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이커머스, 소매업을 자근자근 쪼개놓다
[이성복] 이커머스, 소매업을 자근자근 쪼개놓다
  • 이성복
  • 승인 2021.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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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예산, 전자상거래로 쏠려
"최근 브랜드 광고 비용 줄이는 대신 전자상거래에 많은 비용 지불"
2020 라이언즈 라이브 연사로 나선 코니 브람스 유니레버 CMO. ⓒCannes Lions
2020 라이언즈 라이브 연사로 나선 코니 브람스 유니레버 CMO. ⓒCannes Lions

[이성복의 사자吼]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행동의 양상은 '집콕'을 하게 됐다는 것과 위생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건강·경제적 이유로 집콕을 하면서 디지털 수단에 의지할 수 밖에 없고, 모든 구매결정은 온라인으로 하게 됐다. 위생의 개념도 바뀌어 개인 위생에서 가정 위생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니 브람스 유니레버 CMO

"소매업의 원자화를 목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장은 달라졌다. 브랜드들은 '전자상거래(eCommerce)로 전환'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회사인 WARC의 데이비드 틸트만(David Tiltman) 총괄은 2020년 9월 라이언즈 라이브(Lions Live) 강연에서 "최근 10년 간 미국의 전자상거래 보급률(Penetration rate)은 겨우 10% 포인트 증가했는데, 2020년 3분기에만 11% 포인트가 늘었다"고 말했다. 

ⓒWARC
ⓒWARC

칸 라이언즈에서도 필름이나 프레스처럼 전통적인 어워드 부문의 출품은 줄어드는 반면, 크리에이티브 이커머스(Creative eCommerce)부문의 출품작은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모든 것은 고객의 엔드 투 엔드 여정(end-to-end voyage), 곧 체험(experience)에 관한 것이다. 상거래의 모든 관심은 최종 결과, 즉 가장 중요한 체크아웃(결제)의 순간으로 향한다.

2019년 eCommerce Lions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Wunderman의 CCO 다니엘 보너(Daniel Bonner)는 eCommerce 시대의 도래를 '소매업의 원자화(the atomisation of retail)'라고 부른다.

"우리는 소매업의 원자화를 목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다. 라이브 TV, 벽의 그래피티, 포스터, 친구들로부터. 여러분은 거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고 그것은 가게나 선반에 있을 필요가 없다."

공유가 가능하고 유저 인터페이스가 매끄러운 체험을 준다면 상거래는 이미 절반의 성공에 다가선 것이다. 

2019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eCommerce 부문 심사위원장 인터뷰 중인 다니엘 보너.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eCommerce 부문 심사위원장 인터뷰 중인 다니엘 보너. ⓒCannes Lions

마케팅 예산 전자상거래로 몰려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브랜드 회사의 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사례로 허쉬(The Hershey Company)는 기존 마케팅팀과 별도로 전자상거래 마케팅팀을 운영하다가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급한대로 마케팅팀들의 예산을 합쳐버렸다. 

허쉬의 CMO 질 바스킨(Jill Baskin)은 "마케팅팀의 예산을 공동으로 계획하면서 중복된 부분을 없애고, 집행 또한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 예산을 합치기 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매체에 구분을 두지 않고 소비자에게 접근할 방법과 빈도를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2020 라이언즈 라이브 세미나 패널로 참여한 질 바스킨 허쉬 CMO. ⓒCannes Lions
2020 라이언즈 라이브 세미나 패널로 참여한 질 바스킨 허쉬 CMO. ⓒCannes Lions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브랜드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글로벌 리서치사 칸타(KANTAR)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미국 가정의 56%가 코로나19 도시 봉쇄 이후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객의 평생가치(Life Time Value)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콕'의 영향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대형 플랫폼의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 코로나 시대의 전자상거래로 급격히 떠오른 분야는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Live Streaming Commerce)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틸트만은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하다보면 브랜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브랜드 파워"라고 경고한다. 

데이비드 틸트만 WARC 콘텐츠 총괄. ⓒCannes Lions
데이비드 틸트만 WARC 콘텐츠 총괄. ⓒCannes Lions

마케팅·미디어 컨설팅 기업인 이비퀴티(Ebiquity)에 따르면 최근 브랜드들이 브랜드 광고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전자상거래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ARC에서 분석한 영국 자동차 보험사 사례를 보면, 브랜드 광고를 하고 있는 '처칠'(Churcill)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비교한 결과, 처칠 보험사가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처칠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케팅에 있어서 브랜드 가치와 크리에이티비티는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전통적인 상거래에서든 전자상거래에서든 언제나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효과 부문 본선에 오른 캠페인의 절반 이상이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와 적극적인 참여(active participation)를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냈으며 제품 구입을 위한 손쉬운 링크가 뒤따랐다. 

KFC, 모바일로 프랜차이즈 250만개

2019 칸 라이언즈 Creative eCommerce 부문 골드라이언을 수상한 KFC Christmas Pocket Store 작품.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Creative eCommerce 부문 골드라이언을 수상한 KFC Christmas Pocket Store 작품. ⓒCannes Lions

중국 KFC의 성공적인 모바일 상거래 프로그램인 'Christmas Pocket Store' 케이스를 보자.

크리스마스 시즌에 모바일로 자신만의 KFC 프랜차이즈 앱인 '포켓스토어'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이벤트다. 56만 개의 포켓 스토어가 1일차에 문을 열었고, 4개월 만에 250만개 이상의 KFC 포켓 프랜차이즈가 생겨났다. KFC 포켓스토어가 일시적인 시즌 이벤트이긴 하지만 KFC 그룹의 가장 큰 가게가 된 것이다. 프랜차이즈를 구축한 소비자들에게 소유감을 몰아준 것이 주효했다.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을 플랫폼으로 활용했다는 점과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유할 때, 그것에 대해 제대로 신경을 쓰게 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 이 크리에이티비티의 포인트다. 

버거킹, 모바일서 맥도널드 광고판 태워버려  

2019 칸 라이언즈 Mobile 부문 실버라이언즈를 수상한 버거킹 Burn That Ad 작품.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Mobile 부문 실버라이언즈를 수상한 버거킹 Burn That Ad 작품. ⓒCannes Lions

eCommerce와 크리에이티비티가 잘 결합된 또 다른 케이스는 2019년 9개의 라이언즈를 가져간 버거킹의 'Burn That Ad' 캠페인(제작 DAVID Sao Paulo)이다.

버거킹의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와퍼 1개를 무료로 준다. 단, 온라인 배너이든 아웃도어 간판이든 경쟁사인 맥도널드의 광고판을 불태워야한다. 실제로 불태우는 게 아니라 버거킹의 앱이 불타는 모습을 구현해준다.

무료 와퍼를 받기 위해 버거킹의 앱을 다운받는 무료한 이벤트를 넘어서, 도처에 깔린 맥도널드 광고를 불태우는 재미를 더했다. '펀(Fun)'과 '놀이(Play)'의 요소를 더해 앱 다운로드를 늘리고 경쟁사의 미디어를 이용해 자사 매장 방문을 늘린 것이 크리에이티비티의 포인트다.

이 캠페인의 배경은 브라질에서 맥도널드가 버거킹보다 미디어에 약 4배 더 투자한다는 것이다. 버거킹으로서는 그만큼 사치스러운 예산이 없었기에, 앱 다운로드 마케팅 비용의 범위 안에서 판매를 촉진해야 했다. 맥도널드와 차별화된 앱을 만들기 위해 헛되이 기술적인 노력과 마케팅 예산을 쏟아붓기보다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로 승부를 본 크리에이티비티가 돋보인다. [칸라이언즈코리아 대표]