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연봉·워라밸·업무는?"… 임태진 CD가 밝힌 '직업으로서의 광고인'
"제일기획 연봉·워라밸·업무는?"… 임태진 CD가 밝힌 '직업으로서의 광고인'
  • 김수경
  • 승인 2020.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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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산업, 직종과 워라밸, 광고인으로서의 즐거움과 어려움 공유
"사람에 대한 관심, 인문학적 소양, 생각하는 힘 중요"
임태진 제일기획 CD. ⓒ브랜드브리프
임태진 제일기획 CD. ⓒ브랜드브리프

국내 최대 규모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제일기획의 임태진 CD(Creative Director)가 지난 29일 제일기획 본사에서 열린 제일세미나 무대에 올라 '직업으로서의 광고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임 CD는 "광고대행사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광고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로 바꿔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그는 "광고인을 꿈 꾸는 많은 사람들이 광고회사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업무 프로세스는 어떠한지, 광고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소양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업 종사자로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임 CD에 따르면 제일기획을 포함한 대부분의 광고대행사엔 크게 AE(Account Executive), AP(Account Planner), 제작, 미디어, PM(Project Manager) 등 5개의 직종이 있다.

AE는 기본적 예산과 광고주 관리, AP는 전략, 제작은 CD, AD(Art Director), CW(Copy Writer), PD(Producer)로 이뤄졌으며 말 그대로 광고 제작을 담당한다. 미디어는 매체 집행과 미디어 전략, PM은 예산과 일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

임 CD는 "광고대행사 입사 전 미리 자신의 적성과 어떤 일이 맞을지를 잘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광고대행사의 TV 광고 업무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먼저 AE가 광고주를 만나 '킥오프'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는 브랜드 또는 기업의 신제품과 광고 예산, 타깃, 제품, 커뮤니케이션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후 AE와 AP가 OT(orientation)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기간과 목표, 일정 등을 제작팀에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팀은 기획안을 짠 뒤 광고주를 만나 몇 차례의 PT(presentation)를 진행한다.

다음으로 광고 모델, 장소, 기간, 제품, 의상, 배경음악 등 광고 촬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사전에 협의하는 PPM(Pre Production Meeting)을 거친 뒤 실제 촬영에 나서게 된다. 광고 촬영 기간은 보통 국내는 1~2일, 해외는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과 2D, 3D 작업이 추가된다. 최근 광고 배경으로 합성된 장면을 많이 사용하면서 예전에 비해 편집 업무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편집을 거쳐 광고가 완성되면 실무 시사, 임원 시사, 광고주 시사를 한 뒤 TV로 온에어가 된다. 

임 CD는 "제작 파트에 있는 CD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광고주를 설득시켜 광고 계약을 따 내는 PT라고 생각한다"며 "업무량과 소요되는 시간은 PT와 OT 과정이 가장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임태진 제일기획 CD. ⓒ브랜드브리프
임태진 제일기획 CD. ⓒ브랜드브리프

임태진 CD는 한 편의 광고를 완성하기 위해선 광고대행사뿐만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수 많은 광고인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고모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모델 에이전시, DOP(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 감독), 조명, 스타일리스트, 로케이션 매니저 등이 있는 프로덕션, 편집작업을 하는 에디트(Edit), 효과음, 광고 음악 등을 담당하는 녹음 엔지니어 등 수많은 광고인들과 함께 작업한다"며 "광고인을 꿈 꾼다면 처음이 꼭 대행사일 필요는 없다. 광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광고대행사로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제작시 각자의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CD는 항상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겸손해진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그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제일기획의 급여 수준, 업무 강도, 직업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CD는 "제일기획은 일반 직장인 대비 급여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대행사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느냐 안맞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일반 회사에 비해 학벌은 현업에서 큰 장벽이 되지 않으며 스킬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업무를 하고 싶다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에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밤을 새는 일도 많았던게 사실이지만 주 52시간이 정착된 후에는 워라밸이 보장되는 편"이라며 "아무 의미없이 회사에서 버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워라밸이 지켜지다보니 직원들이 내는 아이디어의 퀄리티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매일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고 유명한 광고 모델을 만나기도 하고 해외촬영도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게 광고인의 장점"이라며 "머리 스타일이나 복장의 자율성도 보장된다.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기만 하다면 정말 재밌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인의 힘든 점으로는 정답이 없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정답이 있으면 설명하면 되지만 광고는 답이 없는 문제를 100% 설득하는 작업"이라며 "어떤게 맞는지 그때 그때 다르고 광고주, 예산, 사람, 시기에 따라 답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만든 광고가 잘 됐을때 큰 성취감이 있지만 잘 안됐을때는 상처를 받고 자존감이 다칠 수도 있다"며 "광고인은 성취감과 자존감 사이에서 다치지 않도록 마음단련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임 CD는 "광고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며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감동받는지, 왜 그런지를 잘 관찰하고 공감을 넘어선 인사이트를 이끌어 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소양이나 인간성이 기획안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과 생각하는 힘, 소비하는 문화의 종류, 취향의 깊이, 인간성, 사회성 등을 두루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임태진 CD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영상예술원, 엠넷, 인터넷방송국, 아이리버, iMBC 등 다양한 회사를 거쳐 지난 2007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재 KT, 삼성화재다이렉트, 요기요, 삼성생명 등의 광고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배우 김영철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버거킹의 '사딸라' 광고도 임 CD가 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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