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에게 위기 혹은 기회?… 코로나19가 바꾼 5가지 소비 트렌드
마케터에게 위기 혹은 기회?… 코로나19가 바꾼 5가지 소비 트렌드
  • 김수경
  • 승인 2020.04.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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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위기, 브랜드에겐 위기이자 기회
"코로나19 끝난 후에도 소비자 행동 지속될 것, 변화한 트렌드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일상은 물론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변화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브랜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기업 마케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광고 컨설팅업체 애드에이지(AdAge)는 글로벌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코로나19가 바꾼 5가지 소비 트렌드'를 최근 발표했다.

△ 오랜 시간 인정받아 온 브랜드가 주목 받는다

최근 소비자들은 위기 상황에 따른 새로운 소비 행동과 습관에 적응해나가고 있고 대부분 오랫동안 신뢰해 온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에버코어(Evercore)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새롭고 트렌디한(novel and trendy) 것 보다 익숙하고 진실된 것(tried and true)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행동과학을 연구하는 이노베이션 버블(Innovation Bubble)의 사이먼 무어(Simon Moore) CEO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을 많은 브랜드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브랜드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신규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때일수록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는 등 브랜드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랜 시간에 거쳐 고객과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가 형성된 기존 브랜드들과 달리, 신규 브랜드는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

소비자 심리 연구 전문가 피터 노엘 머레이(Peter Noel Murray)는 "인쇄와 TV 등 전통적인 광고를 통해 오랜 시간 브랜드 가치를 쌓아 온 기성 브랜드들은 신규 브랜드에 비해 확실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세로 떠오른 DIY(Do It Yourself)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베이킹, 요리, 바느질과 같은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사람이 늘고 관련 제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인 효모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내 마트에서는 효모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통합 정보 분석 기업 닐슨(Nielsen)에 따르면 지난 3월 셋째주 미국 내 효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기 요리·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푸드52(Food52)는 자가격리가 본격화 한 3월 3~4째주 사이트 트래픽이 3월 1~2째주에 비해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이트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추수감사절 시즌과 비슷한 수준이다. 푸드52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는 고객들을 위해 더 많은 콘텐츠와 레시피를 제공할 계획이다.

리서치 회사 NPD그룹에 따르면 파스타 제조기와 쥬서(juicer) 등 소형 가전 제품의 3월 둘째주 미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닐슨에 따르면 3월 셋째주 머리 염색 키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거나 머리 손질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 브랜드인 매디슨 리드(Madison Reed)의 매리 오코넬(Mary O’Connell) 부사장은 "최근 사이트 트래픽이 4배 가량 증가했다"며 "고객 서비스와 온라인 튜토리얼 등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런던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UAL)의 폴 마스덴(Paul Marsden) 소비 심리학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자립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 서비스를 더 편하게 느끼는 소비자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행동도 더욱 디지털화 되고 있다.

그간 일부 고령 소비자들은 식료품이나 기타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기업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데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쇼핑 방법을 배우고 물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전의 오프라인 거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스마트커머스(SmartCommerce)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소비자 중 40%는 신규 온라인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금융권에서도 디지털을 활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몇 병원 의료진들은 응급 상황이 아닌 환자에 한해 온라인 카메라를 통한 원격 진료를 진행하고 은행업계는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디지털 뱅킹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 강화될 전망이다.

마스덴 런던예술대 교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강요받고 있고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 유연한 업무 환경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앞으로 기업의 업무 환경이 더욱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기업들이 모든 직원이 회사에 꼭 나와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기업들은 일부 직원에 한해 재택근무를 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먼 무어 이노베이션 버블 CEO는 "재택근무를 하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회의를 전화 통화로 대체하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피하기 위해 데드라인을 만드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터들은 그 어느때보다 더 빠르고 민첩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안드레아 브리머(Andrea Brimmer) 알리 파이낸셜(Ally Financial) 최고 마케팅·PR 책임자는 "사람들은 업무에 있어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대규모 회의나 수만통의 이메일이 없어도 기업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택근무는 모든 사람들이 오직 필요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 진행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 '프라이버시' 보다 '안전'이 우선

최근 몇 년 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프라이버시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에 중점을 뒀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이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가격리, 집에 머무르기와 같은 정부가 내세운 방침을 따르고 있다.

마스덴 런던예술대 교수는 "이러한 트렌드는 광고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대 테크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과 구글(Googld)을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빼내 광고에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스덴 교수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전까지 나쁜 기업으로 인식돼 왔지만 위기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들이 소비자들을 감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현재 소비자들은 자유에 앞서 안전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심리 전문가 피터 노엘 머레이는 "생활 환경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브랜드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변하게 된다"며 "위기 속에서 많은 브랜드들이 선행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그 행동이 지속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덴 런던예술대 교수는 "하나의 새로운 행동을 강제하지 않는 조건 하에 66일간 지속했을 때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트렌드 변화가 브랜드와 마케터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기업이 말보다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잘 눈여겨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