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코딩] 엘리자베스 2세와 미디어의 역사
[미디어 디코딩] 엘리자베스 2세와 미디어의 역사
  • 권경은
  • 승인 2022.1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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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맡고 있는 강의에 광고대행사에 재직중인 분을 초청해 특강을 열었다. 그 분은 "자신이 현재 직장으로 이직할 때 인터넷이 생겼다"고 말햇다. '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불과 30~35년 전 이야기였다.

올해 9월 엘리자베스 2세가 타계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과 함께 한 미디어 역사를 살펴보면 미디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 1926년 태어난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생은 매스미디어의 등장 시기부터 현재 소셜 미디어 환경까지 모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킹스 스피치'는 2차 대전 시기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선전전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인 조지 6세다. 영화 속에는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2세가 흑백 TV를 통해 히틀러 연설을 시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말더듬이였던 조지 6세는 TV와 라디오를 선전 매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히틀러에 맞서는 연설을 해야 했고 이를 위해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는다.

1940년 당시 14살이던 엘리자베스 2세 역시 2차 대전이라는 국난 극복을 위해 첫 연설을 한다. 이 연설은 BBC 방송의 어린이 시간을 통해 방송됐고 영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2020년, 70년이 지난 시기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한 번의 명연설을 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We Will Meet Again)'라는 제목의 연설이었다. 이는 2차 대전 시기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인기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 노래는 2차 대전 참전으로 인해 가족, 연인들이 헤어지는 상황에서 불리던 곡이었다.

이후 코로나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아 국민들을 독려하기 위해 진행된 엘리자베스 여왕의 연설은 TV에서 생중계됐고 다시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많은 연설을 남겼고 메시지를 전파하는 채널은 변화해 왔다. 라디오와 흑백 TV에서 시작해, 유튜브와 SNS까지. 엘리자베스 2세가 사용한 미디어의 흐름을 적어보면, 그 자체가 미디어의 역사다. 오늘날 미디어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스미디어가 청동기 기술처럼 여겨지지만 - 미디어학 교수들이 종종 농담조로 이야기하듯이 - 매스미디어라는 기술이 등장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노인이 됐을 때는 도대체 어떤 미디어 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이 잘 안 된다. 지난 주 한 학생은 과제에 "12년 전 중학교 시절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2G 휴대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미디어 활동은 매우 한정적이었다"고 적었다. 20대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미디어의 모습은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우리 각각의 인생에 있어서 미디어의 변화를 되돌아보면, 미디어 기술 변화에 가속이 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숨이 찰 정도다. [국민대 겸임교수 권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