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점자 기기·만질 수 있는 잉크… 시각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선물하다
스마트 점자 기기·만질 수 있는 잉크… 시각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선물하다
  • 김희연
  • 승인 2021.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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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수상작으로 살펴 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캠페인
시각장애인 인구수에 비해 서비스 및 지원 부족한 문제점 지적
기술 기반으로 한 혁신 솔루션 캠페인 선봬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각장애 또는 저시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시각이 주는 선물(The Gift of Sight)'을 주제로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캠페인 수상작 중 다섯 작품을 선정해 더 워크에 소개했다.

1. 닷 미니 (DOT MINI, 2018)
출품사: 서비스플랜 독일 뮌헨 (SERVICEPLAN GERMANY MUNCHEN)
브랜드: 닷 (DOT)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헬스 & 웰니스 (Health & Wellness)부문 골드 라이언 외 1개 수상

국내 스타트업 닷(Dot Incorporation)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지난 2018년 닷은 대행사 서비스플랜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 미디어 디바이스 '닷 미니(Dot Mini)'를 출시했다.

닷 미니는 점자 번역의 복잡성과 값 비싼 비용으로 인해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책과 자료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닷은 영어를 점자로 번역할 수 있는 자체 개발 번역 엔진을 활용해 디지털 텍스트를 자동으로 축약어 규칙(Grade 2)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닷 미니는 예스24(Yes24) 및 라쿠텐 코보(Rakuten Kobo)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통해 20만 권의 책을 점자로 변환했다. 또한 스피커 및 마이크로 오디오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시각 장애인에게 다양한 감각 경험을 제공했다.

이 캠페인은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정보 접근성 확대에 도움을 준 점을 인정받아 2018년 라이언 헬스 & 웰니스 부문 골드를 비롯해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2. 닷 고 (DOT GO, 2021)
출품사: 서비스플랜 독일 뮌헨 (SERVICEPLAN GERMANY MUNCHEN)
브랜드: 닷 (DOT)
수상: 2021년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Digital Craft)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닷은 2021년 '닷 고(Dot Go)'로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했다.

닷 고는 시각장애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개발된 앱이다. 아이폰(iPhone)의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해 물체의 거리를 측정해 다양한 객체를 인식한 후 웹 및 다른 앱과 상호작용해 객체에 대한 정보를 안내한다. 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은 앱으로 주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서 앱을 열어 그림을 비추면 앱이 그림을 인식하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닷 고는 애플의 테스트 플라이트(Apple TestFlight)를 통해 서비스 테스트되고 있다.

더 워크는 "닷고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맞춤형 물체 인식 앱으로, 시각장애인이 주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심플한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한 무료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개체를 모든 작업에 연결시킨 것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3. 모두를 위한 디자인 캠페인 (THE DESIGN FOR EVERYONE CAMPAIGN, 2021)
출품사: 더&파트너십 런던 (THE&PARTNERSHIP LONDON)  
브랜드: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 협회 (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 RNIB)
수상: 2021년 칸 라이언즈 글래스 (Glass:The Lion for Change)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 협회 RNIB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시각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자선 단체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시각장애인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RNIB는 시각 장애인이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대행사 더&파트너십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임신 테스트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 임신 테스트 프로토타입은 보지 못 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촉각으로 임신 결과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시각 장애를 가진 여성이 직면한 불평등을 알렸으며 디자이너에게는 이를 포용하는 디자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또한 이 캠페인을 통해 RNIB는 영국 최대 임신 테스트기 제조업체인 클리어블루(ClearBlue)와 함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임신 테스트기 제작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더 워크는 "자선 단체가 포용적(inclusive)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의 관심을 끈 사례"라며 해당 캠페인 선정 이유를 밝혔다.

4. 만질 수 있는 잉크 (TOUCHABLE INK, 2016)
출품사: 제이 월터 톰슨 방콕 (J. WALTER THOMPSON BANGKOK)
브랜드: 삼성 (SAMSUNG)
수상: 2016년 칸 라이언즈 제품 디자인 (Product Design) 부문 제품 디자인 라이언 외 5개 수상

만질 수 있는 잉크 캠페인은 브랜드가 시각장애를 가진 커뮤니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준 사례다.

삼성과 태국의 탐마삿(Thammasat)대학교 화학과 교수, 태국 시각 장애인 협회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를 점자 프린터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잉크를 공동 개발했다.

이 잉크는 화학 공정을 통해 레이저 인쇄 잉크에 엠보싱 파우더를 첨가한 것으로, 문서를 점자 글꼴로 변경해 인쇄한 후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가정용 기기로 가열하면 잉크가 점자처럼 부풀어 올라 만질 수 있게 된다.

대행사 제이 월터 톰슨은 "시각장애인이 만질 수 있는 잉크를 통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스스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캠페인의 가치를 전했다.

5.  점자 메뉴 (BRAILLE MENU, 2012)
출품사: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METROPOLITANREPUBLIC JOHANNESBURG)
브랜드: 윔피 (WIMPY)
수상: 2012년 칸 라이언즈 PR (PR)부문 골드 라이언 외 1개 수상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패스트푸드 브랜드 윔피(Wimpy)는 모든 매장에서 점자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별한 방식으로 알리고자 했다.

대행사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는 셰프의 도움을 받아 참깨로 빵에 점자로 메시지를 넣은 햄버거 15개를 만들었다. 메시지에는 햄버거에 대한 설명과 윔피에서 점자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이후 점자 햄버거를 남아프리카의 3대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관에 전달했다. 버거를 시식한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뉴스레터와 스크린 리더 이메일을 통해 다른 시각 장애인들에게 버거에 대한 경험을 소개했다.

캠페인 결과 윔피는 15개의 점자 버거를 통해 80만 명의 시각 장애인에게 점자 메뉴 제공을 알릴 수 있었다. 또한 매장 방문객 수를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친화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더 워크는 "브랜드가 PR과 마이크로 타기팅(targeting)을 결합해 특정 커뮤니티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6. 제3의 눈 (THIRD EYE, 2013)
출품사: DDB 싱가포르 (DDB SINGAPORE)
브랜드: 스타허브 (STARHUB MOBILE)
수상: 2013년 칸 라이언즈 다이렉트 (Direct)부문 골드 라이언 외 3개 수상

싱가포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스타허브 모바일은(Starhub Mobile) 22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싱가포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대행사 DDB 싱가포르는 스타허브 모바일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을 돕는 캠페인을 계획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과 봉사자를 연결하는 '제3의 눈'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을 끝내기 위해 실행됐다. 시각장애인이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자원봉사자에게 공유된다. 자원봉사자는 어디서든지 시각 장애인이 보낸 이미지를 설명하는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다. 이 메시지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변환돼 전달되며, 시각장애인이 자원봉사자와 항상 함께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이 캠페인은 대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동시에 감정을 이용해 브랜드와 사용자의 연결고리를 강화한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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