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미디어렙 코바코, 지나온 길 반추하며 나아갈 길 모색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공익적 역할 강화 목표"
국내 공영 미디어렙사로 출범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오는 5월 23일 창사 40주년을 맞는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40년 간 국내 방송광고 시장은 전통매체인 TV와 라디오에서 최근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코바코 또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고 미디어렙 경쟁체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코바코는 지난 40년 역사를 반추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1981년~1990년 : 공영 미디어렙의 시작
1980년대 이전 방송광고계는 MBC(문화방송), TBC(동양방송), DBS(동아방송) 등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수행해 방송광고 영업을 운영했다. 코바코 창립 이후 방송광고 수익의 대부분을 공익자금으로 활용하면서 방송광고 수익은 사회성, 공익성과 공공성을 가진 개념으로서 전환됐고 방송광고영업은 이익 수단의 성격이 아닌, 공적 가치를 띤 활동으로 발전하게 됐다.
공영방송 체제에서 방송사는 본연의 임무인 방송 제작과 편성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했고 코바코는 광고영업기능을 통해 방송광고 수익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예방함으로써 방송의 질적개선과 국민문화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방송광고 물량이 급격하게 확대됐다. 코바코는 당시 4000억원이 넘는 공익자금을 조성해 언론공익사업과 문화예술진흥사업에 지원했다. 현재 국내 문화예술의 핵심 시설로 자리잡은 '예술의 전당'은 당시의 코바코 공익자금으로 조성된 대표적인 문화 시설이다.
코바코는 1981년 2월 KBS 2TV를 통해 처음으로 방영된 '저축'편을 시작으로 공익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광고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조사, 광고 인프라 조성을 위한 광고교육원 개설 및 광고제도 기획 등 국내 광고산업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1991년~2000년 : 공·민영 방송체제와 다매체 시대의 출발
1990년대 초반 공영방송 제도에서 1991년 SBS의 출범과 함께 지역민방이 잇따라 개국하면서 공‧민영 방송체제로 방송 구조가 재편됐다. 또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열리고 광고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외국계 광고회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등 방송광고 환경이 변화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방송광고 산업은 1997년 후반 시작된 IMF 사태로 인해 크게 위축됐다. 1998년 방송광고 총광고비는 전년 대비 34.6% 감소한 1조1851억원을 기록했다. 코바코는 이 시기에 영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KOBAnet시스템, 방송광고 코드 표준화, 시청률 조사‧검증 사업 등 광고 시스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내실을 다졌다. 이를 통해 2000년 11월 방송광고 매출 2조원 시대가 열렸다.
코바코는 공익자금을 활용한 지원 사업을 이어나갔다. 공연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꾸려진 '88서울예술단'은 1986년 코바코 전속 단체로 창단돼 1991년에는 문화관광부 소관으로 전환됐다. 1980년대부터 지원했던 '예술의 전당'은 1993년 완공됐다. 1996년 완공된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아리랑TV 사옥 건설에도 공익자금을 지원했으며 1998년에는 방송계의 숙원사업이던 '방송회관'을 건립했다. 2000년에는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를 발족해 시청률검증제도에 대한 방송광고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고 광고산업의 과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 2001년~2011년 : 기술 발전과 방송통신 융합 시대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통해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2002년 말 90여개의 채널로 늘어난 케이블TV는 통신기술과 접목됐고, 위성방송은 70여 개의 채널에 달하는 등 방송통신의 융합은 방송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광고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광고의 형태, 기능 나아가 개념의 변화까지 이끌게 됐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코바코의 방송광고영업 독점적 지위를 명시한 방송법 제73조 5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코바코는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의 변화를 맞았다.
코바코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미디어환경의 변화와 경쟁체제 도입에 대비해 경영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2009년 지상파TV의 신유형 광고에 대한 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코바코는 2010년부터 가상광고, 간접광고(PPL) 등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20년 기준 각각 170억, 320억원의 시장규모를 달성한 가상, 간접광고는 그 활용 형태가 다양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광고산업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광고소재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KODEX (KOBACO Data EXpress) 시스템을 개발해 광고소재 관리는 물론 광고소재의 아카이브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는 해당 아카이브를 활용한 AI 광고소재 분석시스템(아이작;AiSac)까지 이어지는 등 KODEX는 방송광고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6년에는 광고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한국광고문화회관을 잠실에 건립해 광고교육원, 광고도서관, 광고연구소, 광고전시실 등 광고 전용 인프라 시설을 마련했다. 광고문화회관에는 광고업계의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코바코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익광고제'가 시작됐다.
△ 2012년~2021 현재 : 지상파 미디어렙 경쟁 체제와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
코바코는 2012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2012년 2월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이 통과되고 5월 23일 신공사 코바코가 탄생했다. 법률을 통해 방송통신 진흥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마련했고 2016년 콘텐츠 투자사업을 시작으로 디지털 스타트업과의 협업, 4차 산업 관련 신기술 투자 등 방송광고 산업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부문에 기여하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한 벤처기업 방송광고 지원을 확대해 2008년 한 해 100억원대의 광고를 지원했으며 2020년에는 300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혁신형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에는 방송광고 소재가 없는 광고주를 위해 소재 제작 지원사업을 시작하고 2020년에는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한 방송광고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등 지원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광고 부문의 선진화를 위해 코바코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소재 제작시스템(AiSac)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플랫폼 구축을 통해 광고 거래와 효과 분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코바코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방송통신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OTT, IPTV 등의 범TV 매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온라인은 이미 TV 광고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코바코에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걸맞은 사업을 위해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코바코 관계자는 "우리의 과제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보전하고 광고·마케팅을 통해 미디어, 광고주와 함께 성장하며 이를 통해 국민 편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미디어 광고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공사가 앞장서 추진할 것이며 미디어광고 진흥 인프라를 강화하고 공공 마케팅 부문의 전문성 제고, 공공정책 소통의 허브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오는 5월 21일 진행되는 코바코 창사 40주년 기념행사에는 홍두표 코바코 초대 사장을 비롯한 전임 사장들과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코바코 직원 대표 등의 축하 인사가 영상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추억의 사진전, 코바코인 선정 등 창사 4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