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불 지핀 '숏폼' 시대… 콘텐츠도 광고도 짧아야 통한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불 지핀 '숏폼' 시대… 콘텐츠도 광고도 짧아야 통한다
  • 김수경
  • 승인 2020.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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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터 이어 CJ ENM·네이버·카카오M·MBC까지 '숏폼'
"숏폼 콘텐츠 문법에 누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하느냐가 관건"

#가수 지코가 틱톡(TikTok)에서 진행한 '아무노래 챌린지'는 단연 올해 최고의 마케팅으로 손꼽힌다. '아무노래 챌린지'에는 화사, 청하, 이효리, 송민호, 크러쉬 등 연예인은 물론 글로벌 팬들까지 참여하며 세계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4분 7초 분량인 '아무노래'의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935만뷰인데 비해 48초 분량의 틱톡 '아무노래 챌린지'의 관련 영상 조회수는 최근 8억뷰를 돌파했다. 짧아야 통하는 '숏폼(short-form)'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불 지핀 숏폼 콘텐츠가 디지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동영상 소비층인 1020 세대의 취향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디지털 광고·마케팅 업계의 문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9일 디지털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 업계들은 15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승전결'이 명확한 긴 분량의 콘텐츠 대신, 눈과 귀에 확 꽂히는 중독성있는 짧은 콘텐츠에 열광하는 1020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지코가 '아무노래 챌린지'에 활용한 동영상 앱 '틱톡'은 15초에서 1분 사이의 숏폼 콘텐츠를 지향한다. 틱톡은 '짧아서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숏확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50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사용자는 10억 명에 달한다.

길이가 긴 드라마와 영화 등의 콘텐츠에 집중해 온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는 지난해 5월, 1회 러닝타임이 15분인 오리지널 콘텐츠 잇츠브루노(It's Bruno)를 선보이며 숏폼에 도전했다.

스냅챗(Snapchat)은 2018년부터 1회당 6분 길이의 세로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앱에서 선보인 콘텐츠 '데드걸스'는 누적 시청자 1400만 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국제전자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주목받은 신생 OTT 사업자 '퀴비(Quibi)'는 10분 내외의 '숏폼+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음달께 선보일 예정이다. 퀴비는 출시 이전부터 JP모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약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포멋쟁이. ⓒtvN
마포멋쟁이. ⓒtvN

국내에서도 숏폼 형태의 신선한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CJ ENM의 나영석 PD는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에 이어 최근 '마포멋쟁이' 등 기존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5분 분량의 숏폼 콘텐츠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올 1월엔 10분 내외 길이 콘텐츠 6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금요일금요일밤에'를 선보이는 등 국내 숏폼 콘텐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드라마나 영화 등 긴 분량의 콘텐츠를 10분 이내로 요약해 보여주는 '브이 쿠키(V Cookie)'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아이돌의 녹화현장 스케치를 3~4분 분량으로 보여주는 '멀티버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올해 영상 플랫폼 '톡TV'를 신설하고 10분 이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MBC는 올해 1월 네이버의 웹 드라마 제작 전문 계열사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편당 20분 내외 드라마 '엑스엑스'를 제작해 방송과 유튜브, 브이라이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 송출했다.

범퍼플레이. ⓒ메조미디어
범퍼플레이. ⓒ메조미디어

디지털 광고 및 마케팅 전략도 숏폼 형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구글(Google) 유튜브(Youtube)는 2016년 4월부터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6초 미만의 광고 포맷인 '범퍼 애드'(bumper ad)를 선보였다. '범퍼 애드'는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6초 분량의 광고를 선보이며 효과적인 툴로 자리잡았다.

제일기획과 이노션, HS애드 등 대부분의 국내 광고대행사들도 '범퍼 애드'를 집행하고 있으며 광고주의 선호도도 높다. '범퍼 애드'는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임팩트있게 전달할 수 있으며 다른 광고와 달리 시청자들이 스킵할 수 없고 광고 단가도 저렴해 유튜브의 인기 광고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범퍼 애드' 출시 이후 짧은 광고 상품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SNS 트위터(twitter)도 6초 길이의 동영상 광고 '스포트라이프' 상품을 국내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는 인기있는 키워드 순위를 보여주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가장 윗부분에 6초 분량의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용자당 하루 2회만 동영상 광고를 띄우고 이후에는 일반 콘텐츠를 노출시킨다. 트위터의 시범 운영 결과 '스포트라이트' 사용자가 머문 시간은 일반 광고보다 26%, 인지도는 113%, 브랜드 고려율은 18% 각각 늘어났으며 광고 클릭률은 이전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도 지난해 7월부터 국내에서 5초 이하 광고를 무음으로 보여주는 '브레이크 테이크 오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조미디어가 동영상 광고 네트워크 '시그널 플레이'에 6초 이내 길이의 동영상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상품 '범퍼플레이'를 지난해 4월 선보였다. '범퍼플레이'는 동영상 광고가 가능한 100개 이상의 '시그널 플레이' 제휴 플랫폼에 메조미디어가 보유한 타기팅(targeting)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메조미디어 관계자는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콘텐츠 소비 문화에 광고도 5~6초 길이 형태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며 "광고 효과도 숏폼 형태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메조미디어가 13~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약 49.8%가 디지털 광고 유형 중 5초 길이 광고에 노출된 브랜드∙제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콘텐츠 제작자는 물론 기업과 플랫폼, 광고·마케팅 업계까지 모두 숏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분량을 짧게 편집한 수준의 숏폼 콘텐츠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처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숏폼 콘텐츠 문법에 누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하느냐가 관건"며 "앞으로도 플랫폼과 콘텐츠를 넘나드는 숏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에 174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규모다. 문체부는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숏폼 형태의 웹드라마와 웹예능, 웹다큐, 교양 등 '뉴미디어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에 전체 지원금액의 약 17%인 29억59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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