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쾌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이유있는 동행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쾌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이유있는 동행
  • 김수경
  • 승인 2020.02.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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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투트랙 지원 주목
CJ그룹, 1995년부터 문화사업에 7조5천억원 뚝심 투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CJ그룹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CJ그룹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한 가운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동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101년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사상 최초다.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출신 감독 최초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옆에 앉아 수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자 봉준호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꽤 긴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나는 봉준호 감독의 미소, 독특한 헤어스타일, 그가 말하는 방식과 걷는 방식, 그리고 특히 연출까지 모든 걸 좋아한다"며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그의 유머 감각이다. 그는 정말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면서도 결코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기생충을 지원해주고 함께 일해주고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불가능하게 보이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지원해 준 내 남동생인 이재현(CJ그룹 회장)에게도 감사하다"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솔직한 의견 덕분에 감독과 창작자들이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관객들이 없었다면 우리도 여기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날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CP) 자격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J ENM이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았으며 이 부회장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와 글든글로브 시상식에도 봉 감독과 동행했다.

CJ는 앞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과 '마더(2009년)', '설국열차(2013년)'의 투자와 배급 등을 맡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의 글로벌 홍보를 위해 투트랙 지원을 펼쳤다.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그룹 문화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뒤 대규모 투자와 지원 결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문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회장의 문화사업 비전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아카데미 캠페인 기간 동안 영화계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기생충'에 대한 우호 여론 조성에 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해 7월 "'기생충'은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문화로 국격을 높였다"며 "영화와 음악, 드라마 등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하며 앞으로도 문화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2014년 케이콘 LA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BTS). ⓒCJ ENM
2014년 케이콘 LA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BTS). ⓒCJ ENM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쥐고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CJ그룹의 문화 사업도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CJ그룹은 '문화보국' 경영철학 하에 국내 문화산업에 25년간 투자하는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1995년,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신생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던 드림웍스에 3억 달러(한화 약 3500억원)를 투자하면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문화의 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위해 극장,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 사업에 현재까지 약 7조5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열었고 1990년대 후반엔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엔 음악전문 방송채널인 Mnet을 인수하면서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9년 연말 'Mnet영상음악대상'을 시작으로 MKMF를 거쳐 MAMA까지 아시아 최고의 음악축제를 이끌며 Mnet은 K팝의 글로벌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2012년, K컬처를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 '케이콘'을 선보였으며 미국 LA와 뉴욕을 비롯해 일본 도쿄, UAE 아부다비, 프랑스 파리, 멕시코 멕시코시티, 호주 시드니, 태국 방콕 등 매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1만명 규모로 시작된 케이콘은 지난해 8월 케이콘 LA를 기점으로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사업으로 발을 뗀 CJ그룹의 문화 사업이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만큼, 앞으로 다양한 K컬처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J ENM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