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러브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소름돋는 반전 광고의 비밀
하이틴 러브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소름돋는 반전 광고의 비밀
  • 김희연
  • 승인 2021.12.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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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수상작으로 살펴보는 샌디 훅 프로미스 재단 캠페인
"청소년들이 징후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
스토리텔링부터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림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전략 사용

미국의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기록 보관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2021년 학교 총기 사건 수가 2020년에 비해 증가했다.

사람들은 학교 총기 사건을 예방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학교 총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샌디 훅 프로미스(Sandy Hook Promise) 재단은 이것이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샌디 훅 프로미스 재단은 2012년 12월 14일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이 미국 어린이들을 총기로부터 보호하고자 설립됐다. 재단은 잠재적인 총격범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교육함으로써 학교 총격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샌디 훅 초등학교 총격 난사 사건 기념일에 매년 새로운 PSA(Public Service Announcement 공익광고)를 공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총기 폭력 예방(Sandy Hook Promise: Preventing Gun Violence)'을 주제로 샌디 훅 프로미스 재단에서 진행한 캠페인 다섯 작품을 선정해 더 워크(The Work)에 소개했다. 선정된 캠페인은 스토리텔링 기법부터 기금 모금을 위한 페이스북 라이브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활용했다.

1. 에반(EVAN, 2017)
출품사: BBDO 뉴욕(BBDO NEW YORK)
브랜드: 샌디 훅 프로미스(SANDY HOOK PROMISE)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 부문 골드 라이언 외 9개 수상
 

2017년 BBDO 뉴욕이 출품한 캠페인 영상은 순수한 고등학생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배경에는 총기 사건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학생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캠페인은 시청자들이 '총기 사건의 징후'를 쉽게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상은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와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공유 됐다. 인플루언서들은 전략적으로 이 영상이 사랑 이야기인 것처럼 게시해 시청자들이 '재생' 버튼을 누르도록 유도했다.

출품 자료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공개된 후 일주일 만에 1억뷰를 달성했으며 133개국에서 20억 미디어 임프레션(Impression)을 발생기켰다. 이 영상은 학교와 기업은 물론, 미국 국토안보부(The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서 총기사건 예방을 위한 교육 도구로 활용됐다.

더 워크는 "멀티레이어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캠페인"이라며 "국가 논쟁을 건설적인 대화로 전환 시켰다"고 소개했다.

2. 내일의 뉴스(TOMORROW’S NEWS, 2018) 
출품사: BBDO 뉴욕 (BBDO NEW YORK)
브랜드: 샌디 훅 프로미스 (SANDY HOOK PROMISE)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브랜드 필름 (Film)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총기 사건에 대해 생각할 때 뉴스에서 들은 이미 일어난 행위를 떠올린다. 샌디 훅 프로미스는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뉴스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집행하고자 했다.

이에 뉴스 형식을 이용해 허구의 학교 총기 사건 보도를 담은 영상 '내일의 뉴스'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영상에는 총기 사건의 목격자, 피의자와 같은 반인 학생들, 선생님 및 최초로 대응한 경찰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인터뷰어들은 미래 시제로 사건을 이야기해 총격의 예방 가능성을 전달했다.

이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총기 난사 사건이 끔찍한 필연성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전한다.

3. 침묵의 애도 라이브(LIVE MOMENT OF SILENCE, 2018)
출품사: BBDO 뉴욕(BBDO NEW YORK)
브랜드: 샌디 훅 프로미스(SANDY HOOK PROMISE)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모바일 (Mobile)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침묵의 애도 라이브.
침묵의 애도 라이브. ⓒCannes Lions

'침묵의 애도 라이브'는 기부금 모금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한 캠페인이다.

샌디 훅 프로미스와 대행사는 샌디 훅 총기 난사 사건 5주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침묵의 애도'를 공유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침묵의 애도'는 총기 폭력 및 다른 비극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활동을 중단하고 침묵하는 시간이다.

대행사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기부' 버튼을 추가해 라이브 이용자의 지인들이 이용자의 포스트를 보고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각각의 라이브는 종료된 후 페이스북에 고정 게시물로 등록돼 기부 기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캠페인 결과 미디어 예산 없이 목표 기부금액인 100만 달러를 초과 달성했고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림에 새로운 모금 플랫폼이 구축됐다. 이 캠페인은 유명 인사를 참여시킴으로써 대중의 행동을 유도하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보여줬다.

4. 관점(POINT OF VIEW, 2019)
출품사: BBDO 뉴욕(BBDO NEW YORK)
브랜드: 샌디 훅 프로미스(SANDY HOOK PROMISE)
수상: 2019년 칸 라이언즈 필름 (Film) 부문 본선 진출

2018년은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총기 폭력에 대한 찬반 논의가 많이 이뤄진 해다. 샌디 훅 프로미스는 총기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후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집행했다.

이 영상 초중반부는 전형적인 미국 고등학생의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여준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 영상이 총격범의 관점에서 촬영됐다는 것이 드러난다. 총격범의 관점에서 본 영상은 고립, 따돌림 그리고 총에 대한 유혹과 같은 징후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피의자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관점' 캠페인이 공개된 후 열흘 간 록 밴드 펄잼(Pearl Jam), 배우 데브라 메싱(Debrah Messing)과 같은 유명 인사, 인플루언서 및 출판인들이 자발적으로 영상을 공유해 약 4억3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도달했다.

더 워크는 "총격범의 입장에서 촬영 돼 저격수가 고등학생일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상키시켰다"며 "징후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소름 돋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했다.

5. 새 학기 준비물 (BACK TO SCHOOL ESSENTIALS, 2020)
출품사: BBDO 뉴욕 (BBDO NEW YORK)
브랜드: 샌디 훅 프로미스(SANDY HOOK PROMISE)
수상: 2020년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Film Craft) 부문 실버 라이언 외 1개 수상

샌디 훅 프로미스 재단은 학생들이 여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시즌에 맞춰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평범한 개학 광고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영상은 학교생활에 필요한 가방, 운동화, 헤드폰을 설명하는 학생들이 등장해 개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관련한 광고처럼 보인다. 이후 학교에 총격범이 나타난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탈출 경로를 만들고, 총격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준비물을 사용한다.

캠페인 영상 끝은 잠재적인 총격범의 징후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면 학교 총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캠페인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샌디 훅 프로미스 캠페인임을 밝히지 않고 '개학'과 관련된 영상인 것처럼 공개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만의 개학을 위한 쇼핑 콘텐츠 '하울 비디오'를 생존 가이드 영상으로 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을 공유한 결과 공개 후 하루 만에 26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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