니메이드(Honey Maid)는 미국가정에서 90년 이상 사랑받아온 장수 브랜드다. 그러나 더이상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그저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옛날 브랜드로 남아버린 허니메이드를 위해 대행사 드로가5 뉴욕(Droga5 Newyork)가 나섰다.

허니메이드를 소비하는 가족의 형태가 변한것에 착안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족의 표준을 묘사하며 동성가족, 혼혈가족, 싱글대디까지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가족을 소개한다.

이 광고는 "건강한 가족을 위한 건강한 스낵, 허니메이드"라며 겉으로만 다르게 보일 뿐 모두가 건강한 가족형태라고 말한다. 광고가 방영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허니메이드는 부정적 반응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 캠페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모아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끝까지 침착하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했다. 네티즌이 쓴 부정적인 댓글을 종이에 인쇄해 이를 하나씩 말아서 '사랑'이라는 글자로 형상화 한 것.

이 영상은 공개된지 24시간만에 100만뷰, 이후 일주일 간 350만뷰를 기록했고 허니메이드는 다시금 주목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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