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메타버스에서도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100% 됩니다"
줌·메타버스에서도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100% 됩니다"
  • 김수경
  • 승인 2021.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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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학자 존 리비, 의미있는 인간관계 구축에 관한 저서 '당신을 초대합니다' 펴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절된 일상,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관계·커뮤니티 유지해야"
"초대는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제공"
'당신을 초대합니다'의 저자 존 리비(Jon Levy). ⓒ이기륭 기자

약 12년 전, 뉴욕의 한 아파트에 10여명의 낯선 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알지 못한 채 곧바로 저녁 식사를 함께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사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고 난 후에야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부터 올림픽 메달리스트, 할리우드 스타, 예술가, 기업가, 음악가 등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비밀 만찬으로 불리는 '인플루언서 디너'에는 12년 동안 2000여명이 참여했으며 현재 수천 명의 회원을 가진 영향력있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인플루언서 디너'의 호스트이자, 영향력과 인간관계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행동과학자 존 리비(Jon Levy)를 만나 의미있는 인간관계 구축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는 최근 저서 '당신을 초대합니다(You're Invited)' 한국어판 출간(천그루숲)을 기념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존 리비는 '인플루언서 디너'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향상시키고 싶었다"며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실험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인플루언서 디너'가 열린 날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날 아파트의 에어컨은 고장났고, 낯선 손님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한 음식의 맛이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든게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초대받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함께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봤다"며 "바로 그 순간, 인플루언서 디너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음을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당신을 초대합니다'의 저자 존 리비(Jon Levy). ⓒ이기륭 기자

존 리비가 발견한 '인플루언서 디너'의 잠재력은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함축된다. 소비자들이 이케아의 조립형 제품을 구매해 직접 조립하는 과정에서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얻게 되는 효과를 뜻하는 '이케아 효과'가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존 리비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를 공유하고 함께 해 나가는 것"이라며 "인플루언서 디너에서 사람들이 요리를 함께 하듯 운동, 페인팅, 명상, 게임, 퍼즐 등 무언가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 큰 재미와 신뢰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의 '인플루언서 디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소개했다. 지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참석한 '인플루언서 디너'에서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한 참가자가 "10년 전 당신의 책을 읽고 나의 커리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참가자들도 서로의 정체를 알게된 후 "당신의 커리어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며 서로를 신기해하며 매우 반가워했다.

이에 대해 존 리비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하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사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다른 분야 종사자들을 매우 궁금해하고 흥미로워하며, 서로 연결되는 것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신을 초대합니다'의 저자 존 리비(Jon Levy). ⓒ이기륭 기자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고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듣고 직장 회의에 참가해야하는 경우가 늘었고, 멀리 떨어진 가족, 친구, 연인과도 비대면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과 SNS, 메타버스 서비스는 코로나 시대 현대인들의 필수적인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과연 비대면으로도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존 리비는 이에 대해 "100%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안전상의 이유로 인플루언서 디너를 중단하고 대신 매주 디지털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디지털 모임이었지만, 모임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 4~5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다. 어느때보다 단절된 삶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더욱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모임이나 행사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온라인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온라인 세미나나 화상 회의에 참여해보면 대부분 소수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나머지는 가만히 듣기만 한다. 그것은 진정한 온라인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모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소통할 수 있다면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B인베브 등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과 소비자 참여, 기업문화와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해 온 존 리비는 "기업들의 최대 고민도 결국은 의미있는 관계 구축"이라며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더 의미있게 맺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공통적 고민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뢰다. 한 기업과 브랜드의 행동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의(善意)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또한 고객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고객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 줌으로써 일종의 소속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의 성공은 우리가 얼마나 신뢰하는 사람과 의미있게 연결 돼 있는가에 달려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초대라는 것은 미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초대해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보기도 한다면, 분명 예상치못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