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는 어떻게 10년 만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됐을까?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10년 만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됐을까?
  • 김수경
  • 승인 2021.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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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론칭 10주년 맞은 젠틀몬스터, '패션 아이웨어' 영역 구축하며 독보적 브랜드로 우뚝
브랜드 슬로건 '세상을 놀라게 하라'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정신 펼쳐
"역사에 남을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되는 것이 목표"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 ⓒ젠틀몬스터

지난 2011년 한 영어캠프 회사의 신사업으로 출발한 아이웨어(eye wear) 브랜드가 있다. 독특한 제품 디자인과 미래 지향적인 트렌드를 제시한 이 브랜드는 론칭 10년 만인 2021년 현재 전세계 30개국 400여개 매장에 진출했으며 기업 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

블랙핑크 제니, 전지현, 마돈나, 지지 하디드 등 세계적인 패셔니스타들이 이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즐겨쓰고, 2017년에는 루이비통을 소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 계열 사모투자(PEF) 운용사인 엘캐터톤아시아로부터 약 700억원을 투자받는 등 해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브랜드 이름처럼 '괴물'같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토종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10년 만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에서 구진영 젠틀몬스터 브랜드 전략 파트장을 만나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브랜드 비전에 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구진영 젠틀몬스터 브랜드 전략 파트장. ⓒ이종현 기자
구진영 젠틀몬스터 브랜드 전략 파트장. ⓒ이종현 기자

구진영 파트장은 젠틀몬스터의 성공에 대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굳은 의지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작은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힐때마다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참고할 만한 사례조차 없었다"며 "그때마다 젠틀몬스터는 우리 스스로를 믿고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설레지 않으면 소비자도 설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부 검열을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한다"며 "그런 시간과 과정이 축적되면서 젠틀몬스터만의 방식이 생긴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시장에서 젠틀몬스터만의 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젠틀몬스터는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겸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고 있는 김한국 대표를 포함해 약 250여명의 모든 직원들이 수평적이면서도 열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매장 직원들과도 매일 커뮤니케이션하며 고객의 피드백과 현장 상황을 긴밀하게 공유한다. 고객 모두가 인플루언서라는 생각으로 아주 사소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구 파트장은 "젠틀몬스터에서는 직급이나 업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분위기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낸 의견이라도 많은 직원들의 공감을 얻으면 얼마든지 채택될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내부 검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 번 결정된 사안에 대한 추진력은 어느 회사보다도 빠르다"고 역설했다.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 1·2층에 설치돼 있는 프레드릭 헤이만의 작품. ⓒ젠틀몬스터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젠틀몬스터의 아이디어는 '위어드 뷰티(weird beauty)', '충격과 동경'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최근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에 들어서면 세련되고 도시적인 건물 외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하고 난해한 예술품이 설치 돼 있다. 벨기에 예술가 프레드릭 헤이만(Frederik Heyman)의 3D 미디어 아트를 실제 작품으로 구현해 놓은 것이다. 철거 직전의 낡은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생경한 풍경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하우스도산 3층에는 젠틀몬스터 로봇 랩이 1년여 간의 연구를 통해 탄생시킨 육족 보행 로봇 '프로브(The Probe)'가 거대한 다리를 꿈틀거리며 고객을 맞고, 지하 1층 베이커리 카페 '누데이크(NUDAKE)'와 4층에 자리한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는 모든 제품을 예술품처럼 전시해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름답고, 충격을 줌과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젠틀몬스터의 이같은 브랜드 경험은 정교하고 촘촘히 설계된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구진영 파트장은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플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라며 "새롭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무작정 고객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시의 적절한 이슈 분배, 다양한 영역 고려, 해외 시장 세분화 등 시기와 밸런스를 꼼꼼하게 설계하고 조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우스도산은 미래의 소매업에 대한 젠틀몬스터만의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고객에게 직관적인 메시지를 일차원적으로 전하기 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추상적 주제를 던져 더 새롭고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젠틀몬스터 X 제니 '젠틀홈' 팝업스토어.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의 브랜딩 전략은 혁신적인 트렌드뿐만 아니라 공간 마케팅과 컬래버레이션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논현동에서 선보인 첫 번째 쇼룸을 시작으로 25일마다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꾼 홍대 '퀀텀', 주방을 콘셉트로 한 가로수길 '키친', 대중목욕탕을 리모델링한 계동 'Bath House', '집과 치유'를 테마로 한 가로수길 '홈 & 리커버리(Home&Recovery), 제니와 함께 한 가로수길 팝업스토어 '젠틀홈(Gentle Home)'을 포함해 부산 'The Play:연극', 대구 'SECRET NEIGHBORS', 압구정 '하우스도산'까지 파격과 혁신을 선보이며 공간 마케팅의 강자로 떠올랐다.

2019년엔 중국 최고급 백화점인 SKP-S 베이징점의 공간 아트 디렉팅을 맡아 세계적으로도 공간에 대한 감각과 능력을 인정 받았다. 다음달에는 하우스도산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젠틀몬스터 하우스상해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제페토에 하우스도산을 3D 가상 공간으로 구현해내며 현실 공간을 넘어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진출했다.

또 젠틀몬스터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Huawei), 세계적인 MMORPG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알렉산더 왕, 제니, 헨릭 빕스코브 등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제니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제니는 젠틀몬스터를 대표하는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았다. 제니는 협업 당시 광고 모델뿐만 아니라 회의에도 수 차례 직접 참여해 제품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컬래버레이션에 임했다.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 4층에 위치한 탬버린즈 매장. ⓒ젠틀몬스터

구진영 파트장은 "외부에서는 공간 브랜딩이나 컬래버레이션을 젠틀몬스터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든 프로젝트는 아이웨어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중국의 SKP-S 백화점의 공간 디렉팅도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의 리테일 사업을 이해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백화점의 특성을 알아야 우리가 그 공간에 들어갈 때 제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직접 써 봐야 하는 아이웨어의 제품 특성상 오프라인 공간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영역이다. 젠틀몬스터가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컬래버레이션도 파트너는 다양하지만 늘 핵심은 아이웨어였다"며 "젠틀몬스터는 패션 아이웨어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젠틀몬스터만의 도전정신"이라고 말했다.

김한국 대표는 직원들에게 "지금 당장 우리가 하는 도전들이 이 시대에선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해외 여행이나 야외 활동이 급감하면서 젠틀몬스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틀몬스터는 도전정신을 최고의 브랜드 가치로 꼽으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 파트장은 "젠틀몬스터의 도전정신은 항상 미래를 향해있다"며 "지금 당장 인정받으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보다,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세계 어디에서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첫 번째로 생각나는 선글라스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젠틀몬스터'라는 대답이 나오게 될 그 날까지, 세상을 놀라게 할 젠틀몬스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진영 젠틀몬스터 브랜드 전략 파트장.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