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美 흑인 소비자 공략 나선다… 전문 광고대행사와 최초로 손 잡아
현대자동차, 美 흑인 소비자 공략 나선다… 전문 광고대행사와 최초로 손 잡아
  • 김수경
  • 승인 2021.05.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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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프리카계 미국 광고대행사 '컬처 브랜즈'와 파트너십 맺어
급성장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비자와의 유대감 강화 목적
2022년형 투싼.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 광고대행사와 손 잡고 흑인 고객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대차는 대행사와 함께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계 미국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10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광고대행사 '컬처 브랜즈(Culture Brands)'와 최근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아프리카계 미국 광고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관계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Innocean Worldwide)는 현대차의 글로벌 광고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노션과 호라이즌 미디어(Horizon Media)의 합작사인 캔버스 월드와이드(Canvas Worldwide)가 미디어 대행을 맡고 있다.

안젤라 제페다(Angela Zepeda) 현대차 북미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이번 계약은 흑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에이전시와 파트너십을 맺은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흑인이 운영하는 광고 에이전시 5곳을 검토한 끝에 '컬처 브랜즈'를 최종 선택했다. 앞으로 현대차는 '컬처 브랜즈'와 함께 아프리카계 미국 고객에 특화된 광고·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컬처 브랜즈'는 현대차의 2022년형 투싼(Tucson) 광고 캠페인뿐만 아니라 고객 체험과 소셜 미디어 전략, 미디어 구매 전략 등 광범위한 마케팅 대행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현대차는 히스패닉계 고객을 전담할 에이전시도 검토하고 있다. 

제페다 CMO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물론, 우리의 다양한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대차가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 중 일부"라며 "아프리카계 미국 고객을 타깃으로 한 크리에이티브와 마케팅 솔루션을 개발하는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행사를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를 새로운 광고주로 영입하게 된 '컬처 브랜즈'는 지난 2017년 유니크 존스 깁슨(Eunique Jones Gibson)이 창립한 광고대행사다. 유니크 존스 깁슨은 앞서 15년 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AOL, 커스텀(Custom Ink) 등 다양한 기업의 광고를 담당한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다.

'Because of Them We Can' 캠페인. ⓒbecauseofthemwecan

그는 2013년 'Because of Them We Can(그들 덕분에 우리는 할 수 있다)'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흑인 역사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로 변신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흑인 문화와 뉴스 등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

유니크 존스 깁슨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문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거나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후원하고자 하는 브랜드와 조직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거부터 내가 걸어온 길과 나의 커리어가 교차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흑인 커뮤니티와 꾸준히 교류하고 최신 소식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우리만의 소유권을 갖기 위해 2017년 광고대행사를 설립했다"며 "뿐만 아니라 대행사를 통해 우리의 캠페인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현재 '컬처 브랜즈'의 광고주로는 현대차를 비롯해 아메리칸 패밀리 보험(American Family Insurance)과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등이 있다. 

유니크 존스 깁슨(Eunique Jones Gibson) ⓒCulture Brands
유니크 존스 깁슨(Eunique Jones Gibson) 컬처 브랜즈 창업자. ⓒCulture Brands

'컬처브랜즈'는 현대자동차와 흑인 고객 간 커뮤니케이션을 집중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지난해 5월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에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현대차가 다양한 고객층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제페다 CMO는 "우리의 중요한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 해당 문제에 대해 고객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전문가가 필요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할 일이 많고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형 투싼 캠페인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컬처 브랜즈'와의 계약도 미국 시장 내 현대차 브랜드를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Markit)의 마크 블랜드(Marc Bland)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CDO)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흑인 소비자 시장에서 자동차 브랜드 중 7번째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다.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 순위가 8위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마크 블랜드 CDO는 "현대차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문 대행사와 계약을 맺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현재 미국 내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전문 대행사와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Toyota)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광고대행사 버렐(Burrell)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랜드 CDO는 "흑인이 운영하는 광고대행사들은 해당 커뮤니티에 실제로 속해있기 때문에 흑인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분석할 수 있는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광고 캠페인은 백인과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만들고 있다"며 "자동차 브랜드들이 흑인 소비자들에 대한 충분한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드에이지에 따르면 흑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자동차 광고는 2020년 포드(Ford)가 광고대행사 UWG와 함께 선보인 F-150 'Ode to the Builders' 캠페인이 유일하다. 이 광고는 흑인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광고 속 등장인물이 모두 흑인인 것은 물론 내레이션에도 흑인 여배우 안젤라 바셋(Angela Bassett)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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