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가부장 문화에 도전한 용감한 브랜드 캠페인 5
인도의 가부장 문화에 도전한 용감한 브랜드 캠페인 5
  • 김희연
  • 승인 2021.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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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수상작으로 살펴 보는 인도의 성평등 지지 캠페인
차별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메시지 전달
성평등을 향해 노력하는 브랜드들 주목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도 여성들은 깊이 뿌리박혀 있는 가부장적 견해와 사회 구조로 인해 많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성 평등을 위한 인도의 투쟁(India's fight for gender equality)'을 주제로 캠페인 수상작 중 다섯 작품을 선정해 더 워크(The Work)에 소개했다. 선정된 작품들은 인도에서 활동하는 브랜드가 더 큰 포용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 식스팩 밴드 (6 PACK BAND, 2016)
출품사: 마인드셰어 뭄바이 (MINDSHARE MUMBAI)
브랜드: 유니레버 (UNILEVER)
수상: 2016년 칸 라이언즈 글래스 (Glass:The Lion for Change) 부문 그랑프리 수상  

인도의 많은 하이즈라(Hijra, 인도어로 제3의 성을 일컬음)는 사회 변두리에 살면서 매일 언어폭력과 차별을 경험한다. 이들은 차별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유니레버는 인도 사람들이 하이즈라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도록 만들고자 했다. 이에 대행사는 첫 트랜스젠더 팝 밴드인 '식스팩(6 PACK BAND)'을 제작했다. 식스팩 밴드는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들이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성 평등의 중요성을 노래하며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식스팩 밴드가 첫 번째로 발표한 노래는 '험 하이 해피 (Hum Hai Happy)'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히트곡을 커버했다. 하이즈라와 동의어인 손뼉 치는 제스처를 포함한 이 노래는 인도 특유의 리듬이 가미된 활기찬 트랙이다. 그 뒤 인도 유명 가수인 소누 니감(Sonu Nigam)과 함께 '우리는 모두 신의 자녀입니다(Sab Rab De Bande)'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은 있는 그대로 포용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이 캠페인은 트랜스 커뮤니티에 대한 인도 사람들의 적대감을 무너뜨렸다.

더 워크는 "음악을 사용해 공감대를 연결하는 방법과 겉보기에는 연결성이 없는 브랜드를 조력자로서 캠페인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했다.

2. 아리엘 쉐어더로드 (ARIEL SHARE THE LOAD, 2015)
출품사: BBDO 뭄바이 (BBDO MUMBAI)
브랜드: P&G (PROCTER & GAMBLE)
수상: 2015년 칸 라이언즈 필름 글래스 (Glass) 부문 글래스 수상

세제 브랜드 아리엘의 '#쉐어더로드(#Sare The Load)' 캠페인은 가족 소득에 동등하게 기여하고 있는 인도 여성들이 여전히 가사 일을 도맡아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대행사 BBDO 뭄바이는 "인도 남성의 87%는 빨래가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를 발견했다. 집안일을 하지 않는 인도 남성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빨래가 여자만의 일인가요?"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이 질문은 인도의 가부장적 사회에 가사 분담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활발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최초의 '성 중립 워시 케어 라벨(Gender neutral wash care label)'을 만들었다.

주요 의류 브랜드, 제조업체 및 디자이너는 이 라벨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영향력 있는 인도인들이 라벨과 그 뒤에 숨겨진 평등의 메시지를 지지했다. 그 결과 미디어와 SNS 상에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캠페인은 평일 낮에는 노동을, 저녁과 주말에는 가사노동으로 인한 이중부담을 겪는 여성의 역경을 이해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2017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효과 부문에서 골드 라이언을 수상했다.

더 워크는 "사회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교과서적인 예가 됐다"고 전했다.

3. 그녀의 이름을 입다 (WEAR HER NAME, 2017) 
출품사: 오길비 뭄바이 (OGILVY MUMBAI)
브랜드: 스타 네트워크 (STAR NETWORK)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프로모 & 액티베이션 (Promo & Activation) 부문 본선 진출

크리켓은 인도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크리켓 선수들은 자신의 아버지 성을 유니폼에 새긴다.

TV 채널인 스타 플러스(Star Plus)는 인도 크리켓 팀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입다' 캠페인을 통해 오래된 전통을 가진 '이름 짓기'를 지적하고 성 평등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크리켓 팀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제 경기에서 아버지 대신 어머니의 성을 넣은 유니폼을 입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어머니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캠페인 결과 15일 동안 4만8475명이 넘는 작가가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9만9840번 이상 언급됐다. 인도 전역에서는 어머니 이름에 대해 95.2%의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됐다.

4. #기브허5 (#GIVEHER5, 2017)
출품사: 사치&사치 뭄바이 (SAATCHI & SAATCHI MUMBAI)
브랜드: 더 아마다 트러스트 (THE AMMADA TRUST)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글래스 (Glass) 부문 골드 라이언 수상

'#기브허5' 캠페인은 월경으로 인해 사라진 5일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여성 운동이다.

인도의 여학생들은 위생용품 부족으로 월경 기간 중 평균 5일간 학교를 결석한다. 아마다 트러스트와 대행사 사치는 저소득 가정의 위생용품 부족으로 인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했다.

먼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자 인플루언서 말리니 아가왈(Malini Agarwal)을 내세웠다. 2017년 3월 말리니는 월경 기간 중 모든 온라인 활동을 중단했고, 그의 728만 팔로워 또한 모든 온라인 활동이 중단됐다. 이후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팔로워들은 5일간 삶이 멈추는 것이 시사하는 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영상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잃어버린 5일로 인한 4억 명의 인도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2.5달러를 기부하면 위생용품이 부족한 이들의 5일을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SNS에 포스팅 된 영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정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모금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40만 달러가 모금됐으며 이는 4만 일의 월경 기간을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이다.

5. #스탠바이터프맘스 (#STANDBYTOUGHMUMS, 2018)
출품사: BBDO 구르가온 (BBDO GURGAON)
브랜드: SC 존슨 (SC JOHNSON)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글래스 (Glass:The Lion for Change)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스탠바이터프맘스
#스탠바이터프맘스. ⓒCannes Lions

'#스탠바이터프맘스' 캠페인은 가부장적 사회와 대가족의 간섭에 맞서 싸우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어머니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캠페인 영상은 8살짜리 아들을 훈육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남자 아이를 훈육할 때 다른 가족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캠페인 속 시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쓴소리를 하며 며느리의 편을 들어준다.

올 아웃(All Out®)은 자신의 가족에게 도전하고 며느리를 옹호하는 새로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도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이 캠페인으로 인도인들은 그들의 삶에서 어떻게 어머니를 지원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올 아웃은 인도의 가정용품 분야에서 최고의 신뢰받는 브랜드가 됐다.

더 워크는 "신뢰할 수 있는 영상과 사회 문제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는 것은 브랜드가 어떻게 형평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 캠페인의 경우, 브랜드가 인도의 엄마 입장을 대변하며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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