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햄버거 문화 만든 '쉐이크쉑', 美 명물 넘어 한국형 브랜드로 스며들다
줄 서서 먹는 햄버거 문화 만든 '쉐이크쉑', 美 명물 넘어 한국형 브랜드로 스며들다
  • 김수경
  • 승인 2021.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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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원재료·호스피탈리티 가치 유지하며,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생과 협업에 공 들여
론칭 5주년 맞아 한국 특화 제품 '막걸리 쉐이크·서울식 불고기 버거' 선봬
"파인 캐주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
2016년 7월 22일 쉐이크쉑 한국 1호점인 서울 강남점 오픈 당일, 약 15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정상윤 기자

지난 2016년 7월 22일, 서울 강남의 한 가게 앞에 약 1500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전날 밤 10시부터 밤새 기다린 고객도 있었다. 이들이 모여든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명물 햄버거 '쉐이크쉑(Shake Shack)'을 맛 보기 위해서였다.

'줄 서서 먹는 햄버거' 문화를 만들어 낸 '쉐이크쉑'은 올해로 한국 론칭 5주년을 맞았다. 이제 쉐이크쉑은 미국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에 서서히 녹아들며 한국적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쉐이크쉑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SPC의 이정민 제품기획팀 과장을 만나 지난 5년 간 일궈 온 쉐이크쉑의 성과와 브랜드 비전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정민 과장은 "패스트푸드(QSR)와 프리미엄 수제버거로 양분돼 있던 한국 햄버거 시장에 쉐이크쉑은 파인 캐주얼(Fine Casual)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구축했다"며 "고급 식당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원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맛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년 간 쉐이크쉑은 최상급의 원재료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고객에 대한 배려)라는 가치는 글로벌 본사의 방침에 철저히 따르되,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과 상생에 힘쓰며 한국 쉐이크쉑만의 브랜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민 SPC 쉐이크쉑 코리아 제품기획팀 과장. ⓒ정상윤 기자
이정민 SPC 쉐이크쉑 코리아 제품기획팀 과장. ⓒ정상윤 기자

쉐이크쉑은 최근 5주년을 맞아 한국의 전통 음식인 막걸리와 불고기를 재해석한 '막걸리 쉐이크'와 '서울식 불고기 버거'를 전국 16개 매장에서 선보였다. 그간 쉐이크쉑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톡톡의 김대천 셰프, 제로컴플렉스 이충후 셰프 등 매년 미쉐린스타 인증을 받은 국내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만든 햄버거를 출시했다면 올해는 국내 브랜드 '지평주조', '한일관'과 손 잡고 한국식 식문화를 햄버거에 담았다.

이 과장은 "쉐이크쉑 본사의 컬리너리 디렉터인 마크 로사티가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다양한 한식을 경험하면서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히 불고기 문화에 매료 돼 제품에 이를 반영하게 됐다. 수많은 샘플을 테스트하며 최적의 맛을 찾아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선보인 론칭 기념 메뉴들은 단 하루 한 매장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5주년 기념 메뉴는 약 한 달 간 전국 16개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했다. 

쉐이크쉑 한국 론칭 5주년 기념 메뉴 '막걸리 쉐이크'와 '서울식 불고기 버거'. ⓒ쉐이크쉑

이정민 과장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불고기 버거는 대부분 소스나 불향으로 맛을 내지만, 서울식 불고기 버거는 진짜 불고기를 넣어 한국적인 맛을 강조하는 차별점을 뒀다"며 "막걸리 쉐이크는 막걸리와 쉐이크가 가진 비슷한 맛의 연결성을 찾는데 주안점을 뒀다. 진짜 불고기 맛, 진짜 막걸리 맛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보고 우리 의도를 제대로 알아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쉐이크쉑은 한정판 메뉴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지역 특화 메뉴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을 모티브로 한 '부산 스트리트 콘크리트', 대구의 유명 디저트인 꿀떡을 활용한 '달고나 대구', 대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밤으로 만든 '대전 밤밤' 등은 오직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메뉴다.

이 과장은 "지역 특화 제품은 제품의 질을 늘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료 소싱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며 "최상의 원료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항상 같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한다. 모든 매장에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각 재료는 당일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남은 재료는 모두 폐기한다"고 역설했다. 

제품뿐만 아니라 쉐이크쉑 각 매장마다 지역 특색을 담은 아트워크 작품도 전시하는 등 지역 문화와 공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쉐이크쉑이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때마다 본사는 그 지역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그 지역에서 이름 난 브랜드는 무엇인지, 지역 사람들의 특성은 어떤지, 그 지역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진다"며 "사려깊은 가치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자(Stand for something good)가 쉐이크쉑이 추구하는 가치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협업과 상생을 늘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SPC 쉐이크쉑 코리아 제품기획팀 과장. ⓒ정상윤 기자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 외식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쉐이크쉑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쉐이크쉑은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환대하는 '호스피탈리티'를 가장 중시해왔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 비해 키오스크 주문이나 배달 서비스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생활화되면서 쉐이크쉑은 발 빠르게 키오스크 기기를 도입하고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엑스점에는 딜리버리&픽업 전용 장소인 '쉑 트랙(Shack Track)'을 설치했다.

이정민 과장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키오스크 주문과 딜리버리 서비스는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제안해서 빠르게 도입했다"며 "이제는 비대면으로 어떻게 고객에게 호스피탈리티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개 매장(강남점)으로 시작했던 쉐이크쉑은 현재 17호점(동탄점)까지 늘어났다"며 "지난 5년 간 쉐이크쉑은 최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품질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공하는 '파인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왔다. 앞으로는 식음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쉐이크쉑의 한국 사업을 맡은 SPC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한국에 쉐이크쉑 매장을 25개 이상 오픈하고 파리크라상의 외식 사업 매출을 2000억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정민 SPC 쉐이크쉑 코리아 제품기획팀 과장.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