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에 재탄생한 '임신한 남자' 광고, '여성의 권리'를 외치다
52년 만에 재탄생한 '임신한 남자' 광고, '여성의 권리'를 외치다
  • 김수경
  • 승인 2022.08.03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치&사치, 1970년대 선보인 광고 업데이트해 새롭게 선봬
미국 내 여성 낙태권 지지 위해 상징적 크리에이티브 작품 활용
"여성의 권리에 대한 지지 표명할 것"
1970년대 선보인 사치&사치(Saatchi & Saatchi)의 '임신한 남자(Pregnant Man)' 광고(좌)와 이를 업데이트한 2022년 광고 포스터. ⓒSaatchi & Saatchi London

지난 1970년대에 등장해 크리에이티브(creative) 업계의 전설이 된 '임신한 남자(Pregnant Man)' 광고 캠페인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새롭게 재탄생했다. 옛 광고가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선보인 광고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3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광고대행사 사치&사치 런던(Saatchi & Saatchi London)은 '임신한 남자' 광고를 52년 만에 업데이트해 선보였다.

1969년 등장한 '임신한 남자' 광고는 사치&사치가 영국 보건교육위원회(Health Education Council)와 함께 선보인 캠페인으로 임신한 남성의 사진과 함께 "만약 당신이 임신할 수도 있었다면, 더욱 신중할 수 있었을까요?(Would you be more careful if it was you that got pregnant?)"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광고는 남성도 '캐주얼 섹스(casual sex,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성행위)'에 책임감을 갖고, 피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임신한 남성의 이미지와 정곡을 찌르는 카피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아직까지도 많은 광고인들이 꼽는 최고의 광고로 회자되고 있다.

사치&사치가 52년만에 새롭게 선보인 '임신한 남자' 캠페인. ⓒSaatchi & Saatchi London

사치&사치는 올해 미국 내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른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지지하기 위해 '임신한 남자' 광고를 반세기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이번 광고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사무엘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을 '임신한 남성'의 얼굴로 내 걸었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여성들의 낙태 선택권에 오랫동안 반대 해 온 인물로, 지난 5월 2일 그가 작성한 낙태 권리 관련 판결 다수의견 초안이 법원 내부에서 유출되면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98쪽 분량의 다수의견 초안에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은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임신 28주 전까지 여성이 임신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난 6월 24일 폐기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1973년 1월 22일)은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판례로 꼽힌다. 이전까지 미국 대부분의 주는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했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임신 22~24주 이전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평등권을 확립하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되면서 일부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시행되자 미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낙태 금지법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사치&사치는 사무엘 알리토의 얼굴을 '임신한 남성' 광고 포스터에 내세운 뒤 "만약 당신이 임신할 수 있다면, 당신의 투표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까?(Would you be more careful with your vote if it was you that got pregnant?)"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며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항의했다. 

프랭키 굿윈(Franki Goodwin) 사치&사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우리는 미국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영국 내 모든 플랫폼을 이용할 것"이라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의 위선과 퇴행을 지적하기 위해 사치&사치의 상징적인 크리에이티브 작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사치&사치 런던의 2022년 '임신한 남자' 캠페인은 사치&사치 공식 인스타그램(@saatchiuk)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