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세계관의 산물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탄생시키다
지독한 세계관의 산물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탄생시키다
  • 김수경
  • 승인 2021.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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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커머스사업부 신상훈 팀장·이서하 선임MD 인터뷰
샌드박스 '피식대학', 이호창 본부장 캐릭터 활용한 '김갑생할머니김' 출시해 인기
"최초의 콘텐츠 몰입형 굿즈, 세계관 기반으로 한 커머스 트렌드 선도할 것"

"김갑생할머니김, 이게 진짜 나왔네?"

세상에 없던 브랜드 '김갑생할머니김'이 실제로 탄생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속 재벌 3세 캐릭터인 '이호창 본부장(개그맨 이창호)'이 경영을 맡고 있는 가상의 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은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고 현실 세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기를 끄는 인물이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굿즈는 넘쳐나지만, '김갑생할머니김'은 '이호창 본부장'이라는 캐릭터가 창조해 낸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해 탄생한 콘텐츠 기반의 굿즈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피식대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신상훈 커머스사업부 팀장과 이서하 선임MD를 만나 '김갑생할머니김'의 탄생 스토리를 공유했다.

신상훈 팀장은 "이호창 캐릭터가 김 회사의 본부장으로 등장하는만큼 진짜 김을 출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특히 김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서하 MD는 "이호창 본부장과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세계관에 몰입된 굿즈를 만들어서 팬들이 좋아할만한 지독한 세계관을 구현해보고 싶었다"며 "2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숨도 쉬지 않고 김갑생할머니김 출시에 매달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호창 본부장이 선보인 브랜드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네트워크
이호창 본부장(위)과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네트워크

샌드박스는 최근 지도표성경김과 협업해 '김갑생할머니김'을 출시했다. 기존 성경김에 단순히 '김갑생할머니김' 포장을 입히는 대신 제품 기획부터 맛, 디자인, 패키지까지 완전히 새로운 '김갑생할머니김' 브랜드를 선보였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자 일반 김 포장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블랙과 화이트, 골드 색상을 사용했고 '이호창 본부장'의 사진을 크게 삽입해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또한 '이호창 본부장'이 콘텐츠 속에서 자주 선보인 대사 "박수받는 식탁을 만듭니다",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이다 - 명예회장 김갑생" 문구를 넣어 웃음도 함께 준다.

그렇게 탄생한 세상에 없던 브랜드 '김갑생할머니김'은 출시 3시간 만에 첫 생산물량이 완판됐고 현재까지도 재고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샌드박스의 자사몰인 '머치머치'에서 판매 1위를 달성한 것은 물론, 여러 업체에서 입점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다음달께 편의점을 포함한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김갑생할머니김'을 선보일 계획이다.

디자인을 총괄한 신 팀장은 "이호창 본부장이 재벌 3세이다 보니 시중에 나와있는 김과는 차별화 된 고급스러움과 명품같은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김갑생할머니김 캘리그라피는 이호창 본부장의 할머니인 김갑생 명예 회장님이 마치 직접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궁서체 느낌으로 제작했다. 사실 이 캘리그라피는 제 아버지가 직접 써 주신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 MD는 "김갑생할머니김은 이호창 본부장 캐릭터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중요한 제품인 동시에 품질과 신뢰도가 중요한 식품"이라며 "팬들이 좋아할만한 재미 요소도 중요하지만, 너무 장난스럽거나 유치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샌드박스 커머스사업부 신상훈 팀장(우)·이서하 선임MD. ⓒ정상윤 기자

'김갑생할머니김' 성공의 핵심은 세계관이다. '이호창 본부장'은 미디어와 언론 등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재벌들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마치 실존하는 인물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는 실제 기업 총수처럼 진지하게 신년사를 발표하고 공장 시찰을 돌며,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화두인 ESG 경영 전략을 발표하는 등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를 선보인다. 그 때문에 '이호창 본부장'을 실존 인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번 '김갑생할머니김' 기획 회의 때도 '이호창 본부장'은 실제 본부장처럼 샌드박스 직원들과 함께 김 샘플을 시식하고 패키지 디자인에도 아이디어를 보태는 등 캐릭터에 몰입된 모습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그렇게 촘촘하게 짜여진 세계관 속에서 탄생한 '김갑생할머니김'은 '이호창 본부장' 캐릭터를 더욱 공고히하는 것은 물론, 팬들이 더 깊이 몰입해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이색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이호창 본부장'의 팬들은 '김갑생할머니김'을 구매한 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이를 인증하며 세계관 놀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MD는 "모든 댓글을 꼼꼼하게 다 읽으며 팬들의 위트 넘치는 구매 후기를 보는 것은 업무의 또 다른 재미"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다. 앞으로 제 2, 제 3의 김갑생할머니김 제품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샌드박스 커머스사업부 신상훈 팀장. ⓒ정상윤 기자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굿즈 디자인을 담당했던 신 팀장은 "캐릭터와 콘셉트를 활용한 일반 굿즈와 달리, 김갑생할머니김은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콘텐츠의 생명력이 절대적"이라며 "이전에도 수많은 굿즈 작업을 해왔지만 식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만큼 굿즈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도 김갑생할머니김은 특별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호창 본부장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느냐에 따라 선보일 굿즈도 달라질 것"이라며 "팬들이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에 몰입된 신선한 굿즈를 선보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피식대학의 다른 코너인 '05학번이즈백'이 패션 관련 콘텐츠를 자주 선보이는 만큼 패션 굿즈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샌드박스는 앞으로 김갑생할머니김 사례처럼 콘텐츠에 몰입한 상품을 더 많이 선보이고 싶다"며 "크리에이터와 팬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재밌는 상품을 통해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드박스 커머스사업부 신상훈 팀장(우)·이서하 선임MD. ⓒ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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