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신비주의 티저 광고의 전설이 된 SK텔레콤 'TTL 소녀'
[주크박스] 신비주의 티저 광고의 전설이 된 SK텔레콤 'TTL 소녀'
  • 김수경
  • 승인 2021.06.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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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브리프 X 팡고TV '주크박스', 한국의 주옥같은 크리에이티브 광고 소개
6화 SK텔레콤 'TTL' 광고 시리즈

브랜드브리프와 팡고TV가 한국의 주옥 같은 크리에이티비티를 소개합니다. '주크박스'는 기업과 브랜드의 핵심 철학, 한국인의 정서, 변화하는 시대상, 트렌드를 담은 당대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톺아 보며 새로운 인사이트와 영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기말 감성을 담은 신비주의 콘셉트로 'TTL 소녀' 신드롬을 만들어 낸 SK텔레콤의 'TTL' 광고 스토리가 공개됐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팡고TV는 브랜드브리프와 함께 선보인 '주크박스' 코너를 통해 지난 1999년부터 집행된 SK텔레콤의 'TTL' 광고 시리즈를 소개했다.

'주크박스'에 따르면 TTL 광고는 국내 신비주의 티저 광고의 전설이 된 캠페인으로,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임은경 씨를 'TTL 소녀'로 캐스팅해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대부분의 TV 광고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했지만, TTL 광고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채택하고 SF 영화의 한 장면이나 현대예술을 보는 것 같은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처음 만나는 자유, 스무살의 011 TTL'이라는 알 수 없는 짤막한 카피를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성우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등 다소 불친절하고 4차원적인 광고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신생 브랜드였던 TTL은 단숨에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주크박스 진행자인 김수경 기자는 TTL 광고 캠페인의 성공 요인을 '타이밍'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먼저, TTL 광고가 등장했던 1999년은 휴대전화 보급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현재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지만, 당시에는 50% 수준으로 휴대전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려있다. 삼성, LG, 스카이(SKY) 등 휴대전화 브랜드는 물론, SK텔레콤, KT(옛 KTF),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와 같은 이동통신사들도 브랜드 광고를 쏟아내던 시기다.

TTL은 젊은세대를 타깃으로 한 요금제였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할인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이동통신 멤버십 시대를 열었다.

김수경 기자는 "TTL 광고가 나오던 시기는 어떤 요금제를 쓰는지가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였다"며 "그 중심에서 TTL은 트렌드를 선도했다"고 평가했다.

TTL이 선보인 신비주의 콘셉트 또한 1999년이라는 시기적 특성을 제대로 활용했다. 당시에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던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당시 TTL 소녀 임은경 씨의 모델 계약 조건에 3년간 정체 발설 금지 조항이 있었다. 신비주의가 잘 유지된 덕분에 광고는 더 대박이 났다"며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지금은 신비주의 마케팅을 추구하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TTL 광고는 국내 광고 크리에이티비티가 꽃을 피우던 시기에 등장해 더욱 큰 시너지를 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레간자, 박카스, 애니모션, 2%부족할때, SKY 등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며 도전정신이 넘치는 신선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주는 TV 광고의 전성시대였다. TTL 광고는 그런 시대적 흐름과 절묘한 타이밍을 잘 포착해 낸 광고로 평가 받는다.

SK텔레콤의 TTL 광고 시리즈는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즈가 대행했다.

원준연 SM C&C ECD. ⓒ팡고TV

당시 카피라이터를 맡았던 원준연 SM C&C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제작전문임원)는 '주크박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당시 세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IMF의 충격으로 인해 우울한 감성이 있었다"며 "그 타깃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다크한 콘셉트가 필요했다. 마치 친구가 말을 걸듯이, 타깃들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거는 듯한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원 ECD는 "TTL 론칭은 영타깃 50만 확보 작전이었다. 6개월 안에 50만명을 모으는 것이 과제였는데 광고가 나가고 이를 이루는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며 "2달 만에 200만을 모으며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델이다. 당시 박명천 감독이 사진 한 장을 건네며 모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니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이미지였다"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아이인지 어른인지 모를 그런 이미지의 모델이었다. 모델이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준연 ECD는 TTL 광고가 새로운 시도의 총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티징 광고라는 개념을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티징이 없었다"며 "티징이 새롭고(new) 달라야(different)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TTL을 통해 용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모두 시도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TL에 대한 잔상이 지금까지 크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새로움의 힘 아닐까 생각한다"며 "TTL은 광고뿐만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서도 잘 설계된 캠페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주크박스'는 앞으로도 주옥같은 한국의 크리에이티브를 엄선해 소개할 예정이다.

TTL 광고.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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