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광고의 만남… '사실'보다 '스토리텔링'에 끌리는 이유
시(詩)와 광고의 만남… '사실'보다 '스토리텔링'에 끌리는 이유
  • 김희연
  • 승인 2021.12.0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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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수상작으로 살펴 보는 시(詩)를 활용한 캠페인
진정성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눈길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설득력 있는 시(Persuasive Poetry)'를 주제로 한 캠페인 수상작 중 다섯 작품을 선정해 더 워크 (The Work)에 소개했다.

1. 이전보다 활짝 열어라 (OPEN LIKE NEVER BEFORE, 2021)
출품사: 72앤드서니 암스테르담 (72ANDSUNNY AMSTERDAM)
브랜드: 코카콜라 (COCA-COLA)
수상: 2021년 칸 라이언즈 필름 (Film) 부문 본선 진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전례없는 락다운으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 간의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코카콜라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지지하고 있는 핵심 가치인 연결, 협력 그리고 낙관주의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코카콜라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모든 것이 단절됐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결속시키고자 했다.

코카콜라는 영국의 시인이자 래퍼인 조지 더 포앳(George the Poet)와 공동 집필한 시로 사람들이 뉴노멀(New Normal)에 도전하고 변화에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하고자 했다.

조지 더 포앳이 자신의 시를 낭송하면서 캠페인이 시작되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합류하며 일, 가족, 신체, 인종, 성별 등에 대한 오래된 개념에 도전하는 시를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에서 이야기한다. 캠페인 말미에 조지 더 포앳은 "우리는 폭풍을 이겨낼 것이다. 그래서 난 예전처럼 열려 있을 거야"라고 얘기하며 마무리된다.

이 캠페인은 락다운 기간 동안 6주 만에 원격으로 제작돼 TV 광고와 유튜브(Youtube)를 통해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 방영됐다. 국제 데이터 및 분석 그룹 유고브(YouGov)의 브랜드인덱스(BrandIndex)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 광고는 올해 가장 효과적인 FMCG 캠페인 중 하나로 선정됐다.

더 워크는 "조지 더 포앳이 쓴 선언문 시를 특징으로 하는 이 작품은 팬데믹으로 변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전과 달리 열린 마음'을 갖도록 영감을 줬다"며 "시가 제한된 시간 안에 강력한 어떻게 내러티브(Narrative)를 구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전했다.

2. 네버 로스트 (NEVER LOST, 2020)
출품사: 드로가5, 파트 오브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뉴욕 (DROGA5, PART OF ACCENTURE INTERACTIVE NEW YORK)
브랜드: 페이스북 (FACEBOOK)
수상: 2020년 칸 라이언즈 필름 (Film) 부문 실버 라이언 외 1개 수상

갑작스러운 락다운 상황에서 캠페인에 시를 활용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은 가족, 친구, 동료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지게 된 상황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27억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캠페인은 시인 케이트 템페스트(Kate Tempest)의 노래 '사람들의 얼굴(People's Faces)' 일부를 발췌해 사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거리의 장면이 등장하며 이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인 '커뮤니티 헬프(Community Help)'서비스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인류애(Humanity)를 보여준다.

네버 로스트(Never Lost) 캠페인은 7일 만에 제작됐으며 미국에서만 15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한 약 65만 명의 사람들이 코비드 서포트 허브(Covid Support Hub)에 몰렸다.

3. 드림 온 (DREAM ON, 2018)
출품사: 모자이크 시카고 (MOSAIC CHICAGO)  
브랜드: AB인베브 (ABINBEV)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소셜 & 인플루언서 (Social & Influencer)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브랜드 가치를 유명인의 가치와 일치시키기 위해 시를 사용한 작품도 있다.  

드림 온(Dream On)은 버드와이저가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미국의 유명 래퍼 제이지(Jay Z)와 협업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제이지 팬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제이지의 꿈이 태어난 그의 어린 시절 집을 보여주며 그가 직접 쓴 시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야망과 투지를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캠페인은 회원제 음악 서비스인 타이달(Tidal) 커뮤니티에 독점적으로 방영됐으며 이후 버드와이저 유튜브, 트위터(Twitter) 및 페이스북 채널에 공유됐다. 영상은 5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더 워크는 "제이지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했다"며 "뉴로 인사이트(Neuro-Insight)의 연구에 따르면 소리와 시각을 밀접하게 연결시킨 창의적인 작업이 정보를 우리 뇌에 평균적으로 14% 더 많이 인코딩(Encoding)한다"고 덧붙이며 소리와 시각을 이용한 캠페인의 효과를 설명했다.

4. 홀리 맥니쉬 (HOLLY MCNISH, 2017)
출품사: VCCP 런던  (VCCP LONDON)
브랜드: 네이션와이드 빌딩 소사이어티  (NATIONWIDE BUILDING SOCIETY)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필름 (Film) 부문 본선 진출

영국의 네이션와이드 빌딩 소사이어티(Nationwide Building Society)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시를 활용했다.

시인이자 딸을 가진 엄마인 홀리 맥니쉬(Hollie McNish)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직접 쓴 시 'Little Things'를 딸에게 전하듯 말한다. 딸과의 첫 만남부터 6년 동안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을 전하며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사랑을 보여준다.

더 워크는 "사람은 사실보다 스토리를 기억할 가능성이 22배나 높다"고 이야기한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의 마케팅 교수인 제니퍼 아커의 말을 인용하며 "스토리텔링을 사용해 캐릭터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캠페인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보여준 예"라고 캠페인을 설명했다.

5. 슬램 시 - 다니엘  (SLAM POETRY-DANIEL, 2016)
출품사: 퍼블리시스 런던 (PUBLICIS LONDON)
브랜드: 노바티스 (NOVARTIS)
수상: 2016년 칸 라이언즈 제약 (Pharma) 부문 실버 라이언 외 1개 수상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는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진단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좌절감, 고립감과 우울증을 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는 원인을 알 수 없어 2년간의 검사 끝에 진단을 받는다. 캠페인 영상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드디어 환자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그 뒤 환자에게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진단을 한다.

그러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는 뚜렷한 원인이 없고 진단 후에 환자의 치료 요법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이는 환자가 자신이 가진 병에 대한 이름은 알게 되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음을 보여주며, 병으로부터 해방이 아닌 지속적으로 가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영상은 환자가 진단을 받는 순간 시간을 멈춰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시로 전한다.

더 워크는 "환자가 카메라 앞에서 직접 이야기함으로써 진정성을 더했다"며 "공감을 구축하기 위해 시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퍼포먼스의 속도는 청중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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