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가는 목소리를 저장하세요"… 사람을 향한 '인간적 기술'의 탄생
"잃어가는 목소리를 저장하세요"… 사람을 향한 '인간적 기술'의 탄생
  • 김수경
  • 승인 2022.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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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D협회, 델·인텔·롤스로이스와 손잡고 혁신적인 음성 녹음 플랫폼 개발
'I Will Always Be Me' 캠페인, VMLY&R 대행
"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 보다 접근성 높고 가치있는 경험 제공해야"

운동 신경이 서서히 퇴화해 몸의 모든 근육을 쓸 수 없게 되고, 목소리까지 잃게 되는 운동신경질환(MND) 환자들을 위한 인간적인 기술이 탄생했다.

23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 보도에 따르면 MND협회는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이하 델), 인텔(Intel),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함께 협업해 MND 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기술을 공개했다.

델과 인텔은 말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MND와 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루게릭병)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개발했고, 광고대행사 VMLY&R은 MND협회, 롤스로이스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쉽고 빠르게 수집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고안된 책 '나는 항상 나 자신일거야(I Will Always Be Me)'를 제작했다.

I Will Always Be Me. ⓒVMLY&R

'I Will Always Be Me'는 미국의 동화 베스트셀러 작가인 질 트위스(Jill Twiss)가 쓴 글로, MND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여졌다. 이 책은 자신의 외모나 신체 능력에 변화가 있을지라도 내면은 항상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따뜻한 메시지 외에도 아주 특별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 한 권을 소리내 읽어 녹음하기만 하면 MND 환자들의 음성을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담고 있다. 이전까지 환자들은 자신의 음성을 수집하기 위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와 문구들을 약 3개월에 걸쳐 힘들게 녹음해야했지만, 'I Will Always Be Me'는 그 과정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줄인 것이다.

'I Will Always Be Me' 캠페인 웹사이트에 접속한 환자들은 무료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이후 책을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이 생기는 것은 물론, 딱딱한 기계음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가 입혀진 디지털 음성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환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MND 환자의 가족 우르술라(Ursula)는 "이 프로젝트는 당신의 목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아주 사랑스러운 방법"이라며 "지금 바로 당신만의 목소리와 억양, 어조를 저장하세요"라고 권했다.

I Will Always Be Me. ⓒVMLY&R

'I Will Always Be Me' 캠페인을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MND 환자들이 실제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많은 MND 환자들은 진단을 받은 후 점차 말하는 기능을 상실해가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을 느끼며, 가족들 또한 함께 큰 슬픔을 겪게 된다. 이 캠페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MND 환자들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라도, 나는 항상 나 자신일거야"라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하게 만듦으로써 따스한 감동을 전달한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한 MND 환자는 "책이 주는 메시지가 정말 강렬하다"며 "이는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델의 리즈 매튜스(Liz Matthews) 글로벌 브랜드 수석 부사장은 "기술은 매일 더 강력해지고 직관적이며 똑똑해지고 있다"며 "MND 환자 개인을 넘어, 전세계를 위해 우리가 기술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라마 나흐만(Lama Nachman) 휴먼 & AI 시스템 연구소(Human & AI Systems Research Lab) 이사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사람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것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정한 접근성은 인간의 경험을 인식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 Will Always Be Me' 캠페인은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그 과정에서 보다 높은 접근성과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