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정은 힘이 세다!… 브랜드 키우는 찐팬의 힘
키우는 정은 힘이 세다!… 브랜드 키우는 찐팬의 힘
  • 김수경
  • 승인 2021.11.0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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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걸스·임영웅 팬들이 만들어 낸 '제당슈만' 트렌드
"내 자식 같은 느낌, 그게 바로 찐팬 마케팅"
[본 칼럼은 제일기획 매거진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광고인들이 광고에 제일 잘 속는다는 말이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OT 브리프를 받고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다. 당연하게 강점만큼 약점이 있고 어떨 때는 내세울 포인트가 전혀 없어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난감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쥐어짜 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광고주와 의견을 좁히고, 제작물을 만들어 내는 동안 가랑비에 옷 젖듯 그 브랜드의 편에 서게 된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의 '이번엔 망했어' 같은 객관성 혹은 배타성은 사라지고 어느새 내가 업어 키운 자식 같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제당슈만, 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꼬북칩 유정 한정판. ⓒ오리온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랄까? 우리 팀의 그런 팀원이 있다. 사람들이 '브레이브 걸스'를 모를 때부터 자기는 브레이브 걸스 팬이었다며, 브레이브 걸스가 역주행하게 된 데에는 분명 자기 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음원 스트리밍도 열심히 듣고, 주변에도 홍보하는 등 지금도 열심히 지원 중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 좁은 땅에 어쩜 이렇게 많을까 싶게 계속해서 원석 같은 친구들이 나온다. "내가 알아챈 원석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키워주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데뷔시키기 위해 자발적 홍보대사가 된다. 해가 지났는데도 식기는커녕 점점 화력을 더해가는 미스터 트롯 열풍은 이런 부모 마음의 결정체일 것이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들이 바리스타룰스를 영웅커피라며 인증하는 모습. ⓒ다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팬덤이 단순히 바라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키우고, 후원자가 되는 육성의 역할을 한지 이미 오래다. 브레이브 걸스 팬들이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로 불리는 유정을 꼬북칩 광고모델로 써달라고 요청해 오리온은 결국 유정을 모델로 쓴 '꼬북칩 유정 한정판'을 출시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이자, 팬들이 이를 대량 구매하며 모델 발탁 운동을 벌였고 임영웅이 진짜 바리스타룰스 모델이 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팬들의 지원으로 흥행하는 이런 모습은 '제당슈만(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흔하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00만대를 판매하며 흥행에 성공한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의 마케팅 컨셉은 '찐팬이 만드는 마케팅'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함께 힘을 모으는 요즘의 팬덤을 잘 읽은 결과다. 그동안의 갤럭시가 갤빠, 즉 찐팬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면,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팬들이 브랜드를 직접 키우고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찐팬과 함께 만드는 폴더블 마케팅

프로덕션Z. ⓒ삼성전자

그 판은 '프로덕션Z'라는 예능 콘텐츠로 가시화됐다. 팬들로부터 사전에 마케팅 아이디어를 응모 받은 것을 시작으로 '프로덕션Z'라는 가상의 에이전시가 마케팅 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을 6편의 에피소드로 만들어냈다. 물론 프로덕션Z라는 회사의 직원도 갤럭시 찐팬들이다.

애니콜부터 시작해서 20년 이상 갤럭시를 썼다는 유재석을 팀장으로 갤럭시 유저로 잘 알려진 김희철, 미주, 승희, 정세운이 함께한다. 언박싱, 광고 촬영, 퀴즈쇼 준비 등 매년 갤럭시가 해오던 마케팅 미션을 일반 찐팬들의 아이디어와 도움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스토리다. 처음엔 마케팅이 뭔지도 잘 모르고 어설펐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선 어엿한 마케터로 성장한 듯한 모습에서 팬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찐팬들이 등장해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과 함께, 유튜브, IPTV 3사, 카카오TV 채널을 통해 누적 조회 수 3400만을 돌파했다.

내 자식 같은 느낌, 그게 바로 찐팬 마케팅

프로덕션Z. ⓒ삼성전자

프로덕션Z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정세운이 "마케팅에 참여해 보니 제품이 내 자식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소감(대본이 아닌 본인의 리얼한 멘트였다)은 '찐팬이 만드는 마케팅'의 정확한 의도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성공하기를 원하느냐'에 달려있다. (도서 '팬을 만드는 마케팅' 중에서). 브랜드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고마운 마음을 가진 찐팬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들에게 어떤 가치와 즐거움을 제공할 것인가를 브랜드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일기획 이미수&박병국 CD팀 이미수 CD]

이미수 CD의 칼럼은 제일기획 블로그 '제일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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