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부엌에"… 버거킹의 실수에서 배우는 브랜드 언어 선택의 중요성
"여성은 부엌에"… 버거킹의 실수에서 배우는 브랜드 언어 선택의 중요성
  • 김수경
  • 승인 2021.03.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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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끌기 위해 사용한 과감한 광고 문구, 성차별 논란으로 번지며 역효과 초래
"캠페인 운영시 부정적 요소까지 염두에 둔 잠재적인 마케팅 비용 고려해야"
마케팅 포트폴리오 오점 넘어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 미쳐
버거킹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공개한 뉴욕타임스 전면광고(좌)와 트위터 트윗. ⓒ트위터 캡처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호평을 받아 온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Burger King)이 트윗 한 건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버거킹 영국법인 '여성은 부엌에 있어야 한다(Women belong in the kitchen.)'는 문구를 트윗했고, 이는 빠르게 성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버거킹의 이번 캠페인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잘못된 언어 선택이 브랜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0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버거킹 영국법인은 지난 8일 공식 트위터 계정과 뉴욕타임스(NYT) 전면 광고에 'Women belong in the kitchen'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캠페인을 공개했다.

버거킹이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분히 전략적인 마케팅이었다. 이 문구 속 숨겨진 메시지는, 요식업계 종사자 중 여성 요리사의 비율이 20%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식당 내 동등한 성비를 이뤄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버거킹의 캠페인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연달아 쏟아냈다. 트위터리안들은 "어떻게 이게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마케팅팀 전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버거킹은 남자들이 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농담을 멈출 수가 없나보다", "너무 성차별적인 문구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버거킹의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본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문구를 내세운 신선한 시도였지만, 짧고 간단한 메시지가 순식간에 전파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특성을 무시한 전략이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브랜드가 전하려고 하는 전체 메시지가 아닌, 눈에 띄는 일부만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버거킹이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또한 성차별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농담 식의 문구를 내보낸 것과, 인쇄 광고와 디지털 광고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콘텐츠와 전략을 택한 것 등이 패인으로 꼽힌다.

버거킹은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버거킹은 남성이 주도하는 글로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문화를 타개하기 위해 여성이 돌파구를 찾는 것을 돕고 있다"며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거킹 UK에 게재된 트윗은 레스토랑 내 요리사와 주방장의 여성 비율이 낮다는 사실에 모두가 주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캠페인이었다"며 "소비자들이 해당 캠페인의 전체 내용을 읽는다면 우리의 신념에 공감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트윗에 전체적인 설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우리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버거킹의 성명문 발표에 앞서, 버거킹의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인 페르난도 마차도(Fernando Machado)는 트위터에 인쇄 광고를 올린 뒤 "미국 요리사의 24%만이 여성"이라며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해 BK재단은 요리 장학금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그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한, 그들은 부엌에 있어야 한다"며 "단지 여성의 역할이 관리자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버거킹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공개한 뉴욕타임스 전면광고. ⓒ버거킹

시장분석업체인 브랜드토탈(BrandTotal)에 따르면 버거킹의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에는 약 25만1000건 이상의 멘션이 달렸다. 지난 2주 간 버거킹 트위터에 달린 멘션이 32만30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만에 폭발적인 멘션이 달린 것이다. 대부분은 캠페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그 중 71%는 남성이 보인 반응이었다.

위기 관리 업체인 번스타인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Bernstein Crisis Management)의 에릭 번스타인(Erik Bernstein) 회장은 "오늘날 과감함과 부적절함 사이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그 차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해당 캠페인이 널리 공유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 요소까지 염두에 둔 잠재적인 마케팅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거킹의 이번 캠페인은 마이너스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버거킹은 곧바로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이후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트윗을 올려 죄송하다"며 "우리의 원래 목적은 미국 레스토랑 내 프로페셔널 셰프 중 여성의 비율이 불과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장학금을 지원해 이 같은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였다. 다음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사과했다.

버거킹의 이번 캠페인은 데이비드 마이애미(David Miami)가 대행했다.

이 캠페인은 버거킹의 목표 중 하나였던 큰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그간 버거킹이 쌓아 온 마케팅 포트폴리오에 오점을 남긴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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