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해지는 게임 산업, 브랜드는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할까?
거대해지는 게임 산업, 브랜드는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할까?
  • 김수경
  • 승인 2022.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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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인게이지하는 브랜드, 더 큰 성장 기대할 수 있어"
"고객 아닌 플레이어로 접근… 플레이어에 더 나은 게임 경험 제공하는 것이 중요"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CMO, DMS 2022서 기조연설 펼쳐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글로벌 CMO. ⓒDMS 2022

글로벌 게임 산업이 3000억 달러(한화 약 368조5500억원) 규모로 거대해지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게임 시장을 새로운 광고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게임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마케팅은 결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브랜드들은 게임 세계에서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할까.

지난 13일 열린 디지털 마케팅 서밋(이하 DMS) 2022의 클로징 기조연설에서는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의 페르난도 마차도(Fernando Marchado)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이하 CMO)가 연사로 나서 게임 산업을 활용한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CMO 중 한 명으로, 앞서 버거킹(BurgerKing)과 유니레버(Unilever)를 거쳐 지난해 4월 액티비전 블리자드 CMO로 합류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글로벌 CMO. ⓒDMS 2022

그는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게임 업계로 자리를 옮기게 된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게임산업은 글로벌 영화산업, 북미 스포츠 산업, 음악 산업을 모두 합한 것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며 "전세계 인구의 40%가 비디오게임을 즐기며 2021년 31억명이 게임을 했다. 미국에서는 4명 중 3명이 게임을 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에게 게임이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글로벌 CMO. ⓒDMS 2022

그러면서 "사람들이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쓰는 시간보다 게임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현저히 더 많다"며 "게임을 직접 하는 사람도 많지만 트위치나 유튜브 게이밍을 통해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것을 그냥 보는 사람들도 많다. 훌루, 넷플릭스, ESPN 보다 게임을 보는 사람이 수가 더 많다. 정말 놀라운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을 중심으로 한 e스포츠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와 아시아에서 특히 더 인기가 많다. e스포츠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많은 브랜드들이 Z세대와의 인게이지먼트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을 하면 Z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게임 업계를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양한 수치를 제시했다. 과거에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떠올리면 어두운 방 안에 갇혀 게임만 하는 젊은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실제로는 현재 전세계 인구의 75%가 게임을 해 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18세 미만보다 더 많이 게임을 하며, 10대 남성보다 성인 여성들이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TV 보는 사람을 'TV 시청자'라는 그룹으로 묶지 않듯이, 이제는 게임하는 사람을 굳이 '게이머'라는 그룹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만큼 게임은 대중화됐다"며 "이제 게임은 민주적인 산업이 됐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공간이 됐다. 최근 대부분의 게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실시간으로 즐기는 방식이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욕구를 게임이 충족시켜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이같은 트렌드가 가속화됐고 게임 시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렇다면 브랜드 마케터로서 게임 시장에서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글로벌 CMO. ⓒDMS 2022

최근 많은 마케터들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있는 가운데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먼저 마케터들이 게임 산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로 브랜드의 타깃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정의하고, 해당 타깃 오디언스에 맞는 게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그 후엔 브랜드가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 게이밍에서의 브랜드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TV 광고에서의 브랜드 역할과는 다르다. 브랜드는 오디언스가 더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툴(tool)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TV를 보는 소비자들은 콘텐츠 소비에 수동적이다. 반면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하며 활동적으로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마케터들이 캠페인을 집행할 때 TV 광고를 내보내고 배너광고, CRM(고객관계관리) 등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있지만, 이는 모두 오디언스를 수동적 존재로만 인식할때의 전략이다.

이에 대해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게임 시장에서는 오디언스를 소비자(consum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로 바라봐야 한다. 플레이어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콘텐츠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활동적인 존재"라며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할 때 광고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즐겁고 성공적으로 플레이하고 싶어한다. 브랜드가 소비자가 아닌 플레이어들과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브랜드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와 성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는 타깃 오디언스들이 게임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 성공 사례로 버거킹의 '더 메뉴 코트(The Menu Court)' 캠페인을 소개했다.

'더 메뉴 코트'는 NBA 농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버거킹 메뉴가 그려진 코트에서 득점을 했을 때, 플레이어들에게 해당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 캠페인이다.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게임에서의 오디언스는 상품을 사기 위해 온 소비자가 아니라, 게임을 경험하기 위한 플레이어다. 버거킹은 타깃 오디언스들이 더욱 즐거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브랜드가 어떻게 게임을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크리에이티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브랜드가 플레이어들의 경험을 더 향상시켜주는 것이다. 성공 사례로는 하인즈(Heinz)가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와 협업해 진행한 '하인즈 히든 스팟(Heinz Hidden Spots)' 캠페인이 공유됐다.

'콜 오브 듀티'는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햄버거와 같은 음식을 편하게 먹으면서 즐길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하인즈'는 플레이어들이 편하게 음식을 먹으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몰래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하인즈는 히든 스팟을 지도로 만들어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했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중단하지 않고서도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도왔다"며 "브랜드가 해당 게임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캠페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플레이어들의 연결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다. '콜 오브 듀티'는 '워존 퍼시픽(Warzone Pacific)'을 오픈하면서 여행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워존 인 파라다이스(Warzone in Paradise)'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선보이는 멋진 여행지의 배경에 '콜 오브 듀티' 게임 그래픽을 합성해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았다.

페르난도 마차도 CMO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플레이어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여행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플레이어들을 더욱 가깝게 연결시켰다. 매우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독특한 캠페인이었다"고 말했다.

페르난도 마차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글로벌 CMO. ⓒDMS 2022

마지막으로 그는 "플레이어들이 광고를 방해되는 존재가 아닌, 게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툴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을 잘 알아야 하며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며 "거대해진 게임 산업을 잘 활용해 여러분의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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