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어떻게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됐나
'비스포크', 어떻게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됐나
  • 김수경
  • 승인 2019.10.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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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고려상 삼성전자 PM 인터뷰
"제조사가 팔고 싶은 제품 아닌,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이 혁신의 비밀"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비스포크 매장. ⓒ정상윤 기자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비스포크 매장. ⓒ정상윤 기자

출시 4개월만에 국내 냉장고 시장의 트렌드를 바꾼 브랜드가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맞춤형 냉장고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는 현재 삼성전자 전체 냉장고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도 디자인도 주문 방식도 기존 냉장고와는 완전히 다른 '비스포크'는 어떻게 단기간에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아이코닉한 냉장고 브랜드가 됐을까.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비스포크'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있는 김정현·고려상 삼성전자 PM(Product Manager)을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만났다. 

김정현 PM은 "처음 비스포크 콘셉트를 들었을 때부터 가전 시장에 한 획을 긋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기존 냉장고 시장은 늘 용량과 기능 중심의 경쟁을 벌여왔지만 비스포크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제품을 혁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상 PM은 "비스포크는 원래 브랜드 론칭을 준비할때 프로젝트 명이었는데 본연의 뜻인 '맞춤 주문 제작'이 제품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비(be)가 되다, 스포크(spoke)가 말하다 인데, 말하는대로 되는 삼성의 새로운 가전 브랜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스포크'는 본래 남성 정장과 고급 차량 업계에서 고객 맞춤 주문에 주로 쓰던 표현이다. 삼성의 '비스포크'도 고객이 원하는 컬러와 소재, 타일, 용량, 기능 등을 주문제작 해주는 모듈형 냉장고 브랜드다. 고객이 원하는 나만의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그간 국내 냉장고 시장은 메탈 소재와 화이트 일색의 컬러, 대용량과 다양한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냉장고 자체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핵심 품목도 아닌데다 제품 교체 주기도 7~10년으로 길다는 것도 냉장고 시장의 한계로 꼽혔다.

김정현(좌)·고려상(우) 삼성전자 PM(Product Manager). ⓒ정상윤 기자
김정현(좌)·고려상(우) 삼성전자 PM(Product Manager). ⓒ정상윤 기자

이에 삼성전자는 빅데이터를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했다. 

고 PM은 "예전에는 기존 냉장고의 불편한 점, 문제점 등 냉장고 자체에 대한 데이터 조사를 주로 했다"며 "비스포크를 준비할 땐 냉장고가 위치하는 주방 공간에 대한 데이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트렌드가 많이 사라지면서 주방 공간과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냉장고 교체시 고민을 물었더니 냉장고가 주방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주방과 거실의 구분이 사라지고 주방이 인테리어의 범주로 들어오게 되면서 냉장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PM은 "비스포크는 기존 냉장고에선 보기 어려운 다양한 소재와 컬러, 좌우 여백을 남기지 않고 냉장고 칸에 쏙 들어가는 키친핏을 마케팅 차별점으로 내세웠다"며 "혼수, 이사, 리모델링 고객을 주 타깃층으로 설정했는데 실제 구매 고객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유행하는 온라인 집들이를 비롯해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비스포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며 "인테리어를 중시하고 관여도가 높은 고객들의 반응이 가장 폭발적이었다"고 밝혔다.

비스포크를 구매한 고객들이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와 SNS에 올리며 자발적 확산을 이어갔다. 주방 구석을 차지하던 냉장고가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고 PM은 "브랜드를 기획할 때부터 제조사가 팔고 싶은 제품 보다는 시장에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척도가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비스포크가 그 선발주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비스포크는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제품 마케팅도 이전과는 달랐다. TV CF도 기존 냉장과 CF와는 달리 제품의 기능이나 용량이 아닌,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집중했다. 

김정현 PM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마케팅 활동을 기획·실행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티저 영상을 만들고 이업종 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기존 냉장고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비스포크는 지난 6월 부산과 수원에서 열린 '홈∙테이블데코페어'에 참여해 공간 디자이너 임성빈의 '빌라레코드'와 협업해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비아인키노, 유나이티드 스트레인저스, 인아트 등과 협업해 다양한 비스포크 제품을 선보였다.

김종완·김충재·문승지·양태오·임성빈·장호석 등 6인의 개성 넘치는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비스포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으며 아난티 코브 이터널저니(부산 기장), 양양 서피비치(강원 양양), 프릳츠 도화점(서울 마포), 스틸북스(서울 용산) 등 밀레니얼 세대가 즐겨찾는 힙플레이스 10곳에서 비스포크 냉장고 체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김 PM은 "냉장고 마케팅을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에 비스포크를 설치하고 핵심 타깃층과 연계한 SNS 인증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했다"며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어떻게 우리 제품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지를 유기적으로 설계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략과 메시지는 일관되게 유지하되 디지털과 TV CF, POSM(Point of Sale Material, 매장에서 운영하는 모든 종류의 대고객 메시지)은 다양한 영역에서 색다른 시도로 접근한 것이 전략이었다. 잔뼈 굵은 삼성전자 마케터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고려상 PM은 "기존의 냉장고 마케팅과 달리 비스포크는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마케팅에 공을 들였는데 소비자들의 자발적 확산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며 "제품이나 마케팅 모두 새로운 혁신에 대해 내부에선 걱정이 많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은 더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비스포크는 단순 냉장고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정현 PM은 "비스포크는 1·2인 가구, 3인 이상 가구 등 각각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개성에 맞는 나만의 조합을 제공한다"며 "1인용 비스포크를 샀다가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추가 구매해 연결할 수 있고, 컬러나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판만 교체할 수도 있는 확장가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스포크는 게임체인저로서 앞으로 냉장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제품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우리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상 PM은 "최근 가전 시장에선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가가 제품의 주요 구매 요인으로 꼽힌다"며 "비스포크는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앞서 내놓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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