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신화, 숨은 조력자는 광고회사…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변신
스타트업 성공신화, 숨은 조력자는 광고회사…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변신
  • 김수경
  • 승인 2019.07.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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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 스타트업 발굴해 브랜드 전략 컨설팅
대홍기획·HS애드·서비스플랜코리아 등 스타트업 숨은 조력자로 활약
대홍기획x세탁특공대 업사이클링캠페인. ⓒ대홍기획
대홍기획x세탁특공대 업사이클링캠페인. ⓒ대홍기획

# '3달러' 균일가 전략으로 미국을 사로잡은 '브랜드리스(Brandless)'와 매트리스업계 혁신으로 불리는 스타트업 '캐스퍼(Casper)'의 성공신화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광고회사 레드앤틀러(Red Antle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잠재력이 충분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 이름과 정체성은 물론 로고, 슬로건, 웹사이트 개발과 광고·마케팅까지 브랜드의 성장에 투자하면서 스타트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 광고회사도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변신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광고부터 브랜드 전략까지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주며 제 2의 레드앤틀러를 꿈꾸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광고대행사들이 대형 광고주에 집중해왔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실력있는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인큐베이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하우와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초기 브랜딩 전략을 꼼꼼히 세워 함께 성장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노린 것이다. 


대홍기획은 신생기업의 브랜딩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브랜드 인큐베이션' 사업을 지난 5월부터 펼치고 있다. 


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딩 니즈가 있으나 내부 인력, 경험 등의 부족으로 실행이 어려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대홍기획의 마케팅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제품 또는 서비스의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 위한 소비자 조사 및 브랜드 컨설팅부터 네이밍, 로고 및 패키지 디자인, 디지털 퍼포먼스 광고 등 20여 가지 옵션 중에서 각 기업에 가장 필요한 솔루션을 차별적으로 조합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 후 배달해 주는 O2O 세탁서비스 스타트업인 '세탁특공대'와 함께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선보였다.

세탁물을 깨끗하게 보관하기 위한 일회용 세탁비닐이 연간 4억장 가까이 버려지는 것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세탁비닐에 새로운 용도를 더해 한 번 더 사용하게 하는 캠페인이다. 

기존의 세탁비닐 아랫면을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처럼 묶어 버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고객들에게 재활용 쓰레기 봉투로 한번 더 사용해 달라는 문구를 넣었다. 

'2회용 세탁비닐' 캠페인은 비닐 쓰레기 배출도 줄이면서 고객들 의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고 브랜드와 서비스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부산국제광고제에서 프로모션과 PSA(Public Service Advertising) 그린(환경) 부문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홍기획 스타트업 브랜드 인큐베이션 사업을 담당하는 강태호 비즈트랜스본부 CⓔM은 "광고회사에서 브랜딩, 광고 캠페인, 데이터기반 마케팅 등을 아우르며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신생 기업들의 브랜드 방향성과 솔루션을 함께 고민하며 성장궤도를 함께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브랜드 인큐베이션의 일환으로 대홍기획은 인슈어테크(InsurTech) 기업 보맵과 손을 잡았다. 

지난 2017년 출시 된 보맵은 2019년 1월에 업데이트 된 보맵 3.0 버전을 통해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펫보험 등 온라인에서 고객이 필요에 의해 쉽고 합리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간편 보험을 출시해 보험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포함한 7개사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아한형제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브랜드인 '배달의민족'과 HS애드의 협업 사례도 광고회사와 스타트업이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성장한 좋은 사례로 꼽힌다. 

HS애드는 지난 2014년 4월 처음으로 선보인 광고부터 현재 온에어되고 있는 광고까지 '배달의민족' 광고를 전담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업계 1위 배달앱 브랜드로서의 새로운 비전까지 광고 속에 꾸준히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광고주인 우아한형제 측에서 고마움을 담아 HS애드 헌정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광고주가 대행사에 헌정 광고를 내 준 것은 사상 최초의 사례였다. 

배달의민족 광고를 담당한 HS애드 측은 "브랜드를 알리는 것부터 정보 전달,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 새로운 서비스와 비전을 보여주는 것까지 기업의 전략을 광고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4년 매출 291억원에서 지난해 3193억원을 기록, 기업가치는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점자 기기를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 닷 인코퍼레이션(dot incorporation)은 광고회사 서비스플랜코리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닷은 세계 최대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3년 연속 수상하고 각종 글로벌 광고·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닷의 광고·마케팅을 대행한 독일계 광고대행사인 서비스플랜코리아와 함께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이 주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가 닷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규모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도 '요기요'와 '마켓컬리' 등 신규 광고주로 스타트업을 영입하며 브랜딩 전략 수립에 조력하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광고회사가 실력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브랜딩 전략을 컨설팅해주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이 같은 협업은 전통적인 광고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공을 들이는 대형 광고대행사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대형 광고주와의 계약을 따내는 것을 넘어 신규 브랜드를 대형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 수립과 컨설팅 역량도 광고회사의 필수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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