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로 법을 바꾸다… 세계 최초의 '음악 청원'
2만명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로 법을 바꾸다… 세계 최초의 '음악 청원'
  • 김희연
  • 승인 2021.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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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스파이크스 아시아 뮤직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호주 원주민 발언권 획득을 위해 2만 명의 원주민 및 호주인 노래
'꿈을 지켜라'는 의미 담은 노래 활용해 음악 청원 제작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는 매년 아·태 지역의 문화와 맥락을 반영한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선정해 시상한다. 2021년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고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드림 베이비 드림 옥외 광고판 모습.ⓒSpikes Asia.
 '드림 베이비 드림' 옥외 광고.ⓒSpikes Asia.

제목: 드림 베이비 드림(DREAM BABY DREAM)
수상: 음악(Music) 부문 그랑프리(Grand Prix)
출품사: SDWM 멜버른(SDWM Melbourne, AUSTRALIA)
광고주: 스피니펙스 검(SPINIFEX GUM)

호주의 원주민인 애보리진(Aborigin)은 호주에 6만 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민족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를 갖고 있다. 원주민 수는 80만 가량으로 호주 전체 인구의 3%지만 교도소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들은 원주민이 수감된 것에 대해 국가와 정책 운영에 대한 원주민의 발언권 부재를 이유로 든다. 지난 2019년까지도 호주 헌법에는 여전히 원주민의 발언권이 없었다. 

젊은 원주민 여성합창단인 스피니펙스 검(Spinifex Gum)은 호주 헌법에 원주민 발언권 추가를 요청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광고대행사 SDWM 멜버른은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곡 '드림 베이비 드림(Dream Baby Dream)'을 스피니펙스 검 합창단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플랫폼으로 바꿨다. 

노래방 스타일로 코러스에 맞춰 노래 녹음.ⓒSpikes Asia.
노래방 스타일로 코러스에 맞춰 노래 녹음. ⓒSpikes Asia.

캠페인은 대형 웹사이트에 연결된 마이크로사이트에 '드림 베이비 드림'을 노래방 스타일로 올려 누구나 코러스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고, 녹음된 노래를 자동으로 믹스해 마스터링 했다. 지속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데이트를 통해 호주인의 참여도가 증가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사이트는 변화를 요구하는 대화형 음악 형태의 청원이 됐다.

스피니펙스 검 합창단은 호주 전역으로 순회공연을 하며 모든 라이브 쇼에서 불러지는 노래들을 수집해 마스터 트랙에 추가했다. 그들은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마지막 공연에서 녹음된 레코드판을 호주 정부에 전달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최종적으로 녹음된 노래에는 2만 명 이상 호주인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는 호주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해 의회에서 원주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같이 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국민적 요구에 따라 헌법에서 원주민의 발언이 추가됐고, 호주 원주민 장관인 켄 와이어트(Ken Wyatt)는 다음 연방 선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청했다.

스피니픽스 검과 SDWM 멜버른의 '드림 베이비 드림' 캠페인은 2021년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음악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드림 바이 드림(Dream By Dream) 노래가 녹음된 레코드. ⓒSpikes Asia.
드림 바이 드림(Dream By Dream) 노래가 녹음된 레코드. ⓒSpikes Asia.

음악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헬로우퓨처.tv(hellofuture.tv) 창업자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에밀리 불(Emily Bull)은 "음악과 목적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여주며 한 나라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품"이라며 "음악적으로 봤을 때 곡 선정이 탁월했을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걸작이며 심사위원 전원이 열광하고 따라 불렀을 정도"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그는 "많은 브랜드들이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청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음악 및 예술인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상태를 대표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감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오는 2022년 2월 싱가포르에서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다시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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