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 샐까봐 잠을 못자요"… 누구나 겪지만 누구도 못한 이야기를 광고에 담다
"생리혈 샐까봐 잠을 못자요"… 누구나 겪지만 누구도 못한 이야기를 광고에 담다
  • 김수경
  • 승인 2022.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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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시티 여성용품 브랜드 '바디폼', '생리 불면증' 신규 캠페인 선봬
생리기간 중 밤마다 겪게되는 불편한 경험 현실적으로 담아내 호평
감독 킴 게릭(Kim Gehrig), AMV BBDO 대행

활짝 웃는 얼굴로 상쾌하게 잠에서 깬 여성이 등장하는 일반적 생리대 광고와 상반되는 너무도 현실적인 생리대 광고가 등장했다. 이 광고는 생리 불면증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여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8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의 보도에 따르면 여성과 관련한 사회적 금기에 꾸준히 반기를 들어 온 여성용품 브랜드 에시티(Essity)의 바디폼(Bodyform/Libresse)이 이번에는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생리 불면증(Periodsomnia)'을 주제로 한 신규 캠페인을 선보였다.

바디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생리기간 중 생리로 인한 불편함과 불안, 두려움 등으로 인해 평생동안 평균 5개월의 수면 시간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62%는 생리 중 수면 부족을 겪으며, 33%는 수면 중 생리혈 누출 또는 이로 인한 오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며 62%는 생리 기간 동안 다른 집에서 가거나 휴가를 떠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바디폼은 '생리 불면증'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월경이 어떻게 여성의 수면을 방해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광고 속 여성들은 잠들기 전 진통제를 먹고 침대 위에 두꺼운 담요를 깔거나 여러겹의 속옷을 겹쳐 입는 등 생리 기간 중 숙면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심한 생리통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고, 어떤 여성은 자던 중 새어나간 생리혈 때문에 잠에서 깬다. 또 한 여성은 생리혈 때문에 자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기도 하고 자다가 방귀를 뀌기도 하며, 한 여성은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해 자위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는 편안한 숙면과 대조되는 불편한 수면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클럽 음악을 연상시키는 하드라이브(Hardrive)의 테크노 '딥 인사이드(Deep Inside)'를 의도적으로 삽입해 불안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마지막으로 광고는 "생리는 절대로 잠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왜 우리까지 잠들지 말아야 하는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바디폼의 생리대 신제품 '굿나잇 타월(Goodnight Towels)'을 내세운다.

이 캠페인은 광고대행사 AMV BBDO가 대행을 맡고 여성 감독인 킴 게릭(Kim Gehrig)이 감독을 맡았다.

AMV BBDO의 마고 리볼(Margaux Revol) 전략 파트너는 "생리 중 여성들이 한밤중에 겪게되는 일에 대해 그 누구도 진정으로 공감되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그 비어있는 공간에 끼어들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광고 속 여성들은 행복한 얼굴로 웃으면서 일어나 하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의 대부분의 영상 속 침대 위에 있는 여성들은 섹스를 하고 있거나 예쁘게 자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며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몇 주에 한 번씩은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이들 대부분은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에시티는 이번 캠페인을 디지털과 TV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집행했으며, 각국의 광고 규제에 따라 각각 다른 버전으로 선보였다.

에시티의 탄자 그루브너(Tanja Grubner) 펨케어(FemCare)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바디폼 캠페인이 여러 국가에서 다뤄지는 광고 속 여성의 생리혈에 대한 규제를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중동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광고에서 생리혈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까지도 우리는 광고 내에서 생리혈을 파란색 액체로 표현해야 했지만, 생리혈의 색상에 대한 편견을 깬 '#BloodNormal' 캠페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은 독일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생리혈을 붉은색으로 보여 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의 감독을 맡은 킴 게릭은 "10대 때 생리통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채 몇 시간 동안 깨어있곤 했었다. 어머니에게 새벽 3시에 진통제를 사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며 "진통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긴 했지만, 생리 기간에는 밤마다 항상 불편하고 외롭고 지쳤다. 심지어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서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야만 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매달 월경 기간 중 여성들이 밤마다 겪는 경험을 이해하고, 이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킴 게릭은 앞서 AMV BBDO와 함께 바디폼의 'Viva La Vulva' 캠페인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Viva La Vulva' 캠페인은 여성의 성기에 대한 낭설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화두를 던지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 캠페인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 성기들이 등장해 "너는 정말 진귀하고 정말 멋져. 네가 내 것이라서 기뻐. 내가 여자라서 기뻐"라고 노래한다. 광고를 통해 여성의 성기를 수치스러운 것에서 사랑스러운 것으로 바꿨으며 '여성의 몸을 자랑스럽게 해주는 3분짜리 걸작'으로 평가 받았다. 이 광고는 지난 2019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티타늄(Titanium) 라이언즈와 글래스(Glass)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

에시티는 그간 광고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금기시 돼 왔던 여성과 관련한 잘못된 편견을 깨부수는 강렬한 캠페인을 연달아 선보이며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BloodNormal' 캠페인에서는 여성의 생리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거부감을 꼬집으며 생리혈의 붉은색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캠페인 이후 많은 생리대 광고에서 그간 사용해 온 파란색 액체 대신 실제 생리혈과 비슷한 핏빛 붉은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2018년 칸 라이언즈에서 글래스(Glass)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여성들만의 부끄러운 비밀처럼 여겨져왔던 '자궁'과 '생리'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해 폭넓은 공감을 얻은 'WombStories' 캠페인은 생리를 겪는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극찬을 받았다. 이 캠페인은 2021년 칸 라이언즈 티타늄(Titanium), 필름(Film), 필름 크래프트(Film Craft), 헬스&웰니스(Health&Wellness) 부문 그랑프리 등 13개 라이언 트로피를 획득하며 그 해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로 인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