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당신의 꿈을 해킹한다"… '드림테크'에 과학자들이 보낸 경고
"광고가 당신의 꿈을 해킹한다"… '드림테크'에 과학자들이 보낸 경고
  • 김수경
  • 승인 2021.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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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77%, 3년 내 드림테크 광고 계획 중"
꿈을 해킹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 구매 행동 변화 유도
"우리의 꿈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책과 대응책 필요"
ⓒMerzzie/Dreamstime.com
ⓒMerzzie/Dreamstime.com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는 광고가, 이제 무의식의 영역인 '꿈'까지 해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꿈을 해킹하는 광고 기법을 일컫는 '드림테크(dreamtech)'의 상용화를 앞두고 과학자들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24일 광고·디자인·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Harvard), MIT, 몬트리올 대학이 '드림 해킹(dream hacking)'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조사한 결과, 마케터의 77%가 향후 3년 내에 '드림테크' 광고를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여러 마케팅 연구들이 수면 또는 꿈을 해킹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구매 행동을 변화시키고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공개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며 "꿈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면 전이나 수면 중에 자극을 가하는 드림 인큐베이션(dream incubation)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직까지 '드림 해킹'이라는 아이디어가 조금은 억지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실제 계획"이라고 강조하며 "연구원 중 두 명은 피실험자들이 잠자는 동안 꿈을 해킹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하는 MIT의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몰슨 쿠어스의 'Dreams' 캠페인. ⓒMolson Coors

논문은 올 초 미국 최대 규모 광고판으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 시즌에 글로벌 맥주 업체인 몰슨 쿠어스(Molson Coors)가 선보인 광고를 '드림테크'의 한 예로 들었다.

당시 몰슨 쿠어스는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91초 분량의 영상과 사운드트랙을 듣는 '타깃티드 드림 인큐베이션(targeted dream incubation)' 연구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드림 인큐베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꿈을 해킹하고, 꿈에서 깬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브랜드가 심어 놓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몰슨 쿠어스의 공짜 맥주를 받는 조건으로 '드림 인큐베이션'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과학 기술 전문지 퓨처리즘(Futurism)에 따르면 올 초 세 명의 과학자들은 사람들의 꿈을 해킹하려는 마케터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으며 이는 40명의 연구원들의 서명과 지지를 받았다. 이 공개서한은 미국에서 집행되는 모든 광고를 감독하는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측에 '드림 해킹'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업데이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연구원들은 '드림 해킹'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와 같은 의료 프로그램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마케팅에 있어 '드림 해킹'이 상용화 될 경우 스마트워치와 수면 앱 등 웨어러블 기기 업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광고주들에게 이용자 데이터를 팔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이 더욱 우려하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이 해킹을 당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몰슨 쿠어스의 드림즈 광고는 단순히 교묘한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라,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였던 것이 곧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드림 해킹의 미래는 우리의 꿈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