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민 캐릭터 '당근 케빈', 굿즈 대란까지 일으킨 '세계관 확장' 전략
영국의 국민 캐릭터 '당근 케빈', 굿즈 대란까지 일으킨 '세계관 확장' 전략
  • 은현주
  • 승인 2021.02.22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돌아오는 알디의 브랜드 캐릭터 '당근 케빈'
잘나가는 캐릭터에서 '잘 팔리는' 캐릭터로 성장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캐릭터 전성시대다.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한 인물을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으로 나누는 '본캐'와 '부캐'는 더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유산슬, 지미유, 만옥, 천옥 등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부캐'도 많다. 유명 연예인들도 '부캐'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본래 이름을 바꿔서 활동할 만큼 상징적인 캐릭터가 주는 몰입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브랜드에 있어서 캐릭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시스템1(System 1 Group)은 브랜드를 대표하고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는 브랜드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한 장치'(fluent devices)라고 불렀다. 훌륭한 브랜드 캐릭터는 제품을 굳이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아도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전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칸 라이언즈 코리아는 역대 수상작 중 브랜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6. 당근 케빈(Kevin the Carrot) 
수상내용: 2018 필름(Film)부문에 출품했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출품사: 맥칸 맨체스터(McCann Manchester)
광고주: 알디(Aldi)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우연히 지나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모험을 떠나게 된 '당근 케빈'(Kevin the Carrot). 그는 기차안에서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만찬이 차려진 식탁 위에 앉아있던 케이티(Katie)가 멀리서 날아오는 완두콩에 맞을 위험에 처하자 용기있게 뛰어들어 케이티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같은 이 영상은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 알디(Aldi)의 크리스마스 특별 광고로 맥칸 맨체스터(McCann Manchester)가 대행했다. 

ⓒAldi
ⓒAldi

2016년 겨울에 처음 등장한 '당근 케빈'은 알디 브랜드의 시즌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캐릭터 케빈의 등장은 브랜드 알디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식되던 알디 매장에 '당근 케빈'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쇼핑하는 것 외에 알디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 준 것이다. 

영국 식료품 관련 전문 매체 더그로서(Thegrocer)에 따르면 2018년 11월 한 달 동안 영국에서 '당근 케빈'의 검색량은 산타클로스를 넘어섰다. '당근 케빈' 열풍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영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게 되면서 '당근 케빈'의 캐릭터 세계관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2016년에 혼자 등장했던 '당근 케빈'은 2017년 여자친구 케이티를 만났고 2018년에는 케빈과 케이티의 사랑스런 아기 당근 챈트니(Chantenay), 베이비 캐럿(Baby Carrot), 재스퍼(Jasper) 그리고 2020년에는 할아버지 당근과 할머니 당근까지 합류했다. 

알디 홈페이지에 소개된 '당근 케빈' 가족. ⓒAldi
알디 홈페이지에 소개된 '당근 케빈' 가족. ⓒAldi

'당근 케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에피어워드(Effie Awards)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대행사 맥칸 맨체스터팀은 "크리스마스는 평범하던 일상의 모든 것들을 특별하게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알디 매장을 크리스마스에는 또 다른 특별함을 주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알디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상적이면서 소박한 상품을 찾던 중 겨울에 눈사람 장식으로 아이들이 많이 찾는 당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당근 케빈'은 세상에 나오게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고안된 브랜드 캐릭터 '당근 케빈'은 이제 소비자들이 알디 매장을 찾는 또 다른 이유로 자리 잡았다. 알디는 '당근 케빈'을 활용해 봉제인형, 머그컵, 잠옷,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등의 상품을 내놓으며 캐릭터 팬덤을 일으켰다. 2020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람들이 '당근 케빈'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개점전부터 줄을 서는것은 물론, 온라인으로 선 판매한 상품은 불과 반나절만에 품절 됐다. 

'당근 케빈' 봉제 인형. ⓒAldi
'당근 케빈' 봉제 인형. ⓒAldi

지난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더인디팬던트(The Independent), 더선(The Sun)등 다수 영국 매체들은 '당근 케빈'인형 출시일과 구매처 등을 다뤘다. 

'당근 케빈' 광고영상은 2018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필름 부문(Film Lions)에 출품했으나 아쉽게 수상하진 못했다.

아직 칸라이언즈에서 영광의 라이언즈 트로피를 받진 못했지만 칸라이언즈 콘텐츠 팀이 선정한 최고의 브랜드 캐릭터 6개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2021년 현재까지 지속되는 케빈의 식지 않는 인기 때문이 아닐까. 알디의 '당근 케빈'을 끝으로 칸라이언즈가 선정한 훌륭한 브랜드 캐릭터 소개를 마친다. 

칸라이언즈는 오는 3월 1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라이언즈 라이브'(LIONS Live)을 통해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툴키트(Toolkit)'를 공개한다. 

'라이언즈 라이브'는 홈페이지(https://lionslive.canneslions.com/)에서 사전등록을 하면 전세계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생중계 이후에는 '라이언즈 라이브' 플랫폼에서 온디맨드 서비스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2021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오는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