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산악회'부터 '신도시 아재들'까지… 피식대학 정재형이 밝힌 '영감'의 원천
'한사랑 산악회'부터 '신도시 아재들'까지… 피식대학 정재형이 밝힌 '영감'의 원천
  • 김수경
  • 승인 2022.08.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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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대학' 크리에이터 겸 코미디언 정재형, 2022 부산국제광고제 연사로 나서
"과거, 현재, SNS 등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 받아 콘텐츠 기획"
"기존 성공공식 답습하기 보다 피식대학만의 새로운 방식 추구"
'피식대학' 크리에이터 겸 코미디언 정재형. ⓒ부산국제광고제

"피식대학은 과거로부터의 영감, 트렌드와 SNS로부터의 영감, 그리고 현재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의 영감을 발전시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때는 기존의 성공공식을 답습하기 보다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만의 그릇에 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 159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크리에이터 겸 코미디언 정재형이 25일 열린 2022 부산국제광고제의 오픈 스테이지 무대에 연사로 올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얻는 영감의 원천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피식대학'의 다양한 콘텐츠. ⓒ부산국제광고제

'피식대학'은 05학번이즈백(05학번 is back)을 비롯해 한사랑 산악회, B대면 데이트, 로니&스티브, 최근 신도시 아재들까지 연달아 성공시키며 국내 유튜브 코미디 채널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정재형은 "05학번이즈백은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콘텐츠다. 05학번 시절 우리가 멋있다고 느꼈던 것들이 지금은 구려졌다. 그 괴리 속에서 비틀어진 웃음 포인트를 찾아냈다"며 "05학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공감대에서 오는 희열과 웃음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 과거의 경험과 과거의 상황을 가져와 현대화 시킨 것"이라며 "05학번이즈백 속 정재혁 캐릭터는, 그 당시 내가 선망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형의 모습을 연기한 것이다. 각자 과거의 추억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창조해 낸 콘텐츠"라고 밝혔다.

지극히 현실적인 산악회 아저씨들의 모습을 그려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한사랑 산악회'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은 영감과 최신 트렌드를 접목해 탄생한 콘텐츠다.

정재형은 "피식대학 멤버인 김민수 씨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한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길 했다"며 "아저씨들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등산이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레깅스를 입고 산에 오르는 등 대중적인 트렌드가 됐다는 얘길 듣고 산악회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묘에 가서 아저씨들과 어르신들의 옷차림과 말투, 행동, 말버릇 등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또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연기하다보니 아저씨들이 왜 그렇게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소리를 지르게 되더라"며 캐릭터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카페사장 최준'과 '이호창 본부장'이라는 대박 캐릭터를 만들어 낸 'B대면 데이트'는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밈(meme)을 분석해 기획한 콘텐츠다. 'B대면 데이트'는 준비 기간만 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피식대학'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녹아있다.

정재형은 "SNS에서 허세, 양아치, 느끼, 다단계, 힙찔이와 같은 요소들이 밈으로 많이 돌았다. 이 키워드들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해보니 B급 남자들이었다"며 "B급 남자들을 중고차 동호회에서 만나게 하면 어떨까, B급 남자들을 발레나 필라테스 학원에 보내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그런 식으로 가면 기존 05학번이즈백이나 한사랑산악회와 콘텐츠의 결이 비슷해질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B급 남자들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새롭게 소비할지에 대해 굉장히 공을 들였다. 피식대학의 기존 성공 공식대로 가기보다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을 접목해보기로 했다"며 "당시 코로나 때문에 줌 화상회의가 뜨고, 하트시그널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줌과 하트시그널을 접목시켜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B대면 데이트'는 B급 남자들과 시청자가 영상통화를 하며 실제로 소개팅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신선한 방식으로 단숨에 인기 콘텐츠로 부상했다. 진짜 영상통화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세로 화면으로 촬영했다.

정재형은 "기존 것을 답습하기보다는 망하더라도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B대면 데이트의 결과는 굉장히 좋았고, 새로운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B대면 데이트의 성공을 경험하며 앞으로도 피식대학은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얻고, 새로운 틀, 새로운 공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식대학'의 피식 유니버스 지도. ⓒ부산국제광고제

'피식대학'의 인기 콘텐츠가 쌓이면서 '피식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세계관까지 등장했다. '한사랑 산악회'의 캐릭터과 '05학번이즈백', 'B대면 데이트'의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얽혀있어, 마블(Marvel) 유니버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정재형은 "피식 유니버스는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인 '피식팸'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유튜브가 TV와 다른점은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직접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걸 바로 콘텐츠에 적용시켰기 때문에 피식 유니버스까지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식대학'은 최근 신도시에 사는 3040 아저씨들의 현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신도시 아재들' 콘텐츠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도시 아재들'에서 정재형은 신도시 아파트에 살고 판교의 한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3040 아저씨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정재형은 "대부분의 미디어는 여성 또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5060 산악회 아저씨들과 3040 신도시 아저씨들을 관찰했다"며 "막상 그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한사랑 산악회'에는 '웃긴데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진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신도시 아재들'에는 '웃긴데 이상하게 슬프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많은 분들이 캐릭터에 공감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재형은 "산악회 아저씨나 신도시 아저씨들처럼, 아직도 피식대학이 이야기 할 블루오션은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과거, 현재, SNS 등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실과 고증 사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부산국제광고제는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벡스코 및 해운대 일원과 온라인 페스티벌 홈페이지를 통해 동시에 열린다. 올해는 '매드(MAD, 세상을 바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찾아라)'를 주제로 전 세계의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공유한다.

올해 부산국제광고제에는 역대 최다 참여국인 73개국에서 1만8922편(8월 25일 기준)의 작품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58개국 1745편(전문가 1582편, 일반인 163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시상식은 행사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5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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