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효심 울린 경동보일러 광고
[주크박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효심 울린 경동보일러 광고
  • 김수경
  • 승인 2022.03.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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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브리프 X 팡고TV '주크박스', 한국의 주옥같은 크리에이티브 광고 소개
8화 경동보일러 '효심' 시리즈 광고

브랜드브리프와 팡고TV가 한국의 주옥 같은 크리에이티비티를 소개합니다. '주크박스'는 기업과 브랜드의 핵심 철학, 한국인의 정서, 변화하는 시대상, 트렌드를 담은 당대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톺아 보며 새로운 인사이트와 영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약 30년 전, 사람들의 효심(孝心)을 흔들어 놓은 경동보일러의 광고 스토리가 공개됐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팡고TV는 브랜드브리프와 함께 선보인 '주크박스' 코너를 통해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전설의 카피를 탄생시킨 경동보일러의 '효심' 시리즈 광고를 소개했다.

'주크박스'에 따르면 지난 1991년 선보인 경동보일러의 '효심' 시리즈 광고 1탄은, 연탄불을 때는 시골 노부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눈 내리던 어느 추운 겨울 밤, 매운 연기를 맡으며 힘겹게 연탄불을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벌써 다 갈았어?"라고 묻는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추운데 왜 나왔느냐"며 서둘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등장해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며 광고는 끝이 난다.

주크박스 진행자인 김수경 기자는 "광고 속 소복히 쌓인 눈을 사뿐사뿐 밟는 소리, 이웃집의 개가 짖는 소리, 매캐한 연탄 냄새, 귀여운 시골개의 등장은 청각과 후각, 시각을 자극하며 연탄불을 때던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가 등장한 1990년대 초반은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에는 보일러가 활성화됐지만, 시골은 보일러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며 "경동보일러는, 실수요자인 시골 소비자 대신 실제 보일러를 살 수 있는 구매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로, 연탄불을 때는 시골집에 사는 부모님을 둔 자녀들의 마음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광고 카피의 화자를 아들이 아닌, 며느리를 전략적으로 앞세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세종문화에서 경동보일러 광고를 담당했던 이강우 선생은 "이 광고는 굉장히 성공한 타기팅(targeting) 광고"라며 "자녀들에게 제품을 소구하더라도 고부갈등 문제를 염려해 아들이 아닌 며느리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아주 좁혀서 얘기하면 시골 출신의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 며느리가 광고의 타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고 내용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보일러를 놓아 드리지 않으면 마치 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은, 마음을 치는 광고였다"며 "경동보일러 광고는 표현도 표현이지만, 시장에 대한 분석이 아주 예리하고 정확했으며 소비 타깃을 정확하게 선정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뒀던 광고"라고 회상했다.

경동보일러는 한겨울이 배경인 광고를 휴가철이 몰린 한여름, 또는 명절 상여금을 타기 직전 시즌에 방영하는 등 타깃들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전략적 시기를 노렸다. 

김 기자는 "한국적 정서를 꿰뚫어 본 경동보일러의 효심 광고는 자녀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몇년치 재고까지 모두 다 판매하는 기록을 달성했다"며 "이후 1995년과 1996년에도 광고 카피를 그대로 살린 효심 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였다"고 전했다.

경동보일러의 1995년, 1996년 효심 시리즈 광고는 그해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크리에이티비티를 인정 받았다. 

이강우 선생. ⓒ한국광고총연합회

이강우 선생은 "광고를 해오면서 시종일관 가졌던 생각은, 어떻게하면 소비자 마음 속에 남을 한 마디 언어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매체 환경이 아무리 복잡해지고 시장 환경이 달라져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결국 그 대상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광고를 통해 이야기를 해야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철저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 집행되는 미디어 속 여러 광고들을 보며 후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급변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이고 있는 광고업계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강우 선생은 국내 최초의 광고 기획자이자 대한민국 광고인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국내 1세대 광고 전문가로서 국내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주크박스'는 앞으로도 주옥같은 한국의 크리에이티브를 엄선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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