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만, 엑손모빌·쉘과 결별할까… 거세진 ESG 압박에 고심
에델만, 엑손모빌·쉘과 결별할까… 거세진 ESG 압박에 고심
  • 김수경
  • 승인 2022.0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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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만 "기후변화 관련 기준 충족시키지 못하는 고객사와는 결별할 수도"
환경 단체 "발표만 있을 뿐, 실질적 행동은 없어" 비판
ESG 이슈, 비즈니스에도 실질적 영향 미쳐… "장기적 대응책 마련 필요"
ⓒ에델만

거세진 ESG(Environment·Society·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압박에 세계 1위 PR 회사인 에델만(Edelman)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고객사와의 관계를 끊어야한다는 한 환경 단체의 청원 이후 에델만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고객사와는 결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대형 고객사인 엑손모빌(Exxon Mobil), 쉘(Shell)과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 보도에 따르면 리차드 에델만(Richard Edelman) CEO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330개 이상의 고객사를 53일 동안 평가한 보고서 내용을 지난 7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로버트 카사멘토(Robert Casamento) 에델만 글로벌 기후 의장을 주축으로, 내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델만은 330여개 고객사 중 탄소배출량이 많은 20개 기업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배기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가 없었으며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 또한 일부 기업은 외부 비판에 취약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었으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에서도 차이가 났다.

리차드 에델만 CEO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객사들과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함께 업무를 재정비하고 신뢰받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사에 대한 비밀 유지 때문에 개별 고객이나 고객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일부 고객사와는 결별해야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지구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에델만과 고객사 모두 최대한 신속하게 적응해나갈 것"이라며 "에델만은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장성빈 에델만코리아 대표는 "에델만은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현재 담당하는 고객사 리스트에 당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델만코리아는 본사의 방침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즈니스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에델만뿐만 아니라 고객사들도 함께 변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클린 크리에이티브스 트위터

에델만의 이번 발표는 '크리에이티브의 미래는 클린에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환경 단체 '클린 크리에이티브스(Clean Creatives)'의 청원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클린 크리에이티브스'는 에델만이 엑손모빌, 쉘과 같은 기업을 홍보하는 일을 당장 그만둬야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유엔 세계기후정상회의 기간 동안 청원을 유포했다. 배우 일라나 글레이저(Ilana Glaze)와 에이미 포흘러(Amy Poehler), 작가 타네히시 코츠(Ta-Nehisi Coates), 해양생물학자인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Ayana Elizabeth Johnson) 박사 등 100명 이상의 사회운동가와 유명인이 청원에 동참했다.

에델만의 발표를 접한 '클린 크리에이티브스' 측은 "리차드 에델만 CEO가 검토 과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고서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도 없었고, 고객사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목표를 평가하는 투명한 기준도 없다. 60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검토 기간도 다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에델만이 해당 발표를 금요일인 지난 7일 한 것을 두고도 "에델만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사람들이 무시해주길 원하는 소식을 발표해야만 할 때가 있다. 그 대표적인 해결책은, 해당 소식을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는 것"이라며 "에델만이 검토 결과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한 것만 봐도 그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고 비꼬았다.

또한 에델만이 발표 후에도 여전히 엑손모빌과 같은 기업과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은 에델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토마스 콜스터(Thomas Kolster) 굿버타이징(Goodvertising) 마케팅 액티비스트 겸 지속가능성 리더는 "에델만은 예방 차원의 접근이 아닌, 반응에 따른 접근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에델만이 윤리적인 이슈에 대해 열정적이었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광고 에이전시들과 마찬가지로 행동보다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에델만의)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다른 네트워크나 에이전시들도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한 표준이나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에델만이 더 많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적 전망을 덧붙였다.

사회적, 도의적 책임을 넘어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ESG가 실제 비즈니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한 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과 다양한 형태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커뮤니케이션·크리에이티비티 업계도 ESG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비단 에델만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객사를 둔 에이전시 모두의 문제인만큼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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