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프, 사람을 위한 최선의 노력"… 오형균 제일기획 ACD의 선제안 성공기
"브리프, 사람을 위한 최선의 노력"… 오형균 제일기획 ACD의 선제안 성공기
  • 엄주연
  • 승인 2019.09.20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라이언즈 X 서울 페스티벌
'선제안' 방식으로 '꽃병 소화기', '생명의 다리' 성공
"이제는 모범이 될 차례"… 함께 할 클라이언트 모집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서울에 왔습니다. 칸 라이언즈 X 서울 페스티벌에서는 올해 칸 라이언즈의 주요 세미나와 수상작들을 상영하고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인사들을 초청해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칸 라이언즈 X 서울 페스티벌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다양성(Diversity), 접근성(Accessibility) 등을 주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마케팅 캠페인 전략을 공유합니다.<편집자주>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해법을 만들면, 그것이 바로 브리프가 된다"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는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X 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광고의 지침서가 되는 '브리프'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오 ACD가 말하는 브리프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가 속해 있는 선제안팀은 고정 광고주 없기 때문. 목적이 있어야 광고가 존재하는데 광고주가 없다는 것은 기획안 자체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오 ACD는 '만약'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기준을 만들어 갔다. 그가 생각해 낸 것은 "어떤 브랜드든 실제로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줄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기업에 광고를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성공사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의 성공은 삼성화재 '꽃병 소화기' 프로젝트다.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 ACD는 먼저 광고주인 삼성화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고민했다.

그는 "삼성화재의 슬로건은 당신에게 좋은 보험인데, 어떤 광고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은 보험이라 생각할까를 고민했다"면서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이 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매년 화재 발생으로 많은 재산피해가 일어나는데, 주거화재가 그 중 만건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시설이 없는 집이 58%에 달한다. 소화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전체 인구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착안해 개발한 것이 '꽃병 소화기'다. 기존 소화기와는 다른 꽃병 모양으로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조작 방식을 던지는 것으로 간편하게 바꿨다. 화재 발생시 소화기를 찾지 못하거나 사용법을 몰라 초기 진화에 실패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꽃병소화기' 캠페인은 올해 열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 ACD는 광고주 없이 살아온 5년의 세월을 '마치 수능을 매해 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상을 받는 것보다 먼저인 것은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성공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상을 탈 수 있을 법한 브랜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성공 캠페인을 만드는 것까지가 대행사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선제안팀의 결과물도 인정받고 있다. 

오 ACD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표류, 어디로 가는지 안다면 모험"이라면서 "지금까지가 표류였다면, 기준이 생긴 지금은 이제 모범이 됐으면 한다.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형균 제일기획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가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라이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오 ACD가 성공으로 이끈 광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포대교에 희망의 메시지를 새기는 '생명의 다리' 캠페인도 그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마포대교의 눈과 비, 강풍, 차량의 진동에는 반응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움직임에만 반응하는 적외선·초음파 방식 센서를 개발했고 서울시까지 총 6단계나 되는 승인 단계를 거쳐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강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선제안 방식을 흥미로워했다. 20대 직장인 이예진 씨는 "광고회사에 고정 광고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이런 새로운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수민 씨 역시 "자발적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새로웠다"고 전했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칸 라이언즈 X 서울 페스티벌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다양성(Diversity), 접근성(Accessibility) 등을 주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마케팅 캠페인 전략을 공유한다. 주요 세미나와 수상작들을 상영하고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인사들을 초청해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20일까지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진행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